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기는 올해 열여덟 살입니다. 인도의 한 선교지에서 고등학교 3학년으로 살아가는 이 소녀의 이름은 평범하지만, 그녀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선교사였고, 지금은 하나님 나라로 먼저 이사 가셨습니다. 아버지가 떠난 뒤, 짓다 만 선교센터와 엄마, 슬기, 그리고 동생만이 남았습니다. 엄마는 남편을 선교센터 곁에 묻고, 그 자리에서 여전히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한때 가족선교사였던 엄마는 아버지의 부재로 신분이 싱글선교사로 바뀌었습니다. 선교비 지원은 큰 폭으로 줄었고, 슬기는 더 이상 월 25만 원이 드는 국제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신 월 학비가 2,500원인 현지인 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그 적응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떠났을 때는 중학교 3학년, 한창 마음이 여린 시기였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아픔 속에서 자살을 생각할 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서 참았다”는 고백은 어린 소녀가 얼마나 깊은 영적 감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지금 슬기는 그 낯선 환경 속에서도 믿음의 사람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사역하며, 찬양 인도와 피아노 반주로 선교에 동역하고 있습니다. 작고 여린 몸이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순종과 헌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슬기의 꿈은 원래 선교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업가가 되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삶의 결핍을 통해, 가난한 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입니다. 그 꿈은 또 언젠가는 바뀔 수도 있겠지만, 하나님께 쓰임받고자 하는 중심은 여전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슬기네 가정에 다시 가족선교사로 파송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신 것입니다. 생활비와 사역비가 채워졌고, 그들은 다시 공동체로서 주님께 쓰임받게 되었습니다.
슬기를 처음 만난 것은 4월의 첫 수요일, 한 수요예배에서였습니다. 찬양 인도를 부탁했을 때,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순종했습니다. 그날 예배 중에 성도들은 찬양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깊이 경험했습니다. 하나님은 그 찬양의 울림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셨습니다. 교회는 슬기를 위한 장학금 계좌를 만들었고, 그 안에 1,000만 원이라는 큰 헌금을 담았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저 하나님이 감동을 주셨기에, 성도들은 움직였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감동시키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그 감동은 아무 데서나 오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 감동을 드리는 이들에게 하나님은 또 다른 이들을 감동시켜 동역하게 하십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을 감동시키는 삶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삶으로 확장됩니다.
하나님을 감동시키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이름 없이, 빛 없이, 그러나 있는 자리에서 주님을 예배하고 찬양하며, 자신의 작은 삶을 드리는 이들입니다. 그들의 순종이 하나님을 감동시키고, 그 감동은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님의 나라는 이어지고 확장됩니다.
우리는 때로 하나님께 큰일을 해야만 쓰임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언제나 “작은 자의 순종”을 기뻐하십니다. 슬기와 같은 사람들, 아픔을 품고도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삶으로 예배하며, 주어진 자리에서 충성하는 이들을 통해 하나님은 일하십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누군가의 작은 찬양, 눈물의 기도, 낮은 헌신에 감동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의 마음을 감동시키셔서 그 사람의 삶을 돕고, 붙들고, 함께 걷게 하십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방식입니다.
“하나님을 감동시키면, 하나님이 사람을 감동시키십니다.” 이 단순한 진리가 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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