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아무 일도 하지 말라.”(출애굽기 20:8~10)
행복한 삶이란 조용한 시간이 많은 삶입니다. 진정한 기쁨은 조용할 때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살지 않으면 인생에서 놓치는 것이 너무나 많게 됩니다.
조용한 것은 곧 지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의미 없는 행동들로 인생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그들은 항상 무언가를 하거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지 않으면 따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찰스 다윈은 전 세계를 여행한 후 나머지 생을 집 안에서만 살았다고 합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에 혼자 조용히 시간을 갖는 아이들이 쉴 새 없이 이것저것 하는 아이들에 비해 창의성이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공식적으로 지정하는 가족과 단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날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돌아다니지 않고 가족과 집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마당에 모여 게임을 하거나 산책을 하기도 하고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부족했던 대화로 인해 생겼던 갈등은 해소되고 몸과 마음은 편안해질 것입니다. 이들은 항상 끊임없이 움직이며 바쁘게 살기보다는 속도를 늦추고 조금 천천히 살자는 메시지를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끝이 없고, 채워야 할 스케줄은 가득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살아내고 있는 것’인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내 마음에 조용히 다가온 말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정하라.”
하나님께서도 창조의 여섯 날 후, 일곱째 날에는 안식하셨습니다. 전능하신 분께서 굳이 쉬실 필요가 있으셨을까요? 아닙니다. 그것은 곧 우리를 향한 메시지인 것입니다. 인간은 쉼 없이 달릴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진정한 삶은 멈춤 속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는 ‘조용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조용한 것은 결코 무의미하거나 지루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가장 좋은 상태인 것입니다. 우리는 분주함 속에서는 들을 수 없던 마음의 소리를, 고요함 속에서 비로소 듣게 됩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작은 속삭임이 우리의 내면 깊은 곳까지 스며들게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갖는다는 것은 단지 물리적인 쉼이 아닙니다. 그것은 영적인 호흡이며 멈추어 서서 나의 삶을 바라보고,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하는 시간입니다. 다윈이 긴 탐험을 마치고 조용한 삶을 선택했듯, 우리도 세상의 소음을 피해 조용히 하나님 앞에 머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가족과 공동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정해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함께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 안에는 억지로 만들어진 활동이 아닌, 관계의 회복과 사랑의 깊어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도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닐까요? 끊임없이 무엇을 이루고 증명하려 하기보다, 그분 안에서 잠시 멈추고 쉬는 것. 그렇게 우리는 하나님의 평안을 다시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 속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날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날입니다. 세상의 바쁨을 내려놓고, 마음의 소음을 잠재우며, 하나님 앞에서 진정한 쉼을 누리는 날입니다. 멈춘다는 것은 곧 하나님께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그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갑니다. 하루하루를 쫓기듯 살아가며,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채 쉼 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바쁜 삶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종종 공허함을 느끼고, 때론 하나님과의 거리까지 멀어진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럴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시 46:10)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정하십시오. 이것은 시간을 낭비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회복과 재정비, 그리고 하나님과의 만남을 위한 날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출애굽기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안식일을 주셨고, 그것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는 거룩한 쉼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쉼은 단지 몸을 쉬는 날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 나아가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멈추고, 그분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시간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조용히 묵상하고, 가족과 함께 대화하며, 자연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손길을 느껴보십시오. 그렇게 멈추는 자리에서 우리는 더 깊이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고 말씀하신 것은 우리가 짊어진 바쁨과 고통의 짐을 내려놓고, 주님의 품 안에서 참된 쉼을 누리길 원하셔서 하신 말씀입니다. 마르다처럼 분주한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마리아처럼 주님의 발 앞에 앉아 조용히 그분의 말씀을 듣는 믿음의 선택이 필요합니다.
한 달에 하루라도 좋습니다. 한 주에 반나절이라도 좋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곧 하나님께만 집중하는 날을 삶에 들이십시오. 그 날을 통해 우리는 무너졌던 관계를 회복하고, 메마른 영혼에 생수를 공급받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그분께 돌아오십시오. 그곳에서, 우리는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주 여호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가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가 돌이켜 조용히 있어야 구원을 얻을 것이요, 잠잠하고 신뢰하여야 힘을 얻을 것이거늘…”(이사야 3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