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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과 담임선생님의 눈물

by HappyPeople IN JESUS 2024. 7. 1.

 

"이 사건은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군사 기밀을 독일에 누설한 유대인 출신 장교의 간첩죄 혐의를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 작가 에밀 졸라는 <여명>지에 '나는 고발한다'는 논설을 통해 반유대죄를 비판하면서..." 

 

가을 햇살이 눈부신 파주 문산여고 운동장에서 43대 골든벨을 가르는 마지막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고 적극적인 성격을 잃지 않은 지관순 학생이었습니다.

 

49번 문제를 맞히고 명예의 전당 골든벨 자리로 옮겨가 교장 선생님이 내주신 마지막 문제를 듣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긴장하는 가운데 문제를 듣자마자 관순이 답을 적었습니다.

 

"한 번 더 문제를 듣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아나운서가 걱정스러운 듯 말하자 얼굴 가득 눈물이 그렁그렁한 관순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드디어 정답을 발표할 순간, "관순아, 떨리지? 나도 떨린다." 교장 선생님도 잔뜩 긴장하신 듯 장난스러운 말을 던지셨습니다.

 

"정답은 ... 정답은 ... 드레퓌스 사건입니다."

 

마침내 골든벨이 울려 퍼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관순이 누군가를 향해 달려가 안겼습니다. 담임이신 김진희 선생님이었습니다. 관순을 껴안은 선생님의 얼굴에서도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TV를 시청하던 많은 시청자들이 그 눈물의 의미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명문 고등학교 학생들도 쉽게 울리지 못했던 골든벨 43번째 주인공 관순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제때 다니지 못한 숨은 사연의 주인공이었던 것입니다.

 

관순의 아버지는 오랜 병환으로 경제적 능력을 상실했고, 어머니 역시 교통사고를 당해 한 손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었습니다. 이러한 집안 사정 때문에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친 뒤 중학교 입학 이후엔 오리 사육, 우유 배달 등을 통해 스스로 학비를 조달해야 했습니다.

 

처음 문산여중에 입학했을 때 기초가 부족해 성적이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수업에 충실하고 방과 후 학교 독서실에 남아 밤늦도록 책과 씨름한 끝에 중학교 3학년 때는 상위권에 올를 수 있었습니다.

 

고교 진학 이후엔 학교에서는 근로장학생으로, 방과 후엔 초등학교 과외로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관순이 이 같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골든벨을 울릴 수 있었던 것은 늘 책을 가까이 했기 때문입니다. 책 살 돈이 없어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동네에서 버리는 책도 주워 읽어 독서량을 늘렸다고 합니다.

 

담임선생님이 눈물을 흘린 데는 또 다른 사연이 있었습니다. 

 

"관순이와 진학 상담을 한 적이 있어요. 대학 학자금이 없으니 산업체에 가 돈을 벌어 대학에 가면 어떠냐고 했더니 애가 눈물을 펑펑 흘리더군요. '주변에서도 다들 대학가지 말고 산업체로 가라는데 선생님마저 그러시면 제가 누굴 믿고 공부를 해요'라면서요."

 

두 사람은 상담실에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합니다. 담임선생님은 가정 형편이 어려우니까 돈을 벌어서 대학에 가라는 얘기였는데 그 말이 관순에게는 섭섭하게 들렸나보다며 "골든벨을 울리는 순간 그때 일이 생각나 눈물이 났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지독한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친 뒤 스스로 돈을 벌어가며 중.고교를 다녀야 했던 한 시골 여고생은 이제 학비 걱정 없이 대학까지 학업을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장학재단이 대학교 장학금 지급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스스로 골든밸을 울리는 꿈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뜻대로 원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