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너무 자주 “정답”을 서두릅니다. 가능하면 빨리, 가능하면 확실하게, 가능하면 눈에 보이는 결과를 원합니다. 신앙생활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신앙을 마치 수학 문제처럼 대합니다. 풀이 과정이 어떠하든, 답만 맞히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도를 했고, 예배에 참석했고, 헌신도 했으니 이제 하나님이 원하는 결과를 주셔야 한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신앙은 결코 수학 문제가 아닙니다.
수학 문제는 정답이 분명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신앙은 ‘얼마나 빨리 맞혔는가’를 묻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너는 이 과정을 어떻게 지나오고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사실은 이것입니다. 문제 자체가 잘못 설정되어 있다면, 아무리 열심히 풀어도 바른 답에 이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앙에서는 답보다 먼저 문제를 살펴야 합니다. 지금 내가 붙들고 있는 질문이 과연 하나님 앞에서 옳은 질문인지, 내가 원하는 답이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는 답인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가치 있는 삶을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흔히 ‘잘 살았다’는 기준을 결과로 판단합니다. 부자가 되었는지, 남들보다 앞섰는지, 안정적인 자리에 올랐는지로 삶의 가치를 재단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하나님은 종종 가난이라는 과정을 통해 우리를 다루십니다. 부족함 속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우게 하시고, 소유가 아닌 관계가 삶의 본질임을 깨닫게 하십니다. 가난은 실패가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건네시는 질문일 수 있습니다. “너는 지금 무엇을 붙들고 살아가고 있느냐?”
의미 있는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성공을 통해서만 의미를 찾으려 합니다. 성취감, 인정, 박수 속에서 삶의 의미를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실패라는 시련을 통해서도 우리를 가르치십니다. 넘어져 본 사람만이 방향을 다시 점검할 수 있고, 길을 잃어 본 사람만이 참된 길을 묻습니다. 실패는 삶의 낙오가 아니라, 방향을 새롭게 배우는 학교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결과만 바라볼 때 생깁니다. 결과에만 시선을 두면, 어느 순간 결과가 하나님보다 앞자리에 앉게 됩니다. 결과를 우상으로 모시고 살면 인내는 사치가 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적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정은 무시되고, 사람은 수단이 되며, 기다림은 낭비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의 성품과 정반대의 태도입니다.
하나님은 오래 참으시는 분입니다. 서두르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조급해할 때도 하나님은 천천히 일하십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결과만이 아니라 사람을 다루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삶의 모든 과정에 함께하시기를 원하십니다. 시작부터 하나님과 함께하지 않으면, 끝에서 아무리 그럴듯한 매듭을 지으려 해도 그것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결론이 아닙니다.
그래서 신앙생활은 내가 무엇을 얼마나 이루어 냈는지를 증명하는 삶이 아닙니다. 신앙은 나의 성취를 전시하는 무대가 아니라, 하나님의 옳으심이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내 삶을 통하여 “그래도 하나님은 옳으셨다”는 고백이 흘러나오는 것, 그것이 신앙의 열매입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 성공이 아니라 기다림과 실패 속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 길이 신앙의 길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묻습니다. “언제 답이 나오나요?” 그러나 하나님은 이렇게 응답하십니다. “지금 이 과정을 나와 함께 걷고 있느냐?” 신앙은 빨리 답을 아는 삶이 아니라, 답을 향해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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