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가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가져다가 전을 건축하라. 그리하면 내가 그로 인하여 기뻐하고 영광을 얻으리라”(학개 2:8)
성전이란 단순한 건물이 아닙니다. 학개서 1장과 2장의 말씀을 보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성전을 건축하라고 명하신 이유와, 그 성전의 의미를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교회에서 성전이라고 하면 흔히 예배당, 즉 건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전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이 만나고, 그분의 임재를 경험하며, 은혜를 받는 거룩한 장소를 의미합니다.
학개서 1장 1~6절은 포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벨론에서 돌아온 백성들은 성전을 재건해야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미루고 있었습니다. “여호와의 전을 건축할 시기가 이르지 아니하였다”고 말하며 자기 집과 일에 바빴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선지자 학개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책망하십니다. 성전은 황무한 상태인데, 백성들은 자기 집을 먼저 꾸미고 살고 있음을 지적하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왜 성전을 먼저 지으라고 명하셨을까요? 성전은 단순히 예배하는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죄악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거룩하신 하나님과 인간이 만나기 위해 필요한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범죄하기 전 에덴동산에서는 거룩한 장소가 따로 필요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동산 가운데서 그들과 함께 거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죄로 인해 하나님은 인간과 직접 함께 거할 수 없게 되었고, 인간과 하나님을 연결하는 ‘거룩한 통로’가 필요해졌습니다. 그것이 바로 성막과 성전이었습니다.
성전의 중심은 언약궤와 속죄소였습니다. 속죄소 위에서만 하나님께서 임재하시고, 죄를 속죄받은 백성들과 만나셨습니다. 단순히 건물이 아닌, 희생의 피 위에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장소였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성전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성전이 있으면 하나님께 기도하며 죄를 용서받고, 농사나 전쟁, 포로생활 등에서 은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성전이 완전히 황무한 상태에서 백성들은 자기 집과 생활을 먼저 챙겼습니다. 하나님께서 학개를 통해 “자기 소위를 살펴보라”고 하신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성전보다 내 집, 내 편안함, 내 생활을 먼저 챙기는 마음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먼저 챙기는 것은 나의 안락, 나의 계획, 나의 이익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과의 만남, 곧 거룩한 것과 영적 우선순위를 살펴보기를 원하십니다.
학개서 2장에서는 성전을 건축하기 시작한 백성에게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은혜를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가져다가 전을 건축하라. 그리하면 내가 그로 인하여 기뻐하고 영광을 얻으리라”(학 2:8). 이 말씀은 단순히 성전 재건에 대한 약속만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백성이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섬길 때 기뻐하시고, 그들의 삶에도 복을 주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성전은 무엇일까요? 신약시대에는 건물 성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그분 자신이 성전입니다. 요한복음 2장에서 예수님께서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만에 일으키리라” 하신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성전은 곧 자신의 몸이었고, 그 몸에 붙은 성도가 성전이 됩니다. 고린도전서 3장 16절, 6장 19절에서도 성도는 성전이라고 합니다. 성전은 이제 건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의 몸과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과의 거룩한 만남의 자리입니다.
이제 성전을 바르게 이해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학개서에서 하나님께서 백성에게 요구하신 것은 단순히 나무를 가져와 성전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먼저 마음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내 삶의 우선순위를 하나님께 맞추고, 하나님과의 거룩한 관계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합니다. 내 집, 내 계획, 내 욕심보다 하나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갈 때, 하나님은 그 삶을 통해 기뻐하시고 영광을 받으십니다.
성전은 단순한 건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만남의 자리이며, 희생과 회개의 장소이며,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공간입니다. 오늘 나의 마음과 삶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성전이 황무한 채로 남아 있는 것은, 바로 내 마음이 하나님보다 세상과 나 자신을 먼저 섬기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우리의 참된 성전, 참된 만남의 자리, 참된 은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십자가의 은혜와 희생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의 삶 속에 임재하십니다. 우리의 마음이 바로 그 성전이 될 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영광을 받으시는 참된 신앙생활이 시작됩니다.
'구약 말씀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어떻게 사랑하셨나이까? (1) | 2025.11.24 |
|---|---|
| 여로보암의 금송아지와 우리의 숨겨진 두려움 (0) | 2025.11.22 |
| 해 돋는 곳에 선 사람들 (0) | 2025.11.18 |
| 죄와 용서, 그리고 성숙에 대한 오해를 깨뜨리는 은혜 (0) | 2025.11.15 |
| 하나님의 궤 앞에 엎드려진 다곤 - 하나님은 결코 도구가 되지 않으신다 (0) | 2025.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