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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부족함 속의 충만함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2. 19.

"우리는 충분히 가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원하지 않을 때 비로소 부유해진다."

어느 해 늦가을,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혼자 사는 노인이 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서울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했지만, 예순이 되던 해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 그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습니다. 멀쩡한 사업을 접고, 자식들 곁을 떠나,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 산속에 틀어박혀 사는 것이 그들의 눈에는 실패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얼굴에는 묘한 빛이 있었습니다. 주름은 깊었지만 표정은 맑았고, 말수는 적었지만 그 말 하나하나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마당을 쓸고, 텃밭에서 배추를 거두고, 저녁에는 작은 화롯가에 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세상이 그에게 붙여줄 직함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사장도, 아무개 씨도, 수상자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산 아래 사는 노인이었습니다.

그곳을 찾은 지인이 그에게 외롭지 않으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잠시 먼 산을 바라보다가 대답했습니다. "젊었을 땐 사람들 속에 있어도 늘 혼자였어. 지금은 혼자 있어도 늘 가득 차 있고..."

우리는 오래전부터 인생의 성취를 특정한 방식으로만 그려왔습니다. 더 좋은 자리, 더 큰 이름, 더 많은 소유,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저 사람보다 앞서야 한다고, 멈추면 뒤처진다고 속삭입니다. 그 목소리는 어릴 때부터 귓가에 달라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그 경주에서 이긴 사람들이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몇 해 전, 대기업 임원을 지낸 한 인물의 이야기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마흔 대에 이미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올랐습니다. 넓은 아파트, 좋은 차, 여러 사람의 존경, 그런데 그는 어느 날 새벽 세 시에 홀로 거실에 앉아 있다가 문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수십 년간 원해야 한다고 배운 것들을 향해 달려왔지만, 막상 손에 쥐고 보니 그것이 정말 자신의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배고픔이나 추위는 몸이 반응하는 명확한 고통입니다. 해결책도 뚜렷합니다. 먹으면 되고, 입으면 됩니다. 하지만 그가 느낀 공허는 달랐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알 수 없는,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은데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는 이상한 허기였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더 깊은 고통일 수 있습니다.

물론 가난을 낭만화하거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결핍은 분명히 고통스럽고, 생존의 문제는 진지하게 다뤄야 합니다. 다만 우리가 쉽게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바깥에서 얻은 것들이 내면의 평화를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의 선승 한 사람이 남긴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한 학자가 그를 찾아와 깨달음에 대해 물었습니다. 선승은 차를 따르기 시작했고, 찻잔이 가득 찼는데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차는 넘쳐흘렀습니다. 학자가 놀라 소리쳤습니다. "잔이 가득 찼습니다!" 선승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당신도 그렇습니다. 가득 찬 채로 오셨으니, 내가 무엇을 더 드릴 수 있겠습니까?"

우리 마음이 이미 무언가로 꽉 차 있을 때, 그것이 욕망이든 불안이든 타인의 시선이든, 진짜 기쁨이 스며들 틈은 없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비워야 채워집니다.

다시 그 산골 노인의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지인이 떠나기 전날 저녁, 그와 함께 마루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봤습니다.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귀뚜라미 소리와 바람 소리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침묵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랜만에 무언가 묵직하고 따뜻한 것이 가슴을 채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노인이 특별히 도를 닦은 사람이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는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더 이상 에너지를 쏟지 않는 법을 배웠을 뿐이었습니다. 그것이 그의 얼굴을 그토록 맑게 만든 이유였습니다.

충만함은 소유의 크기가 아니라 욕심의 크기에 달려 있습니다. 가진 것이 적어도 원하는 것이 그보다 적으면, 그 사람은 풍요롭습니다. 고요한 마음, 욕심 없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기쁨이 조용히 깃드는 자리일 것입니다.

"충분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부유합니다. 그리고 자연이 주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