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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모양일까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12. 20.

어릴 적부터 그는 늘 그런 아이였습니다.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아이였습니다. 수업 시간은 하나같이 지루했고, 학교라는 공간은 나에게 괴로움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미술 시간이었습니다.

하얀 도화지 앞에 앉아 있으면 세상은 잠시 멈췄습니다. 연필과 붓을 쥐고, 물감 냄새를 맡으며 그는 그가 만든 세계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찰흙을 만지작거리며 형태를 만들고, 수수깡을 엮어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때면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이 가슴에 차올랐습니다.

미술 선생님은 가끔 그를 칭찬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림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 성적표에 적히는 숫자였습니다. 미술은 ‘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과목’이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미술 시간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미술을 포함한 모든 비주류 과목은 입시를 위한 자습 시간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그 역시 그 흐름에 몸을 맡겼습니다. 미술에 대한 열정은 그렇게 조용히, 아주 자연스럽게 사라져갔습니다.

붓을 쥐었을 때의 감촉도, 빈 도화지를 채워가며 느꼈던 설렘도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밀려났습니다. 그조차도 그가 미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잊은 채로 말입니다.

시간은 쉼 없이 흘렀습니다. 입시라는 긴 터널을 지나 대학에 들어갔고, 뚜렷한 방향도 없이 어설픈 자유를 누리다 보니 졸업이 눈앞에 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입시보다 더 치열한 취업 경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도서관 열람실에는 비슷비슷한 책을 쌓아둔 취업 준비생들이 가득했습니다. 토익, 상식, 논술, 면접, 그도 그들 중 하나였습니다. 수차례의 낙방 끝에 마침내 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 그는 생각했습니다. ‘
이제 다 끝났다.’ 그러나 그것은 또 한 번의 착각이었습니다. 취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성적표보다 더 무서운 실적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숫자로 평가받는 또 다른 경쟁의 세계입니다.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는 새로운 기술들을 배워야 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거는 기술, 상대를 설득하고 제압하는 기술, 대화의 중심에 서서 주도권을 잡는 기술, 과장하고 포장하는 기술, 때로는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는 기술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것이 그에게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상사들의 말은 날카로웠습니다.
“눈에 힘 좀 줘.” “카리스마가 없어.” “사회생활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여긴 전쟁터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그의 마음은 조금씩 무너져 내렸습니다.

나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해내는 것 같았습니다. 실적표의 숫자가 말해 주었습니다. 그 사람만 뒤처진 것 같았습니다. 그는 마치 미운 오리 새끼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왜 나는 다른 오리들과 다를까?’ ‘언젠가 나도 백조가 될 수 있을까?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고 다짐했습니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고,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를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습니다. 하지만 애쓰면 애쓸수록 마음은 더 불편해졌습니다. 그는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은 거지?’ 그 질문이 가슴 깊숙이 파고들 때마다 그는 산길을 올라 나무를 찾았습니다. 나무 옆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의 유일한 쉼이었습니다. 나무는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그는 그 앞에서 가면을 벗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속도를 잠시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고요 속에서 오래전 면접관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
자네는 꿈이 뭔가?” 그때의 그는 취직이 꿈이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살아남는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그 질문이 다시 그를 붙듭니다.

내 꿈은 무엇일까?’ 선명한 해답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집니다. 그는 실패자가 아니라, 아직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미운 오리 새끼는 백조가 되기 위해 애쓰지 않습니다. 자신이 백조라는 사실을 아직 모를 뿐입니다.

아마 그에게도 잊고 지낸 어떤 부르심이 있을 것입니다. 어릴 적 도화지 앞에서 느꼈던 그 말할 수 없는 기쁨처럼 말입니다. 오늘도 그는 걱정을 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의 부족함이 그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이 질문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깨어 있음의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
나는 왜 이 모양일까?” 그 질문 끝에서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