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사람이 같은 날 아침, 같은 골목에서 출발합니다. 한 사람은 발밑만 보며 걷고, 다른 한 사람은 저 멀리 산 능선을 바라보며 걷습니다. 두 사람이 밟는 땅은 같지만, 그들이 보는 세계는 전혀 다릅니다. 걷는 속도도, 느끼는 풍경도, 도착하는 곳도 다를 것입니다.
길은 사람의 발이 만드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이 먼저 냅니다. 우리가 어느 쪽을 향해 마음을 두고 있느냐, 그것이 결국 삶의 길을 결정합니다.
젊은 두 친구가 있었습니다. 한 명은 준수, 다른 한 명은 재현이었습니다. 둘 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디자이너였고, 같은 해 작은 회사에 나란히 입사했습니다.
재현은 클라이언트의 눈에 띄기 위해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유행하는 스타일을 빠르게 흡수했고, 눈길을 끄는 작업물을 쏟아냈습니다. 처음 몇 년은 승승장구했습니다. 연봉도 오르고 이름도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늘 다음 트렌드를 쫓아야 했고, 어제 만든 것은 오늘 이미 낡아 있었습니다. 매일 밤 불안 속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준수는 달랐습니다. 그는 화려한 기교보다 사람들이 왜 아름다움을 필요로 하는지를 오래 생각했습니다. 천천히 읽고, 오래 관찰하고, 조용히 만들었습니다. 처음 몇 년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십 년이 지났을 때, 그의 작업에는 어떤 유행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깊이가 생겨 있었습니다.
재현의 길이 처음에 더 빛나 보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빛이 빠른 것은 그만큼 빨리 꺼집니다. 욕망을 좇는 길은 처음의 화려함 뒤에 좁은 시야와 번민을 숨기고 있습니다. 다음 걸음을 내딛기 전에, 그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를 바라볼 여유가 없어집니다.
마음이 욕망을 향할 때, 우리는 더 빨리 달리지만, 정작 어디로 가는지는 잊어버립니다. 속도는 늘어나지만 방향은 흐려지는 것입니다.
동양의 오래된 말에 "지족자부(知足者富)"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족함을 아는 자가 부유하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가난을 미화하는 말이 아닙니다. 마음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가 지금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것을 볼 줄 아는 눈, 그것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갈림길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종종 어느 쪽이 더 빠른 길인지를 먼저 묻습니다. 그러나 정작 물어야 할 것은 "어느 쪽이 더 넓은 길인가"입니다. 빠른 길은 많지만, 넓은 길은 드뭅니다. 넓은 길은 발로 걷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수행자가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나무는 어떻게 하느냐?" 제자가 답했습니다. "휩쓸립니다." 수행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면 산은?" 제자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습니다. "그냥 있습니다." 수행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마음도 그래야 한다. 바람에 흔들리되, 뿌리는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마음을 고요히 한다는 것은 세상과 담을 쌓는 일이 아닙니다.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욕망의 바람이 불 때 완전히 무감각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바람에 뿌리까지 뽑혀서는 안 됩니다. 고요함은 감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다스릴 줄 아는 힘입니다.
바른 뜻을 향해 마음을 모을 때, 삶은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더라도 내면에서부터 단단해집니다. 외부의 풍경이 아무리 요란해도, 나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을 때, 비로소 삶은 넉넉해집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같은 골목에서 출발한 두 사람, 발밑을 보며 걷던 사람은 안전하게 걸었지만, 골목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산 능선을 바라보며 걷던 사람은 때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지만, 결국 더 넓은 곳에 닿았습니다.
마음이 바라보는 곳이 곧 우리가 걷게 될 길입니다. 지금 당장 빛나는 것을 향하는지, 아니면 오래도록 빛날 것을 향하는지, 그 차이가 열 해, 스무 해가 지난 뒤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발이 아니라, 바른 방향을 볼 줄 아는 마음의 눈입니다. 마음을 고요히 하십시오. 바른 뜻을 향하십시오. 그 길은, 반드시 넓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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