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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독서, 내 인생의 지도를 찾아서 - 나를 찾아가는 조용한 여정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11. 5.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인생의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를 따라다니는, 결코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서울대학교 나민애 교수는 바로 이 질문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던 그는, 부모님과 선생님이 정의해 준 ‘’의 모습 속에서 오히려 진짜 나를 잃어버렸다고 말합니다.

어머니는 사랑으로 “
너는 내 딸이니 밥이나 먹어라” 하셨고, 아버지는 시인으로서 “나는 내가 누군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을 찾는 길로 떠나셨습니다. 선생님은 “너는 학생이니 공부해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정의는 나민애라는 사람의 ‘본질’이 아니라, 사회가 부여한 역할에 불과했습니다. 딸, 학생, 직장인, 교수라는 이름은 내가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는 것들이었습니다. 세상은 “너는 대체 가능한 사람”이라 말했지만, 그 말 속에서 교수님은 깊은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왜 여기 사는가?”, “나라는 존재는 무엇으로 정의될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답을 찾게 해 준 것이 바로 ‘
독서’였습니다. 책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거울이자 지도였습니다. 사전에는 ‘인간’의 정의는 있지만, ‘나민애’의 정의는 없습니다. 그 정의는 내가 써 내려가야 하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그 문장을 써 내려가는 도구가 바로 ‘’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서점에서, 혹은 도서관의 어느 구석에서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제목이 이상하게 끌려서, 혹은 우연히 손에 잡히는 한 권의 책을 통해 ‘
운명적인 만남’을 합니다. 그 만남 속에서 우리는 “당신은 내 마음에 꼭 맞느니”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정지용 시인의 한 구절처럼, 어떤 문장은 내 마음의 깊은 곳에 정확히 닿습니다. 그때 우리는 깨닫습니다. “아, 이것이 내가 찾던 나의 언어구나.

책은 인생의 지도와 같습니다. 게임 속 퀘스트처럼, 한 구절이 내 마음에 불을 켜주면, 그 주변의 ‘
지도’가 열립니다. 책 한 권은 하나의 작은 지도입니다. 그 작은 지도를 따라 한 걸음 나아가면, 또 다른 책 속에서 새로운 지도가 열리고, 우리는 조금씩 더 나은 길로 걸어가게 됩니다.

헤르만 헤세의 한 문장이 그랬습니다. “
내 안에서 저절로 솟아나는 길을 따라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토록 힘들었던가.” 이 문장을 읽으며, 나민애 교수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 위대한 작가도 나처럼 힘들어했구나.” 그 깨달음 하나로 마음은 훨씬 부드러워졌습니다.

헤세는 또 다른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
네 안에는 수많은 너가 있어.” 나를 미워하는 나, 나를 사랑하는 나, 나를 채찍질하는 나… 그 다양한 ‘’들이 모두 나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마음에는 이상한 평안이 찾아옵니다. 책은 그 평안을 찾아가는 길잡이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직접 걸어가며 스스로 만들어가는 지도입니다.

교수님은 말합니다. 책이 영상보다 더 좋은 이유는,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작가의 말을 ‘
내 목소리로’ 듣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상 속 이야기는 배우의 목소리로 들리지만, 책은 내 머릿속에서 나의 언어로 재생됩니다. 그래서 그 문장은 내 것이 되고, 내 마음속에 스며듭니다.

김초엽 작가의 “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알고 있어”라는 문장도, 책을 통해 읽으면 그것은 남의 말이 아니라 ‘나의 선언’이 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나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다짐의 언어이자, 나를 일으키는 자기의 목소리입니다.

나민애 교수는 일 년에 한 번,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36시간 동안 ‘
혼자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 시간은 그녀에게 최고의 여행이자, 최고의 충전입니다. 통닭 한 마리를 시켜 놓고, 서로 다른 세 권의 책인 소설, 에세이, 학술서를 읽습니다.

그 36시간 동안 그녀는 세 사람을 만나고, 세 곳의 세계를 여행합니다. 몸은 서울에 있지만, 마음은 파리의 골목을 걷고, 철학자의 서재에 앉고, 어떤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봅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피부 관리실에 다녀온 것처럼 마음이 맑아지고 부드러워집니다. 책은 그렇게 사람을 회복시키고, 다시 세상 속으로 나아갈 힘을 줍니다.

나민애 교수는 강연을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
독서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책만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재미있고 즐거워야 오래 할 수 있습니다. 브런치에서 친구 만나듯이, 가끔 안부 전화하듯이, 책을 편하게 만나세요.

책은 인생의 길에서 마주치는 좋은 벗입니다. 그 벗은 내 마음의 빈 공간을 채워주고,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불빛이 되어줍니다. 책 속의 한 구절, 한 문장은 결국 나의 인생을 새롭게 그려주는 하나의 점, 하나의 길이 됩니다.

독서는 단순히 글자를 읽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향해 떠나는 가장 조용한 순례입니다. 세상이 나를 ‘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말할 때, 책은 나에게 속삭입니다. “너는 네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어.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너는 결코 대체되지 않는다.”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한 권의 문장, 그 한 구절이 당신 안의 지도를 밝혀줄 것입니다.그 지도를 따라 걸을 때, 우리는 비로소 ‘’를 만납니다.

“책은 내 인생의 지도이자, 나를 찾는 가장 조용한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