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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신앙

산이 사라져도 남아 있는 피난처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8. 15.

시편 11:1~7

1내가 여호와께 피하였거늘 너희가 내 영혼에게 새 같이 네 산으로 도망하라 함은 어찌함인가
2악인이 활을 당기고 화살을 시위에 먹임이여 마음이 바른 자를 어두운 데서 쏘려 하는도다
3터가 무너지면 의인이 무엇을 하랴
4여호와께서는 그의 성전에 계시고 여호와의 보좌는 하늘에 있음이여 그의 눈이 인생을 통촉하시고 그의 안목이 그들을 감찰하시도다
5여호와는 의인을 감찰하시고 악인과 폭력을 좋아하는 자를 마음에 미워하시도다
6악인에게 그물을 던지시리니 불과 유황과 태우는 바람이 그들의 잔의 소득이 되리로다
7여호와는 의로우사 의로운 일을 좋아하시나니 정직한 자는 그의 얼굴을 뵈오리로다


억울함이 가슴을 조일 때, 설명되지 않는 두려움이 갑자기 엄습할 때, 세상 구석구석에서 들려오는 재난과 증오의 소식이 우리를 무력감에 빠뜨릴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도망갈 산”을 찾습니다. 다윗의 귀에도 그런 조언이 들렸습니다. “새같이 네 산으로 도망하라”(1절). 그러나 다윗은 단호히 말합니다. “내가 여호와께 피하였거늘.” 피난처는 ‘어디’가 아니라 ‘누구’입니다. 장소가 아니라 인격, 방법이 아니라 임재입니다.

어릴 적 마음이 복잡하면 찾던 동네 산과, 그 산에 서 있던 참나무 같은 피난처가 세월 속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아파트 숲이 들어서면 추억의 그늘도 옅어집니다. 그래서 더 분명해집니다. 흔들리지 않는 피난처는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사실입니다. 다윗에게 피난처는 “주님을 부르던 그 순간, 그 자리”였습니다. 하나님을 부르는 즉시 그분의 임재가 “여기”가 됩니다.

두려움은 늘 현실적인 조언처럼 들립니다. “활이 이미 당겨졌다, 어둠 속에서 너를 겨눈다.” 맞습니다. 위험은 실제입니다. 그러나 두려움의 조언은 언제나 방향을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는 쪽’으로 기울입니다. 다윗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대신 출발점을 바꿉니다. 상황에서 출발하지 않고, 피난처이신 하나님에게서 출발합니다. “내가 여호와께 피하였거늘” 믿음은 현실을 무시하는 맹목이 아니라, 현실보다 먼저 자리하는 관계의 기억입니다.

”(기초)가 무너질 때 의인은 무엇을 할까요? 다윗은 두 가지를 가르칩니다.
첫째, 내 터를 점검합니다. 내 마음의 기초인 예배, 진실, 정의가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가 입니다. 둘째, 하나님의 터를 바라봅니다. 인간의 제도와 질서는 흔들리지만, 하나님 나라의 토대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의인은 패닉 속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고, 기초로 돌아가는 선택을 합니다. 다시 말씀 앞으로, 다시 기도 자리로, 다시 작은 순종으로 말입니다.

여호와의 보좌는 하늘에 있음이여… 그의 안목이 그들을 감찰하시도다." 인간의 조언은 지평선 너머를 보지 못하지만, 하늘 보좌의 시선은 모든 것을 ‘위에서’ 봅니다. “감찰”은 금속을 단련하듯 시험한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의인을 감찰하신다는 말은 의심의 눈초리가 아니라 정금 되게 하려는 사랑의 시험입니다. 반대로 폭력을 즐기는 자를 하나님은 미워하십니다. 하나님은 폭력과 거짓을 ‘중립’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신음은 보좌에 닿고, 보좌는 침묵하지 않습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공의를 무서운 이미지로 그립니다. “불과 유황과 태우는 바람” 이것은 복수심 가득한 인간 보복의 그림이 아니라, 도무지 멈추지 않는 악에 대한 창조주의 정당한 판단입니다. 이 확신이 두려움 속 의인에게 어떤 힘이 됩니까? 내 손에서 칼을 내려놓게 합니다. 정의는 사라지지 않았고, 최종 심판은 보류되었을 뿐 포기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절망 대신 인내를, 분노의 보복 대신 의로운 기다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시편 11편의 절정은 “정직한 자는 그의 얼굴을 뵈오리로다”입니다. 성경에서 ‘정직’(곧음)은 안과 밖이 같은 상태, 하나님 앞에서 휘지 않는 선을 의미합니다. 정직은 능력보다 관계의 방향입니다. 그분을 향해 곧게 서는 것, 그렇게 서는 자에게 약속된 복은 결국 “얼굴을 뵈옴”, 곧 임재의 친밀함입니다. 피난처가 되신 하나님께 달려간 자는, 피난이 끝나면 발견하게 됩니다. 내가 찾은 것은 안전이 아니라 얼굴이었구나, 그리고 그 얼굴이 가장 큰 안전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