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님을 기다립니다. 내 온 존재가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분의 말씀에 나의 희망을 두었습니다." (시편 130:5)
"기다림을 배운다면 모든 초조함과 불안한 마음은 깨끗이 사라질 것이다."
한 젊은이가 애인과 만날 약속을 했습니다. 젊은이는 약속한 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하게 됐지만, 성격이 매우 급해서 기다림에 짜증이 났습니다.
그는 아무 생각없이 따사로운 햇살과 매력적인 봄의 정경, 그리고 아름다운 꽃들의 자태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초조하고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며 시간을 축내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나무 아래로 가서 앉아 계속해서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갑자기 그의 앞에 한 난쟁이가 나타났습니다.
'나는 왜 당신이 그렇게 답답하고 울적해 하는지 알고 있지. 이 단추를 가져가. 그리고 그걸 당신 옷 위에 달아. 만약 당신이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 단추를 오른쪽으로 약간 돌려봐. 그러면 당신은 시간을 뛰어 넘을 수 있어. 가고 싶은 만큼 멀리 갈 수 있어.'
난쟁이의 말은 젊은이가 항상 바라던 것이었다. 그는 단추를 잡고 시험삼아 한번 돌려보았다.
애인은 벌써 바로 자신의 눈앞에 도착해 있었고, 게다가 자신에게 눈웃음까지 보내는 것이 아닌가! 정말 대단해!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지금 결혼식을 올린다면 더 굉장할 거야.'
그는 다시 단추를 돌렸다. 성대한 결혼식이 거행되고,풍성한 음식들과 많은 하객들, 그와 아름다운 신부는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해서 앉아있었고, 은은한 음악소리가 사람들을 사로 잡았습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신부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지금 만약 우리 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고 조심조심 단추를 돌렸습니다. 즉시 주위는 아무 인기척도 들리지 않는 조용하고 깊은 밤으로 변했습니다.
그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나타났습니다. 우리에게 분명히 집이 있겠지. 그는 다시 단추를 돌렸습니다. 여름이 오고 집 한 채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넓고 밝은 집은 마치 주인을 반기는 듯 했습니다.
'잠깐, 아 참! 아이들이 몇 명 있어야겠군.' 그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힘껏 단추를 돌렸습니다. 해와 달이 마치 베틀의 북과 같이 오가고, 눈 깜빡할 사이에 세월이 흘러, 그의 앞에는 이미 아들과 딸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는 창가에 서서 포도밭을 바라보며, 아직 포도가 주렁주렁 열리지 않은 것을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슬그머니 단추를 돌리고, 또다시 시간을 뛰어 넘었습니다.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소원이 생각났고, 그는 한시도 기다리지 않고, 단추를 돌리고 또 돌렸습니다. 생명은 이렇게 그의 몸에서 빠르게 흘러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미 늙어서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졌고, 쇠약해져서 병상에 누워 있었습니다. 이 때에 이르러서야 그에게 더 이상 무엇을 위해서 단추를 돌릴 일이 없어졌습니다.
지난날을 생각하며, 그는 자신이 너무 성급해서 잘못 생각했던 것을 몹시 후회했습니다. 나는 그저 기다리는게 싫어서, 단순히 만족만을 추구했고, 눈 앞에는 이미 얼마 남지 않은 생애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의 잘못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설령 기다린다 할지라도 그것 역시 생활에서 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만족하길 바라는 것이 있을 때에 비로소 더욱 즐거워지는 것입니다.
그는 시간을 다시 예전으로 조금만, 조금만 더 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하고 단추를 쥐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단추를 한 번 왼쪽으로 돌려보았습니다. 단추는 맹렬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는 순간 놀라며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은 아직 생기 넘치는 나무 아래서 사랑스러운 애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기다림을 배웠습니다. 일체의 초조와 불안은 연기처럼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그는 차분하게 앉아서 푸른 하늘과 새들의 지저귐, 풀잎 속에 숨어 있는 곤충들과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그는 이제 기다림을 즐거움으로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항상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또한 자신이 가능하면 더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희망한다. 노쇠하여 예전과 같이 움직일 수 없을 때가 되어서는 또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한다. 정말 비극적인 일이다. 일찍이 깨달았다면, 애당초 그렇게 하지 않았을텐데...
- 깨달음은 순간에 이루어진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