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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진 사랑의 뜻

by HappyPeople IN JESUS 2024. 8. 9.

 

재물이 넉넉하여 평생을 안락함과 평온함으로 살아가는 부인이 있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어서 아무런 근심이나 걱정도 없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저택과 많은 하인을 거느리고 모든 풍요를 누리며 사는 부인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젊은 시절,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의 재산으로 넘치는 영화와 부귀를 누리며 살았지만 재산을 물려 줄 자식이 없었던 부인은 자신의 일생을 돌보아 주는 하인들을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그녀는 크고 아름다운 저택에서 먹고, 자고, 입고, 그리고 산책하면서 온갖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정원을 손질하는 정원사, 요리를 맛나게 해내는 요리사, 부인의 옷 손질을 하는 사람, 집을 관리하는 관리사.

 

이들은 부인의 생활을 좀 더 화려하고 멋있게 꾸며 주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며, 그들은 또한 이러한 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였습니다.

 

 그 중에는 사라라고 하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노쇠한 부인을 위해 그녀가 젊었을 때부터 늘 곁에서 돌보아 주는 일을 열심히 해왔던 사람이었습니다. 여러 하인이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헌신적이고 부지런히 일했으며 충성스러웠습니다.

 

부인 또한, 사라에게는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애정을 표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주인과 하인 이상으로 가까웠으며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집 안에 함께 사는 다른 사람들도 그런 그들의 관계를 두고 훗날 적잖은 재산이 사라의 몫이 될 것이라고 수근거렸지만 사라는 그들의 그런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마침내 부인은 늙고 쇠약해져서 자리에 눕게 되었습니다. 소문난 의사가 분주하게 드나들고 하인들도 부인의 회복을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며 정성을 다했지만 노부인은 회복의 기미가 없었습니다.

 

나중에는 누운 자리에서 아무렇게나 배설을 하는 지경에 다다랐으며 의사마저도 더 이상 회복할 기미가 없다며 희망을 갖지 말라고 진단할 정도였습니다.

 

크고 아름다운 저택의 구석구석에서는 부인의 운명을 앞두고 남겨질 재산에 대해 서로 이야기가 오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뒤에 남겨질 엄청난 재산이 더욱 큰 관심사였습니다.

 

하지만 사라만은 진심으로 부인이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것에 대해 슬퍼하며 더욱 정성을 다해 하루에도 몇 번씩 더럽혀진 속옷을 갈아내고 살피는 일에 열심이었습니다.

 

그런 정성에도 차도가 없이 계속 악취나는 배설물이 일거리로 주어지면서 다른 하인들은 조금씩 짜증스러워하면서 얼굴을 찡그리고 지겨워했지만 사라는 언제나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모습으로 부인을 보살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은 유언장을 공개하기 위해 변호사를 청했습니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하인들은 부인의 방으로 불려들어갔습니다. 부인은 함께 살던 모든 하인들에게 자신이 직접 작성해 놓은 유언장을 차례로 나누어주며 그 동안의 노고를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당연히 많은 재산을 받으리라고 생각했던 사라에게만은 유언장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이었고 사라 역시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사라를 향해 부인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사랑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사라야, 네가 나를 위하여 얼마나 큰 정성과 사랑을 다했는지 잘 알고 있다. 정말 고맙구나. 자식처럼, 때론 형제처럼 그렇게 널 생각하며 살아왔단다. 그래서 외로움이 한결 덜했구나. 널 사랑한다. 너의 지극했던 사랑에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겨우 이것뿐이로구나. 내 감사의 뜻으로 알고 받아다오!"

 

이렇게 말하며 부인이 사라에게 건네준 것은 흙으로 만들어진 작은 십자가였습니다. 십자가를 받아든 사라는 치밀어 오르는 절망감에 분노하며 사랑의 눈빛으로 가득한 부인의 얼굴을 원망의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마침내 울분과 설움이 섞인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부인, 섭섭합니다. 말씀대로 그렇게 특별히 절 사랑하셨고, 자식처럼, 형제처럼 생각하셨다고 하시면서 다른 이에게는 커다란 재산을 주시고 제게는 겨우 이 보잘것없는 흙으로 만들어진 작은 십자가를 주십니까?"

 

그러나 부인은 말없이 사라의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부인의 얼굴에는 슬픔의 빛이 배어들고 있었습니다.

 

화가 난 사라는 그만 손에 들고 있던 십자가를 벽을 향해 힘껏 던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깨어진 십자가는 바닥에 흩어지며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순간, 방안에는 밝은 빛이 가득해지면서 사라의 발 아래로 값진 보석들이 반짝이며 흩어졌습니다.

 

부인이 사라에게 흙으로 만든 십자가에 넣어 둔 보석들은 매우 귀한 것들이었습니다. 부인은 다른 사람들의 질투심을 경계하기 위하여 그러한 조치를 취한 것이었습니다.

 

사라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지만 온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해 부인의 아름다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자신이 비참할 정도로 부끄러웠지만 그렇다고 무어라 잘못을 빌어야 할지도 당장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부인을 향해 용서를 빌며 무릎을 꿇었을 때, 이미 부인은 슬픈 얼굴로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사라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눈물로 용서를 청했지만 이미 숨을 거둔 부인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단지 무섭게 굳어져 가는 실망의 표정만이 죽음보다 더 슬프게 사라의 가슴을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숨겨진 깊은 사랑을 모르고, 보여지는 물질에 눈이 어두웠던 사라의 후회와 안타까운 몸부림은 이미 때늦은 것이었습니다. 다른 하인들에게는 똑같은 셈으로 나누어 준 재산, 그러나 특별히 생각하고 사랑했다던 사라에게 건네준 초라한 십자가, 겉으로 보기에는 한낱 보잘것없는 흙덩이에 불과했지만 그 깊숙한 곳에 감춰진 내면의 사랑을 탐욕에 마음을 빼앗겨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에 베드로가 예수의 말씀에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생각나서 밖에 나가서 심히 통곡하니라." (마태복음 26: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