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시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시기를 심판하여 이길 때까지 하리니”(마태복음 12:20)
인생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있습니다. 기도할 힘도 없고,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이유도 없고, 울고 싶어도 눈물조차 남아 있지 않은 날입니다. 그날의 나는 마치 바싹 말라버린 물항아리 같았습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고, 바닥에서는 텅 빈 소리만 울렸습니다. 사람을 만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고, 말씀을 펼쳐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도망치듯이,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모른 채 집 앞 나무 곁에 섰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저 엄지손가락으로 나무 잎사귀 하나에 쌓인 먼지를 문질러 주는 것뿐이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행동이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의미 없어 보일 만큼 작고 느린 움직임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그 작은 손길로 잎 위의 먼지가 벗겨지자 서늘하면서도 윤기 나는 잎의 감촉이 손끝에 전해졌습니다. 나는 그 잎을 조심스럽게 들어 내 뺨에 살짝 대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말라 있던 내 안으로 강렬한 생명의 향기가 밀려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시고도 신선한, 살아 있다는 증거 같은 향기입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그 향기는 분명히 “지금도 생명은 여기 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나는 하나님은 우리가 대단한 믿음을 보일 때만 우리 곁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때, 그저 한 장의 잎을 만질 힘밖에 남아 있지 않을 때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생명을 자라게 하고 계신다는 것을 말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시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신다.” 그날의 나는 상한 갈대였고, 거의 꺼져가는 심지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를 몰아붙이지 않으셨습니다. “더 믿어라”, “더 기도해라”라고 재촉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나무 한 그루를 그 자리에 세워 두셨고 잎사귀 하나에 생명의 향기를 숨겨 두셨습니다.
신앙이란 때로는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명을 알아차리는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최악의 날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신앙적인 일은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작은 생명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한 장의 잎을 닦는 일, 한 번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일, 오늘 하루를 그냥 살아내는 일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은 텅 빈 항아리 같던 내 안에 다시 생명의 향기를 채워 주셨습니다. 아주 조금씩,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분명하게 말입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내 인생 최악의 날에도 하나님은 떠나지 않으셨다는 것을 말입니다.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에게 가까이 하시고 충심으로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도다”(시편 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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