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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으로 사는 삶

내 인생 최악의 날에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12. 20.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시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시기를 심판하여 이길 때까지 하리니”(마태복음 12:20)

인생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있습니다. 기도할 힘도 없고,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이유도 없고, 울고 싶어도 눈물조차 남아 있지 않은 날입니다. 그날의 나는 마치 바싹 말라버린 물항아리 같았습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고, 바닥에서는 텅 빈 소리만 울렸습니다. 사람을 만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고, 말씀을 펼쳐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도망치듯이,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모른 채 집 앞 나무 곁에 섰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저 엄지손가락으로 나무 잎사귀 하나에 쌓인 먼지를 문질러 주는 것뿐이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행동이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의미 없어 보일 만큼 작고 느린 움직임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그 작은 손길로 잎 위의 먼지가 벗겨지자 서늘하면서도 윤기 나는 잎의 감촉이 손끝에 전해졌습니다. 나는 그 잎을 조심스럽게 들어 내 뺨에 살짝 대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말라 있던 내 안으로 강렬한 생명의 향기가 밀려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시고도 신선한, 살아 있다는 증거 같은 향기입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그 향기는 분명히 “
지금도 생명은 여기 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나는 하나님은 우리가 대단한 믿음을 보일 때만 우리 곁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때, 그저 한 장의 잎을 만질 힘밖에 남아 있지 않을 때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생명을 자라게 하고 계신다는 것을 말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시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신다.” 그날의 나는 상한 갈대였고, 거의 꺼져가는 심지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를 몰아붙이지 않으셨습니다. “더 믿어라”, “더 기도해라”라고 재촉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나무 한 그루를 그 자리에 세워 두셨고 잎사귀 하나에 생명의 향기를 숨겨 두셨습니다.

신앙이란 때로는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명을 알아차리는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최악의 날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신앙적인 일은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작은 생명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한 장의 잎을 닦는 일, 한 번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일, 오늘 하루를 그냥 살아내는 일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은 텅 빈 항아리 같던 내 안에 다시 생명의 향기를 채워 주셨습니다. 아주 조금씩,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분명하게 말입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내 인생 최악의 날에도 하나님은 떠나지 않으셨다는 것을 말입니다.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에게 가까이 하시고 충심으로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도다”(시편 3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