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편 9:7~12, 18~20
7여호와께서 영원히 앉으심이여 심판을 위하여 보좌를 준비하셨도다
8공의로 세계를 심판하심이여 정직으로 만민에게 판결을 내리시리로다
9여호와는 압제를 당하는 자의 요새이시요 환난 때의 요새이시로다
10여호와여 주의 이름을 아는 자는 주를 의지하오리니 이는 주를 찾는 자들을 버리지 아니하심이니이다
11너희는 시온에 계신 여호와를 찬송하며 그의 행사를 백성 중에 선포할지어다
12피 흘림을 심문하시는 이가 그들을 기억하심이여 가난한 자의 부르짖음을 잊지 아니하시도다
18궁핍한 자가 항상 잊어버림을 당하지 아니함이여 가난한 자들이 영원히 실망하지 아니하리로다
19여호와여 일어나사 인생으로 승리를 얻지 못하게 하시며 이방 나라들이 주 앞에서 심판을 받게 하소서
20여호와여 그들을 두렵게 하시며 이방 나라들이 자기는 인생일 뿐인 줄 알게 하소서 (셀라)
시편 9편은 한 노래이자 기도입니다. 다윗은 먼저 전심으로 하나님을 찬양하지만, 곧 이어서 억울함과 고통을 고백합니다. 그 안에는 감사와 탄식이 함께 있고, 개인의 체험과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과 보호에 대한 확신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 노래는 우리에게 두 가지 길을 보여줍니다. 눈물을 쏟으며 하나님께 부르짖는 길과, 하나님이 결국 공의로 심판하시고 억눌린 자를 기억하심을 믿고 다시 찬송하는 길입니다.
시편은 하나님을 ‘영원히 보좌에 앉으신 재판장’으로 묘사합니다(7절). 인간의 눈에 공의가 느리게 오는 것처럼 보여도, 하나님은 역사를 보시고 억울함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12절과 18절은 특히 우리 가슴을 붙잡습니다. “피 흘림을 심문하시는 이가 그들을 기억하심이여… 궁핍한 자가 항상 잊혀짐을 당하지 아니함이여.” 이 말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서 약속입니다. 지금 눈앞에 정의가 실현되지 않아도, 하나님은 가난하고 억눌린 자의 부르짖음을 잊지 않으십니다.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고통당한 이들,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받았던 할머니들, 먼 이국에서 착취당한 노동자들, 어린 나이에 파괴된 삶을 살아온 이들은 사회의 관심이 식으면 쉽게 잊힙니다. 그러나 시편은 그런 자들의 외침을 하나님이 듣고 계신다고 말합니다. “주를 아는 자는 주를 의지하리니 주를 찾는 자들을 버리지 아니하심이니이다”(10절). 이 약속이야말로 고단한 삶을 붙드는 등불입니다.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는 우리의 판단을 쉽지 않게 합니다. 칼을 품고 살았지만 예수를 만나 칼을 내려놓았다는 고백은, 용서와 내면의 평화를 얻는 사람들의 실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기억해야 합니다. 용서는 피해자가 스스로 선택하는 일이자 신앙의 열매일 수 있지만, ‘용서하라’는 말이 곧 ‘정의를 요구하지 말라’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심판하시겠다는 약속은, 인간이 폭력과 억압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적 요구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억하기: 역사의 이름들을 기록하고, 개인의 이야기를 듣고 남깁시다. 망각은 또 다른 폭력입니다.
돌봄과 연대: 외로움과 가난 속에 있는 이들을 찾아가 안아주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합시다. 작은 보살핌이 한 사람의 존엄을 지킵니다.
공의의 요구: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일에 함께합시다. 정의 추구는 복음적 윤리의 한 부분입니다.
기도와 탄원: “주님, 일어나 주소서!”라고 간절히 부르짖읍시다. 우리의 기도는 무력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부르짖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십니다.
다윗은 단지 탄식만 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주의 모든 기이한 일들을 전하리이다”(1절)라며 하나님을 찬송하겠다고 고백합니다. 이 찬송은 현실을 외면하는 도피가 아니라, 고통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붙드는 믿음의 소리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를 동시에 품는 것입니다. 현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되, 그 아픔을 하나님께 맡기며 희망을 붙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의 노래는 진실하고 힘을 가집니다.
억울하고 외롭고 가난할 때, 우리는 쉽게 타협하거나 포기할 수 있습니다. 시편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대신 부르짖으라, 기억하라, 행동하라. 교회는 그 외침을 대변하고, 그 손을 잡아주며, 공의의 편에 서야 합니다. 개인에게는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작은 결단이, 사회에는 잊지 않는 문화와 제도를 세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제, 당신의 마음에 억울함이나 기억하고 싶은 이름이 떠오른다면, 작은 한 걸음을 내딛어 보십시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기도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하나님은 그 발걸음을 잊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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