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시골 마을에 두 형제가 살았습니다. 형 덕수는 날마다 복을 빌었습니다. 새벽마다 산에 올라 절을 하고, 점쟁이를 찾아다니며 길흉을 물었고, 이웃이 조금이라도 잘 되면 마음속으로 조급해졌습니다. 그는 '좋은 땅을 먼저 차지해야 한다', '기회를 남에게 빼앗기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늘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반면 동생 순수는 달랐습니다. 그저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때가 되면 거두었습니다. 이웃이 도움을 청하면 묵묵히 손을 내밀었고, 누가 잘 되었다는 소식에는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습니다.
십 년이 흘렀습니다. 덕수는 좋은 땅을 여러 곳 차지했지만, 욕심이 불러온 분쟁과 소송으로 재산의 절반을 잃었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그를 믿지 않아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내미는 이가 없었습니다. 순수는 여전히 작은 밭 하나를 일구고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를 신뢰했고, 그의 곁에는 언제나 사람이 모였습니다. 어느 해 큰 가뭄이 들었을 때, 이웃들이 앞다투어 순수에게 여분의 곡식을 나눠주었습니다. 그가 어려울 때 베푼 것들이 조용히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느 특정 시대나 나라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오늘날의 도시에서도, 기업 안에서도 얼마든지 같은 장면이 펼쳐집니다.
한 신생 기업에 두 직원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승진과 인정을 위해 상사의 눈에 들려 애쓰고, 동료의 공을 가로채기도 했습니다. 또 한 사람은 묵묵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면서, 동료가 어려움에 빠지면 별 대가 없이 도왔습니다. 처음 몇 해는 전자가 더 빠르게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쌓이자 무너지는 쪽은 늘 같았습니다. 진심이 없는 곳에서는 신뢰가 자라지 않고, 신뢰 없이 세운 자리는 모래 위의 집처럼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복은 애써 구하는 자의 손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이란 결과물처럼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살아온 시간의 자연스러운 그림자이기 때문입니다. 나무가 곧게 자라면 그늘이 저절로 넉넉해지듯이 말입니다.
화를 피하려는 조급함이 오히려 화를 자초하는 경우는 역사 속에서도, 일상 속에서도 반복됩니다.
한 상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단기간에 큰돈을 벌기 위해 속임수를 써가며 물건을 팔았습니다. 처음에는 잘 통했습니다. 그러나 소문은 결국 퍼지기 마련이었습니다. 고객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하자, 그는 더 큰 거짓말로 사태를 수습하려 했습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술수가 술수를 불렀습니다. 수습이 불가능해진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쌓아 올린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반면, 같은 시장에서 정직하게 장사하던 이는 처음에는 이익이 적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저 사람 것은 믿을 수 있다'는 평판이 쌓였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단골들이 남았고, 그 신뢰가 가게를 지켜주었습니다.
하늘의 뜻은 인간의 계산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우리가 얕은꾀로 세운 안전망은 언제나 빈틈이 있지만, 진심으로 쌓은 덕은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우리를 보호합니다.
우리는 지금 유례없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기술은 빠르게 바뀌고, 직업은 사라지거나 새로 생겨나며,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더욱 조급해집니다.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조금 더 영리하게 처신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이 마음을 채웁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진심을 알아보고, 신뢰를 귀하게 여기며, 덕 있는 사람 곁에 모인다는 것입니다. 첨단 기술이 넘쳐나도, 결국 사람들이 찾는 것은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나이팅게일은 전쟁터에서 간호를 하며 명성을 얻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눈앞의 환자를 살리려 했을 뿐입니다. 그 무심한 헌신이 역사에 그녀의 이름을 새겼습니다. 링컨은 정치적 계산 이전에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붙들었습니다. 물론 그의 생애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진심이 결국 나라를 지키는 힘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들이 위대한 것은 계략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본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복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복을 바라는 마음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닙니다. 다만, 복을 좇는 방법이 문제입니다. 복은 쫓아가면 달아나고, 등 돌리고 제 할 일을 묵묵히 하면 어느새 곁에 와 있는 것입니다.
오늘 내가 건네는 한마디 위로, 지나치듯 행하는 작은 친절, 손해가 되더라도 지키는 원칙 하나, 이런 것들이 쌓이면 그것이 바로 덕이 됩니다. 그리고 그 덕이 언젠가,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세상이 불확실하고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변치 않는 길이 오히려 가장 확실한 길이 됩니다. 그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에서부터 복은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복을 탐하지 않는 사람에게 하늘은 조용히 복을 내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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