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 날 수 계수하는 법을 가르쳐 주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편 90:12)
어느 날, 한 부유한 사업가가 임종을 앞두고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내 재산의 절반을 줄 테니, 단 10년만 더 살게 해 달라." 그러나 그 누구도, 그 어떤 돈도 그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었습니다. 평생 돈을 모으는 데 시간을 쏟아부었던 그는, 정작 가장 소중한 것을 이미 다 써버린 뒤였습니다.
우리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갑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낼 때도 망설이면서, 하루에 몇 시간씩 아무 의미 없는 영상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에는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돈을 잃으면 가슴이 철렁하지만, 시간을 잃으면 그저 '오늘도 그냥 흘러갔네' 하고 맙니다.
탈무드는 인간이 평생 손에 쥘 수 있는 것 중에서 진정으로 한정된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생각해보면 돈은 잃어도 다시 벌 수 있습니다. 사업에 실패해 전 재산을 날린 사람이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는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흘러간 오늘 오후 두 시, 작년 봄날의 그 따뜻한 오후,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떼던 그 순간은 어떤 거액을 지불해도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단순한 진실을 우리는 알면서도 자꾸 잊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남의 것'을 다룰 때의 태도입니다. 친구에게 돈을 빌리면 밤잠을 설치며 언제 갚을지 계산합니다. 회사 법인카드를 쓸 때는 영수증 한 장도 허투루 다루지 않습니다. 남의 돈에는 그토록 각별하면서, 남의 시간에는 왜 이리 무감각합니까?
약속 시간에 30분 늦으면서 "미안, 나 좀 늦어"라는 짧은 문자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30분은 상대방이 두 번 다시 돌려받을 수 없는 삶의 조각입니다. 만약 우리가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는 것을 그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 가는 것과 동일하게 여긴다면, 아마 지각이나 불필요한 회의를 지금처럼 쉽게 반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여기, 두 사람을 상상해보십시오. 한 사람은 통장 잔고가 넉넉하지 않지만, 매일 저녁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주말이면 오래된 친구들과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억대 연봉을 받지만, 새벽에 나가 밤에 들어오고, 가족의 얼굴을 볼 여유도 없이 달리다가 어느 날 거울 앞에서 낯선 중년의 얼굴과 마주합니다. 누가 더 부유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탈무드가 말하는 '시간의 부자'란 이런 사람입니다. 거창한 철학이 아닙니다. 오늘 내 앞에 주어진 한 시간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는 사람, 남의 시간도 내 돈처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시간이 흘러간 뒤에야 아쉬워하는 대신 흘러가기 전에 그 무게를 아는 사람인 것입니다.
시간으로 돈을 살 수는 있습니다. 열심히 일한 시간이 월급이 되고, 꾸준히 쌓은 시간이 기술이 되고 자산이 됩니다. 그러나 돈으로 시간을 살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비싼 약도, 아무리 훌륭한 의사도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의 총량을 늘려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한 번쯤 물어보십시오. 통장 잔고보다 먼저 나는 시간의 부자인가, 아니면 시간의 가난뱅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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