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린 자에게 네 심정을 쏟으며 괴로워하는 자의 심정을 만족하게 하면 네 빛이 흑암 중에서 떠오르며 네 어두움이 낮과 같이 될 것이며."(이사야 58장 10절)
독일 베를린의 뒷골목 한 모퉁이에 한 소녀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누더기나 다름없는 남루한 옷을 입었으며, 얼굴도 제대로 씻지 않았는지 때가 덕지덕지 끼어 있었고, 게다가 바이올린 솜씨는 형편없었습니다. 때문에 근처에서 놀던 몇몇 꼬마들만 모였을 뿐 어른들은 누구 하나 관심을 갖지 않고 걸음을 재촉할 뿐이었습니다.
소녀는 차가운 얼굴로 자신을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고 맥이 빠져 더 이삼 바이올린을 켤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한 젊은 신사가 소녀에게로 다가오더니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마침 가진 돈이 없구나. 내가 도와주고 싶은데.... 바이올린을 잠깐 빌려줄 수 있겠니?" 대답할 기운도 없는 소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젊은 신사는 바이올린을 받아들었습니다.
활을 든 오른손이 부드럽게 움직이자 감미로운 선율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어느새 하나 둘 그의 주위로 모여들었습니다. 연주를 마칠 즈음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신사와 소녀를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은 뜨겁게 박수를 치며 저마다 동전과 지폐를 던져주었습니다. 젊은 신사는 사람들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하더니 소녀에게 바이올린을 돌려주고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곳을 떠났습니다. 그 젊은 신사는 다름 아닌 아인슈타인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선율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때로는 그 선율이 어설프고 남루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세상은 서툰 이들에게 쉽게 등을 돌립니다. 그러나 누군가 다가와, 손을 내밀고, 함께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줄 때, 작은 생명은 다시 빛을 발합니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향해 지나칠 듯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하소연하지도 않고, 다가오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짧은 관심, 우리의 작은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기억할 은혜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그날, 천재 물리학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진심을 다해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그는 거창한 기적을 일으킨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자신이 가진 작은 재능을 나누었을 뿐입니다. 그것이 한 아이의 삶을 바꾸고,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남겼습니다.
오늘 우리 역시, 우리의 작은 선율로 누군가의 어깨를 다독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가가는 마음입니다. 세상은 사랑을 연주하는 이들을 통해 조금씩 따뜻해집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가진 작은 악기를 꺼내어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애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가 6:8). 신앙은 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되어야 합니다. 작은 친절, 따뜻한 관심, 사랑의 행동이야말로 살아 있는 믿음입니다.
세상은 화려한 재능이나 큰 업적을 주목하지만, 하나님은 지극히 작은 자를 향한 우리의 손길을 보십니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태복음 25:40). 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사랑은 가장 작은 자리에서 빛을 발합니다.
아인슈타인은 그날 소녀의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그가 가진 것은 위대한 이름이나 지식이 아니라, 순간의 사랑을 실천하는 손길이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드리는 작은 사랑의 연주입니다.
오늘 우리 주변에도 서툴고 힘겨운 선율을 울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실패한 사람, 낙심한 사람, 외로운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때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지나가는 이들을 바라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그들의 인생에 잠시 발을 멈추고, 우리의 손길로 따뜻한 선율을 연주해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주라고 하십니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누가복음 6:38). 사랑은 다시 사랑으로 돌아옵니다. 우리의 작은 나눔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소중한 씨앗이 됩니다.
그러므로 오늘 주저하지 말고 작은 사랑을 시작하십시오. 완벽한 준비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서툰 손길이라도 괜찮습니다. 우리의 작은 선율이 하나님 안에서 큰 하모니를 이룰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세상을 따뜻하게 하시기를 기대하며, 우리는 다시 오늘의 거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작은 사랑의 연주자가 됩시다. 그것이 믿음의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