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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달리기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2. 5.

 

어느 해 가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20년 이상 된 수인들은 물론 모범수의 가족까지 초청된 특별 행사였습니다. 체육대회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운동장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본인은 아무쪼록 오늘 이 행사가 아무 탈 없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오랫동안 가족들과 격리됐던 재소자들에게도, 무덤보다 더 깊은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살아온 가족들에게도 그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미 지난 며칠간 예선을 치른 구기 종목의 결승전을 시작으로 각 취업장별 각축전과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습니다. 달리기를 할 때도 어찌나 열심인지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잘한다, 내 아들! 이겨라! 이겨라!"

"여보, 힘내요! 힘내!"

이날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부모님을 등에 업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효도관광 달리기 대회였습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하나 둘 출발선상에 모이면서 한껏 고조됐던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수의를 입은 선수들이 그 쓸쓸한 등을 부모님 앞에 내밀었고, 마침내 출발 신호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주자는 아무도 앖었습니다. 아들의 눈물을 훔쳐주느라 당신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지 못하는 어머니, 아들의 축 처진 등이 안쓰러워 업히지 못하는 아버지... 교도소 운동장은 이내 울음바다로 변해버렸습니다.

이날 달리기 대회는 서로가 골인 지점에 조금이라도 늦게 도달하려고 애쓰는 듯한 이상한 경주였습니다.

그들이 원하건 1등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함께 있는 시간을 단 1초라도 연장해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요한복음13:3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