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교훈을 받으니 너희의 이전 생활 방식을 좇아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너희 심령으로 새롭게 되어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하나님과 같이 되려 하심이니라" (에베소서 4:22-24)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가운데 '최후의 만찬'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예수가 죽기 전에 열두 제자와 함께 만찬을 하는 장면을 그린 명화입니다.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12제자의 모습을 모두 화폭에 담고 나서 마지막 작업으로 예수의 모습을 남겨놓고 심한 고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위엄과 사랑, 자비, 화해의 모습을 담은 성인의 얼굴을 찾기란 쉽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스승을 배신한 추악한 죄인을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주는 희생적이고 감동적인 모습을 쉽게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 얼굴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모습으로도 표현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다빈치는 자신의 모자람을 한탄하며 모델을 찾아 거리를 방황하기도 했지만 만나는 얼굴마다 실망스러울 뿐이었습니다.
그는 절망했습니다. 찾고자 하는 성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거리에는 온통 험상궂은 악마의 얼굴들만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시장에도, 거리에도, 술집에도, 공원에도 성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그림 속에 비워둔 스승의 얼굴 부분을 향해 붓을 들기만 하면, 거리에서 부딪혔던 취객의 얼굴이 떠올라 그냥 붓을 던져 버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리를 헤매던 다빈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성자의 얼굴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평화롭고 고요한 그 남자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세상 모든 죄악을 받아들여도 성자의 모습으로 덮어 줄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다빈치는 그 남자에게 모델이 되어 줄 것을 부탁했고, 그 남자는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다빈치는 약속 시간을 정한 후 기쁜 마음으로 돌아와 그림 도구를 정리했습니다.
며칠 후, 그림을 완성한 다빈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어떤 생활을 하고 지냈는지를 그 남자에게 물었습니다. 남자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자신의 지난날을 덤덤하게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듣고 난 다빈치는 성자의 모습으로 모델이 되어 준 그 사람이 바로 얼마 전 거리에서 부딪혔던 취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술과 방탕한 생활에 빠져 거리를 배회하던 주정꾼이었는데 지금은 새 삶을 찾고 봉사하며 참된 길을 가고 있다고 남자는 고백했습니다.
그는 술에 취한 흉칙한 몰골의 주인공이었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사랑 가득한 얼굴로 다빈치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불만과 절망, 그리고 끝없는 욕망 앞에서 허덕이며 방황하던 악마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고 평화로운 성자의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림을 완성시키면서 다빈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성자의 모습, 악마의 모습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러므로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고린도후서 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