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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말씀 묵상/빌레몬서

주인 있는 자유 - 빌레몬과 오네시모 이야기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7. 9.

"아마 그가 잠시 떠나게 된 것은 너가 그를 영원히 두게 함이니 이 후로는 종과 같이 아니하고 종 이상으로 곧 사랑받는 형제로 둘 자라"(빌레몬서 1:15-16)

로마의 밤은 자유의 몸으로 사는 자에게도 춥고, 사슬에 묶인 자에게는 더욱 춥습니다. 오네시모는 자신이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유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여기 로마에서는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누구의 종도 아니었습니다.

골로새를 떠나던 그 밤을 그는 수없이 되짚었습니다. 주인의 서재에서 슬쩍한 은전 몇 닢, 뒷문으로 빠져나가던 발걸음, 그리고 뒤돌아보지 않겠다던 다짐, 빌레몬은 나쁜 주인이 아니었습니다. 오네시모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집안에서 가장 너그러운 주인 중 하나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부드러운 사슬이라도 사슬은 사슬이었습니다. 오네시모가 원한 것은 더 나은 주인이 아니라, 주인이 없는 삶이었습니다.

로마의 뒷골목에서 그는 이름을 숨기고 살았습니다. 오네시모, "
유익한 자"라는 그의 이름은 이제 조롱거리였습니다. 무익한 도망자, 무익한 도둑, 그것이 그의 새 이름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골목 어귀에서 그는 익숙한 얼굴을 보았습니다. 골로새 교회에서 몇 번 스쳐 지나갔던 얼굴인 에바브라였습니다. 골로새 교인들의 대표로 로마에 온 그가, 어느 죄수를 옥바라지하고 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바울이라는 분이십니까?" 오네시모가 물었을 때, 그는 이미 자신의 삶이 다른 방향으로 꺾이려 한다는 것을 예감하지 못했습니다.

로마는 그에게 완전한 감금 대신 셋집에서의 가택연금을 허락했습니다. 바울은 손목에 사슬을 찬 채로도 펜을 놓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오네시모가 처음 그 방에 들어섰을 때, 늙은 사도는 에베소 교회에 보낼 편지를 구술하던 중이었습니다. "
자네는 누군가?" 바울이 물었습니다. "오네시모입니다. 그저... 골로새에서 온 사람을 좀 압니다."

바울의 눈이 가늘어졌다. "
골로새라. 에바브라의 고향이지. 자네, 그곳 교회를 아는가?" 오네시모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침묵이 곧 대답이었습니다. 며칠, 몇 주가 흘렀습니다. 오네시모는 사도의 심부름을 하며 그 곁에 머물렀습니다. 처음엔 그저 몸 붙일 곳이 필요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바울이 전하는 말, 십자가에서 죽으신 이가 종도 자유인도 아닌, 오직 하나님의 자녀로 사람을 부르신다는 그 말이 오네시모의 가슴 한켠을 뒤흔들기 시작했습니다.

"
선생님." 어느 밤 오네시모가 물었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큰 죄를 지었다면, 그것도 자기 주인에게 등을 돌린 죄라면, 그런 사람도 용서받을 수 있습니까?" 바울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마치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이었습니다. "오네시모, 나는 한때 교회를 핍박하던 자였네. 스데반이 돌에 맞아 죽을 때 그 옷을 지키고 서 있던 자였어. 주님이 나 같은 자를 부르셨다면, 자네를 부르지 못하실 이유가 무엇인가?" 그 밤, 오네시모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사슬에 묶인 노인 앞에서, 그는 처음으로 진짜 자유를 맛보았습니다.

바울은 오네시모의 신앙을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그는 오네시모를 조용히 불렀습니다. "
자네는 빌레몬에게 돌아가야 하네." 오네시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선생님, 그는 저를 죽일 수도 있습니다. 로마법이 그것을 허락합니다." "안다." 바울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웠습니다. "그러나 자네가 여기 숨어 사는 한, 자네는 여전히 도망자일세.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사람이 된 자가 여전히 도둑의 이름으로 살아야겠는가?" "저는... 두렵습니다." "나도 안다. 그래서 내가 편지를 쓰겠네."

바울은 그 밤, 손수 붓을 들었습니다. 대필자를 통하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간 짧은 편지였습니다. "
사랑하는 빌레몬, 나의 동역자여..." 편지는 짧았지만, 그 안에는 사도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는 명령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애원했습니다. "내가 나이 많은 바울로서, 이제는 그리스도 예수를 위하여 갇힌 자 되어 네게 간구하노니, 갇힌 중에서 낳은 아들 오네시모를 위하여 네게 간구하노라... 그가 그때는 네게 무익하였으나 이제는 나와 네게 유익하므로... 그를 다시 보내니 그는 내 심복이라... 이제부터는 종과 같이 대하지 아니하고 종 이상으로 곧 사랑받는 형제로 둘 자라."

바울은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
그가 만일 네게 불의를 행하였거나 네게 빚진 것이 있으면 그것을 내 앞으로 계산하라. 나 바울이 친필로 쓰노니 내가 갚으려니와..." 오네시모는 그 문장을 읽으며 목이 메었습니다. 늙은 사도가, 자신의 이름으로 빚을 대신 지겠다고 서명한 것입니다.

두기고와 함께 골로새로 향하는 길, 오네시모의 발걸음은 무거웠습니다. 익숙한 저택의 대문이 보이자 그의 심장은 터질 듯 뛰었습니다. 빌레몬의 아내 압비아가 먼저 그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놀람과 분노, 그리고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
오네시모..." 빌레몬이 나왔습니다. 한때 그의 주인이었던 사람입니다. 오네시모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주인님, 저는 돌아왔습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먼저... 이 편지를 읽어주십시오."

빌레몬은 말없이 편지를 받아 들었습니다. 두루마리를 펼치는 그의 손이 떨렸습니다. 익숙한 필체, 바울의 필체였습니다. 읽어 내려가던 빌레몬의 얼굴에서 분노가 서서히 걷혔습니다. "
그가 만일 네게 불의를 행하였거나 네게 빚진 것이 있으면 그것을 내 앞으로 계산하라"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빌레몬은 편지를 내려놓고, 오랫동안 오네시모를 바라보았습니다. 종이 아니라, 형제로 말입니다. "일어나게, 오네시모."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습니다. "일어나게, 나의 형제여."

그날 저녁, 골로새 교회의 성도들이 빌레몬의 집에 모였습니다. 오네시모, 한때 도망친 종이었던 자가 그들 가운데 서서, 로마에서 만난 늙은 사도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빌레몬은 그의 곁에 서서 조용히 듣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알지 못했습니다. 이 저녁이 있기까지, 한 통의 편지가 얼마나 큰 무게를 지고 바다를 건너왔는지 말입니다.

오네시모라는 이름의 뜻은 "
유익한 자"였습니다. 한때 그 이름이 조롱거리였던 사람이, 이제는 그 이름값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울에게도, 빌레몬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