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이 백성에게 풀밭에 내리는 비처럼, 땅에 떨어지는 단비처럼 되게 하소서. 그가 다스리는 동안, 정의가 꽃을 피우게 하시고, 달이 다 닳도록 평화가 넘치게 하소서.”(시편 72:6~7:새번역)
겨울이 길어질수록 사람의 마음은 얼어붙기 쉽습니다. 인생의 어려움과 세상의 혼란을 마주할 때, 우리는 마치 딱딱한 땅 속에 갇혀 있는 씨앗처럼 숨을 고르며 버틸 뿐입니다. 그러나 봄이 오면, 놀랍게도 그 굳은 땅을 밀어 올리고 나오는 생명의 힘이 있습니다. 가장 연약해 보이는 새싹이 가장 단단한 땅을 밀어 올립니다. 이 생명력, 이 부드러움 속의 강함이 바로 시편 72편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입니다.
시편 72편은 ‘메시아의 시’라 불립니다. 다윗이 그의 아들 솔로몬에게 주기도 한 기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장차 오실 참된 왕,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예언적 시입니다. 시에는 놀라울 정도로 강렬한 ‘봄의 에너지’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6~7절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왕이 백성에게 풀밭에 내리는 비처럼, 땅에 떨어지는 단비처럼 되게 하소서. 그가 다스리는 동안 정의가 꽃을 피우고 달이 다 닳도록 평화가 넘치게 하소서.” (시 72:6~7)
이 장면은 마치 메말라 갈라진 땅 위에 단비가 내리고, 그 비를 머금은 땅에서 어느새 푸른 새싹이 돋아나는 광경과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참된 왕이 오실 때 그분의 통치는 억누르는 권력이 아니라 “단비”입니다. 그분의 나라는 억압이 아니라 “새싹이 돋아나는 은혜”입니다. 정의가 억지로 강요되는 시대가 아니라 자연스레 꽃을 피우는 계절이 찾아옵니다. 평화 역시 잠깐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 아니라 달이 닳도록, 곧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깊고도 오래가는 평화입니다.
우리는 왜 이 시편을 지금 읽어야 할까요? 오늘 우리의 현실은 아직 겨울 같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서로를 향해 날카롭고, 교회는 분열을 경험하고, 개인의 삶에는 각기 다른 고통의 바람이 붑니다. 남과 북 사이의 긴장, 세계 곳곳의 전쟁, 삶을 위협하는 경제적 어려움… 이 모든 것은 마치 봄을 가로막는 두꺼운 얼음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봄이 온다.” 그 ‘봄’은 인간의 낙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메시아이신 예수께서 통치하실 때 비로소 땅은 부드러워지고, 마음은 열리고, 생명은 솟아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봄을 억지로 만들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메시아의 통치를 바라며 그분의 은혜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겨울을 지나온 땅처럼, 하나님이 흘려주시는 단비를 받을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그 비가 닿는 곳에서는 반드시 정의의 꽃이 피고, 반드시 화평의 새싹이 돋아납니다.
그리고 그 새싹은 우리가 살아가는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가정에서 작은 용서를 하나 실천하는 것이 새싹입니다. 직장에서 정직함을 선택하는 것이 새싹입니다. 교회에서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손길이 새싹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를 위해 마음을 쓰는 행동이 새싹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거대한 폭발처럼 시작되지 않습니다. 봄날 땅을 뚫고 올라오는 작은 새싹처럼 시작됩니다.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그 속에 온 계절을 변화시키는 힘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우리는 메시아의 단비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작은 새싹처럼, 하나님 나라의 생명을 우리의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메마른 겨울을 지나고 있는 당신에게,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은혜의 봄비’가 내리고, 당신의 삶 속에서도 정의와 평화의 새싹이 자라나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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