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잃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오히려 많은 것을 잃곤 합니다. 내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 움켜쥐고, 양보하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며 발끝 하나까지 내주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쥐고 있는 동안 손안의 것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마음에는 허전함과 불안만 남습니다.
당나라의 은자 주인궤(朱雲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평생 길을 양보했지만 백 걸음도 뒤처지지 않았고, 평생 밭두렁을 양보했지만 밭 한 구역도 잃지 않았다.” 그의 말은 단순한 도덕 교훈이 아니라, 인생의 깊은 깨달음입니다. 양보는 손해가 아니며, 내어주는 삶은 결국 더 넉넉해진다는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세상에서 ‘이기는 법’을 배우지만, 진정한 지혜는 ‘비우는 법’을 배우는 데 있습니다. 마음을 비우면 시야가 넓어지고, 욕심을 비우면 감사가 찾아옵니다. 가진 것을 내어줄 때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고, 누군가에게 베풀 때 내 안의 사랑이 더 풍성해집니다. 하늘의 법칙은 언제나 역설적입니다. 잡으려 하면 흩어지고, 내어주면 다시 돌아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제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기>에 이르기를, 가장 좋은 것은 덕을 쌓는 것이요, 그다음은 베풂에 힘쓰는 것이라 했다. 천하의 근심과 기쁨, 즐거움과 걱정은 모두가 베푸는 대로 받는 것이다. 하늘의 이치는 넓고 넓어서 보답이 반드시 베푼 곳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보답이 없는 곳에 은혜를 끼치는 것을 군자는 귀하게 여긴다.”
이 말은 ‘진정한 베풂’이란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것임을 가르칩니다. 사람들은 흔히 “내가 이렇게 했는데 왜 아무런 보답이 없을까?” 하고 서운해하지만, 하늘의 이치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보답은 반드시 같은 길로 돌아오지 않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길로 우리 삶에 채워집니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면 그 사람에게서 보답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서, 또는 전혀 다른 상황 속에서 그 은혜는 돌아옵니다. 그것이 하늘의 순환 법칙이요, 은혜의 질서입니다.
성경은 이 원리를 더 깊이 가르칩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사도행전 20:35)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단순한 도덕적 격언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드러냅니다. 주는 자의 손에는 늘 따뜻함이 남고, 베푸는 자의 마음에는 평안이 깃듭니다. 비운 자만이 다시 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물을 가득 채운 잔을 생각해 봅시다. 그 잔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잔을 기울여 비워내면, 새로운 물이 들어올 공간이 생깁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미움, 욕심, 집착으로 가득 차 있을 때는 은혜가 들어올 자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비워내면 하나님께서 새 은혜와 사랑으로 채워 주십니다.
삶이 팍팍하고 사람 사이가 각박하게 느껴질 때일수록, 더 많이 베풀어 보십시오. 작은 미소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 그 무엇도 헛되지 않습니다. 하늘은 그것을 기억하고, 더 큰 평안으로 되돌려 주십니다. 비우는 것은 잃는 것이 아닙니다. 베푸는 것은 약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이 모르는 풍요의 길이며, 하나님이 가르치신 사랑의 길입니다.
오늘 하루, 조금 더 양보하고, 조금 더 내어주며 살아봅시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삶이 더 풍성해질 것입니다. 비울수록 우리는 더 많이 채워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늘의 창고는 비운 사람에게만 열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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