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이른 아침에 소녀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습니다. 창밖으로 새소리가 들렸고, 이불 속에서 그녀는 무심코 크게 숨을 들이켰습니다. 그러다 문득 멈칫했습니다. 지금 이 숨이, 얼마나 당연하게 느껴지는가?
폐 속으로 공기가 들어오는 그 감각을 그녀는 태어나서 얼마나 의식하며 살았을까? 하루에 이만 번 넘게 숨을 쉬면서도, 그 단 한 번에도 감사한 적이 없었습니다. 숨이 막히거나 가빠질 때만, 그제야 우리는 숨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습니다. 고통이 먼저 찾아와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날 아침 그녀를 오래 붙잡아 두었습니다.
사랑도 그랬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산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큰 수술을 받았고, 아내는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수술실 불이 꺼지기를 기다렸습니다. 그 몇 시간 동안 그녀가 떠올린 것은 거창한 추억이 아니었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별말 없이 부엌에 들어와 설거지를 거들던 일, 자다가 발이 차다고 투덜거리면 말없이 제 발로 감싸주던 일,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수십 년을 공기처럼 마셨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녀는 그 모든 평범한 순간이 사실은 기적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남편이 회복실에서 눈을 뜨며 "배고프다"고 했을 때, 그녀는 펑펑 울었습니다. 그 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이었습니다.
우리는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사랑이 떠날 위기에 처해서야 깨닫습니다. 그래서 다짐합니다. '잊지 말자, 잊지 말자.' 하지만 일상은 다시 우리를 삼키고, 우리는 또다시 잊습니다. 그 망각과 각성의 반복이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다시 숨을 쉬고 다시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 가지 이상한 진실이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히말라야를 사진으로 볼 때와 직접 그 앞에 섰을 때의 감동은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동경하는 것들, 언젠가 가보리라 꿈꾸는 그 산, 그 바다, 그 사람은 대개 실제보다 상상 속에서 더 빛납니다. 상상은 흠집이 없기 때문입니다. 상상 속의 바다에는 해파리도 없고 쓰레기도 없습니다. 상상 속의 사람은 피곤하면 짜증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그 완벽한 환상 속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앞에 있는 산은 오르면 힘들고 발이 까집니다. 바로 앞에 있는 바다는 차갑고 때로 파도가 거셉니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은 내 마음 같지 않아서 서운하고 실망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투박한 실재 속에, 우리가 실제로 안을 수 있는 행복이 있습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꿈속의 행복을 좇다가, 눈앞의 것을 놓쳐버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삶이 힘들다고 말하는 것과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어떤 어머니는 암 투병을 하면서도 딸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나 지금 많이 아프긴 한데, 행복해. 네 얼굴 보면." 고통과 행복은 서로를 몰아내지 않습니다. 그 둘은 한 사람 안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고통이 깊을수록, 그 사이로 스며드는 행복의 빛이 더 선명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두면, 행복은 예고 없이 천 개의 얼굴로 찾아옵니다. 아침 커피 한 잔의 온기로, 오랜 친구의 문자 한 줄로, 길가에 피어난 이름 모를 꽃으로, 혹은 지하철 건너편 낯선 아이의 웃음으로, 마음이 닫혀 있으면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합니다. 행복이 없는 게 아니라, 행복이 들어올 문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행복과 숨바꼭질을 합니다.
행복이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그 설렘이, 사실은 삶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어디서 나타날까? 어떤 표정으로, 어떤 목소리로, 어떤 온도로 찾아올까? 그것을 기대하며 눈을 뜨는 아침이라면, 그 자체로 이미 행복의 시작입니다.
행복은 도착하는 것이 아닙니다. 날마다 새롭게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발견의 기쁨으로, 오늘도 우리는 살아갑니다.
"이것이 여호와께서 만드신 날이라, 우리가 기뻐하고 즐거워하리로다."(시편 118:24)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늘의 우리 - 우리 집이라는 말 (0) | 2026.02.26 |
|---|---|
| 찰나의 선택 - 생각 하나가 인생의 길을 바꾼다 (0) | 2026.02.26 |
| 하늘조차 꺾지 못하는 굳센 마음 하나 (1) | 2026.02.26 |
| 오늘도, 그냥 걷는다 (0) | 2026.02.20 |
| 폭풍 속의 등불 (0) | 2026.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