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으로 사는 삶284 하찮은 것들의 쓰임, 다윗의 세 가지 기억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쓸모없다"고 낙인찍은 것들의 목록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자신의 과거이고, 어떤 이에게는 자신의 약함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은 일상의 수고입니다. 그런데 성경의 역사 속에서, 그리고 유대 전승 속에서 전해 내려오는 다윗 왕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네가 정말 무엇이 쓸모없는지 판단할 수 있는가?"첫 번째 기억은 동굴 앞의 거미줄입니다. 다윗은 거미를 싫어했습니다. 아무 데나 지저분하게 줄을 치고, 아무런 유익도 주지 못하는 벌레라고 여겼습니다. 그런 그가 사울 왕에게 쫓겨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 몸을 숨긴 곳은 다름 아닌 동굴이었습니다. 실제로 사무엘상 22장과 24장은 다윗이 아둘람 굴과 엔게디의 굴에서 사울을 피해 .. 2026. 8. 26. 형제간의 사랑, 예루살렘 성전이 세워진 자리 예루살렘 근교, 나지막한 산등성이 위에 밀밭과 과수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 밭을 나란히 일구며 살아가던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형은 이미 아내를 맞아 여러 자녀를 두었고, 동생은 아직 홀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뒤, 두 형제는 물려받은 밭과 곳간을 정확히 반으로 나누었습니다. 저울로 재듯 공평하게, 사과 한 알까지 똑같이 나누었을 것입니다. 그해 가을, 사과와 옥수수를 거두어들이는 날에도 두 사람은 그 원칙을 지켰습니다. 곡식과 열매를 정확히 절반씩 나누어 각자의 창고에 쌓아두었습니다.그런데 그날 밤, 아무도 잠들지 못했습니다. 동생은 어두운 방 안에 누워 생각했습니다. '형님 댁에는 식구가 많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먹는 양도 늘어날 텐데, 겨울 양식이 부족하면 어쩌나.' 그는 .. 2026. 8. 25.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를 살립니다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기약대로 그리스도께서 경건하지 않은 자를 위하여 죽으셨도다 의인을 위하여 죽는 자가 쉽지 않고 선인을 위하여 용감히 죽는 자가 혹 있거니와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로마서 5:6~8)1912년 4월, 대서양 한복판에서 타이타닉호가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구명보트의 자리는 턱없이 부족했고, 많은 남자들이 여자와 아이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훗날 사람들은 그 밤을 "인류애가 빛났던 순간"이라 기억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그 밤, 자리를 양보받은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대부분 자기 자녀, 자기 아내, 적어도 함께 배를 탄 낯익은 얼굴들이었습니다. 사랑할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 2026. 8. 22. 저녁의 침묵, 그리고 참된 존재의 근원 교회 안에서 조용히 섬기시던 한 권사님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늘 다른 사람의 필요를 먼저 채우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은 뒤로 미루며 사셨습니다. 자녀들의 기대, 남편의 요구, 공동체의 시선 속에서 하루하루를 소진하듯 살아가셨습니다. 어느 날 심방 중에 그분이 목사님께 이렇게 고백하셨습니다. "목사님, 저는 제가 오늘 하루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조차 모르겠어요. 그냥 시키는 대로, 필요한 대로 움직였을 뿐이에요."그 말씀을 들으며 목사님은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를 떠올렸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스스로 사유하지 못하고 타인의 의지에 끌려다니는 삶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그 통찰이, 그 권사님의 고백 속에 그대로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데카르트는 하루의 끝, 고요한.. 2026. 8. 18. 이전 1 2 3 4 ··· 7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