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시편 23:3)
정확히는 봄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어느 날이었습니다. 달력은 분명 4월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그는 그 계절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벚꽃이 흩날리는 것을 보면서도 그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그도 어딘가로 그냥 흘러가 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날 아침, 그는 방바닥에 한참을 누워 있었습니다.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도 아무 의미가 없겠구나. 알람은 두 번, 세 번 울리다 지쳐서 멈췄고, 그는 그 침묵 속에 그대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런 그를 일으킨 것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목이 말랐습니다. 물을 마시러 일어났고, 일어선 김에 별 생각 없이 슬리퍼를 끌고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이유도 없었고 목적지도 없었습니다. 그냥 문이 열려서, 밖이 거기 있어서, 한 발을 내디뎠을 뿐입니다.
동네 골목길은 평범했습니다. 특별히 아름다울 것도 없는, 낡은 담벼락과 화분들이 늘어선 좁은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걷기 시작한 지 몇 분이 지났을까, 어디선가 냄새가 났습니다. 흙 냄새였습니다. 누군가 화분에 물을 준 모양이었습니다. 촉촉하게 젖은 흙의 냄새, 봄비가 스며든 것 같은 그 냄새가 코끝을 건드리는 순간, 그는 걸음을 멈췄습니다.
"아, 이런 냄새가 있었구나." 별것 아닌 그 냄새 하나에 무언가 작은 균열이 생겼습니다. 먹구름처럼 눌러앉아 있던 마음 한쪽에, 바늘구멍만 한 틈이 뚫린 것 같았습니다. 그는 계속 걸었습니다.
공원에 이르렀을 때, 한 할머니가 벤치에 앉아 비둘기에게 빵 부스러기를 던져 주고 있었습니다. 비둘기들이 할머니의 발치에서 다투며 모여드는 것을 보고, 할머니가 소리 없이 웃었습니다.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곳에서, 아무에게도 보여주려 하지 않는 그 웃음이 그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분은 무슨 이유로 저렇게 웃고 있을까. 아마 이유 같은 건 없었을 것입니다. 그냥, 비둘기가 귀여워서. 그냥, 아침 햇살이 따뜻해서.
계속 걷다 보니 땀이 조금 났습니다. 몸이 데워지자 머릿속에서 빙빙 돌던 생각들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꽉 쥔 주먹을 천천히 펴는 것처럼, 억지로 생각을 멈추려 한 것도 아니고, 무슨 긍정적인 주문을 외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걸었을 뿐인데, 몸이 먼저 기억해 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어떤 감각인지를 말입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귀 옆을 스치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렸습니다. 그는 잠깐 눈을 감았습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나왔습니다. 흘렀습니다. 닦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씻어 주었습니다.
살다 보면 누군가 이런 말을 합니다.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그도 그 질문을 숱하게 자신에게 던졌습니다. 의미를 찾으면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필사적으로 의미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 더 괴로워졌습니다.
그날 걷고 나서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의미는 찾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 할머니가 비둘기에게 빵을 던져 주는 데 무슨 심오한 의미가 있었겠는가. 흙 냄새에 발걸음을 멈춘 그의 행동에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었겠는가. 그냥, 살아 있으니까, 냄새를 맡고, 바람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 것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의미는 살아낸 뒤에 뒤돌아볼 때 거기 붙어 있는 것이지,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혹시 방바닥에 붙어 있다면, 이것만 해보십시오. 물 한 잔 마시고, 신발을 신고, 문을 열어 보십시오. 거창한 다짐은 필요 없습니다. 목적지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걷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봄이면 꽃향기가, 여름이면 초록의 냄새가, 가을이면 낙엽 밟히는 소리가, 겨울이면 찬 공기가 당신의 뺨을 건드릴 것입니다. 자연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습니다. 왜 힘드냐고, 왜 이것밖에 못 하냐고 묻지 않습니다. 그냥 거기 있어 줍니다. 햇살은 우울한 사람에게도, 기쁜 사람에게도 똑같이 내리쬡니다.
뛰고 싶으면 뛰어도 됩니다. 노래가 흥얼거려지면 그래도 됩니다. 눈물이 나면, 그냥 두면 됩니다. 바람이 다 닦아 줍니다. 걷고 있는 당신, 지금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살아 있으니까,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위대한 것입니다.
"내가 산 자들의 땅에서 여호와의 선하심을 보게 될 줄 확실히 믿었도다."(시편 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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