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가 지기 전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화물을 잔뜩 실은 트럭을 몰고 남부의 어떤 도시 근처를 지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트럭 안 낡은 무전기에서 한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울려나왔습니다.
"트럭 운전사 여러분, 제 목소리 들립니까? 교신 바랍니다. 테디 베어(곰 인형)가 아저씨들과 얘길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마이크를 들고 말했습니다. "잘 들린다, 테디 베어." 소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응답해주셔서 고마워요. 아저씨는 누구신가요?" 내가 이름을 말해주자 소년이 말했습니다.
"지금 저는 아저씨를 귀찮게 하려는 게 아녜요. 엄마는 아저씨들이 바쁘니까 이렇게 무전기로 호출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전 지금 외롭고,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제겐 도움이 되거든요. 왜냐하면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니까요. 전 다리가 불구라서 걸을 수가 없어요."
나는 소년에게 마이크를 놓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얘길 나눠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소년이 다시 말했습니다.
"사실 이건 우리 아빠가 사용하던 무전기예요. 하지만 지금은 엄마와 제 것이 되었어요. 아빠가 돌아가셨거든요. 한 달 전에 사고로요. 눈이 엄청나게 오는데 트럭을 몰고 집으로 오다가 변을 당하신거죠. 이제는 엄마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러 다니세요. 전 다리가 불구라서 별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요. 엄마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우리가 잘 헤쳐 나갈 거라고 말씀하세요. 하지만 밤늦은 시간에 가끔 엄마가 우시는 소리를 들어요."
소년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습니다. "저에겐 한 가지 소원이 있어요. 아저씨들이 저한테 신경 쓰기에는 너무 바쁘다는 걸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아빠는 집에 들어오시면 저를 트럭에 태우고 동네 한 바퀴 돌곤 하셨거든요. 이제는 아빠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것이 모두 끝나고 말았어요."
나는 목이 메어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 있는 내 어린 아들을 생각하니 더욱 그랬습니다.
"아빠는 나에게 '언젠가는 이 트럭이 네 것이 될 거다, 테디 베어' 하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전 이제 다시는 트럭을 타볼 수 없을 거예요. 그래도 이 낡은 무전기가 트럭 운전사 아저씨들과 저를 연결시켜주었으면 해요. 테니 베어는 이제 아저씨들과 작별하고 무전기를 꺼야 해요. 엄마가 돌아오실 시간이 됐거든요. 아저씨께서 이 근처를 지나갈 때 저를 불러주세요. 그러면 제가 기쁜 마음으로 아저씨에게 돌아올게요."
나는 급하게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어린 무전기 친구, 네 집이 어딘지 말해줄 수 있니?" 아이는 내게 집 주소를 말해주었습니다.
나는 단 1초도 지체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운반하고 있는 급송 화물도 이 순간에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좁은 곳에서 곧장 트럭을 돌려 아이가 일러준 잭슨 가 229번지로 향했습니다.
모퉁이를 도는 순간 나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스무 대가 넘는 트럭들이 소년의 집 앞 도로를 세 블록이나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있던 트럭 운전사들이 무전기를 통해 테디 베어와 내가 나누는 얘기를 들었던 것입니다. 아이는 청취자를 감동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한 트럭 운전사가 아이를 트럭에 태우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오면 또 다른 운전사가 아이를 다시 트럭에 태우고 출발했습니다. 나 역시 차례를 기다려 테니 베어를 내 트럭에 태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나는 아이를 집으로 집으로 데리고 돌아와 의자에 앉혔습니다. 만일 내가 다시 행복을 볼 수 없다면 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 날 난 어린 친구의 얼굴에서 행복을 보았다고 말입니다.
길 위를 달리는 트럭 한 대, 그리고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한 아이의 간절한 목소리, 다리가 불편한 어린 소년 ‘테디 베어’의 이야기는 단순한 감동을 넘어, 우리 신앙의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시고, 사랑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흘러가는지를 다시 한 번 묵상하게 됩니다.
무전기를 통해 들려온 소년의 목소리는 어쩌면 우리가 세상의 소음 속에서 듣기 어려운, 연약한 자들의 외침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도움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함께 있어 달라고,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것과 같습니다. “너는 네 주변의 작은 음성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
세상은 빠르게 움직입니다. 우리는 때로 ‘급송 화물’처럼 시급하고 중요한 일에만 몰두하며 사명을 잊곤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시선은 다릅니다. 하나님은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해 아흔아홉 마리를 들판에 두고 떠나시는 분이십니다. 그 날, 한 트럭 운전사는 소년의 음성을 들었고, 한 아이의 아픔 앞에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들불처럼 번져 스무 대가 넘는 트럭을 움직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령의 역사이며, 사랑의 능력입니다.
우리는 종종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라고 고민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거창한 일이 아닌, 작은 공감과 응답에서 시작됩니다. 무전기를 통해 말하던 테디 베어는 아버지를 잃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 작은 소망 하나, 트럭을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일, 이 공동체 전체를 움직이는 불씨가 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다윗이 작은 돌멩이 하나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이야기와도 닮았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가진 작고 연약한 것들을 통해 큰일을 이루십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은, 트럭 운전사가 아이를 다시 집으로 데려다주며 그 얼굴에서 행복을 보았다고 고백한 순간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을 때,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를 통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오늘 우리는 누구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음성을 듣고도 여전히 바쁘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 명령하셨습니다. 사랑은 말에 있지 않고, 행동과 진실함으로 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단지 들어주는 것, 함께 있어 주는 것,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손 내밂이 어떤 이에게는 생명을 주는 일이 됩니다.
이 한 주, 당신의 ‘무전기’를 켜 보십시오. 그리고 혹시 테디 베어처럼 조용히 도움을 바라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기꺼이 응답하십시오. 주님께서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태복음 2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