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편 6:1~10
1여호와여 주의 분노로 나를 책망하지 마시오며 주의 진노로 나를 징계하지 마옵소서
2여호와여 내가 수척하였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여호와여 나의 뼈가 떨리오니 나를 고치소서
3나의 영혼도 매우 떨리나이다 여호와여 어느 때까지니이까
4여호와여 돌아와 나의 영혼을 건지시며 주의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소서
5사망 중에서는 주를 기억하는 일이 없사오니 스올에서 주께 감사할 자 누구리이까
6내가 탄식함으로 피곤하여 밤마다 눈물로 내 침상을 띄우며 내 요를 적시나이다
7내 눈이 근심으로 말미암아 쇠하며 내 모든 대적으로 말미암아 어두워졌나이다
8악을 행하는 너희는 다 나를 떠나라 여호와께서 내 울음 소리를 들으셨도다
9여호와께서 내 간구를 들으셨음이여 여호와께서 내 기도를 받으시리로다
10내 모든 원수들이 부끄러움을 당하고 심히 떪이여 갑자기 부끄러워 물러가리로다
아픔은 우리를 침묵하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가장 진실한 목소리를 끌어내기도 합니다. 시편 6편에서 다윗은 침묵 대신 울음을 택합니다. 몸은 쇠약하고 뼈가 떨리며 영혼은 깊은 불안 속에 있지만, 그 소리는 하나님께 향합니다. 이 짧은 시편은 고통 속에서 드러나는 회개와 기도, 그리고 응답의 길을 보여 줍니다. 이제 한 구절씩, 그리고 전체 흐름을 따라 이 기도의 신비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여호와여 주의 분노로 나를 책망하지 마시오며 주의 진노로 나를 징계하지 마옵소서.” 다윗은 먼저 하나님과의 관계의 실상을 직시합니다. 그의 말은 단순한 두려움의 호소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내가 하나님께 순종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정당한 책망을 받을 만한 자이다’라는 자각이 깔려 있습니다. 고통 앞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가 아니라 ‘내 죄와 하나님의 거룩함’을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회개는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정직한 인정입니다.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나의 뼈가 떨리오니…나의 영혼도 매우 떨리나이다.” ‘뼈’와 ‘영혼’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신체묘사 이상입니다. 뼈는 육체적 고통과 삶의 근거가 흔들리는 상태를, 영혼은 존재 전체가 흔들리는 내면의 심리 상태를 드러냅니다. 다윗은 자신의 전 존재가 불안과 죽음의 그림자 아래에 있음을 고백합니다. 중요한 점은 그의 고백이 체념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고통을 있는 그대로 하나님 앞에 내어놓습니다.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정직함이 바로 기도의 첫 단계입니다.
“여호와여 돌아와…주의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소서…스올에서 주를 기억하는 일이 없사오니…” 다윗은 죽음(스올)이 가져오는 궁극적 비극을 지적합니다. 죽음의 상태에서는 더 이상 하나님을 찬양하거나 감사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서 신앙적 위기입니다. 그래서 ‘지금’ 돌아와 달라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우리의 기도에도 종종 ‘지금’이라는 긴박함이 필요합니다. 미루어 둘 수 있는 신앙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순간, 기도는 간절해집니다.
“내가 탄식함으로 피곤하여 밤마다 눈물로 내 침상을 띄우며…내 눈이 근심으로 쇠하였나이다.” 다윗은 눈물을 숨기지 않습니다. 밤마다 흐르는 눈물은 그의 일상이 되었고, 그것은 단지 슬픔의 표면이 아니라 기도의 심층입니다. 탄식과 눈물은 하나님 앞에서의 솔직한 예배입니다. 우리는 때로 ‘감정이란 약함’이라 여겨 숨기려 하지만, 성경은 눈물마저 하나님께 올려 드릴 수 있는 진실한 경배로 보십니다. 애통은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악을 행하는 너희는 다 나를 떠나라…여호와께서 내 간구를 들으셨음이여…내 모든 원수들이 부끄러움을 당하리로다.” 이 시편의 끝은 놀랍도록 희망적입니다. 다윗의 울음은 단지 자기연민에 머무르지 않았고, 회개의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응답을 경험합니다. ‘주께서 내 간구를 들으셨음이여’ 이 고백은 기도의 결과로부터 오는 확신입니다. 응답의 모습은 즉시적일 수도 있고, 천천히 나타날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다윗의 믿음이 이미 응답을 확신하는 단계에까지 이릅니다.
기도 응답의 신비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몇 가지 통찰내용 입니다.
1. 고통은 기도를 불러냅니다. 아픔과 위기 가운데 우리는 자신의 연약함과 한계,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시 보게 됩니다. 다윗처럼 솔직하게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 기도는 형식이 아니라 생생한 만남이 됩니다.
2. 회개는 응답으로 가는 문입니다. 회개는 ‘벌을 면해 달라’는 교활한 청원이 아닙니다. 그것은 관계 회복을 향한 진정한 방향 전환이며,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자비가 역사할 자리가 열립니다.
3. 눈물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경배입니다. 탄식과 눈물은 하나님께 드려질 수 있는 정직한 언어입니다. 감정의 솔직함이 기도의 깊이를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4. 죽음의 현실은 기도의 긴박함을 가르칩니다. 스올에서 더 이상 주를 기억할 수 없다는 사실은 지금 이 순간 하나님과의 화목을 회복해야 함을 일깨웁니다. 미루지 마십시오.
5. 응답은 하나님의 주권과 사랑 속에서 옵니다. 다윗의 확신은 감정의 급반전이 아니라, 회개와 신뢰가 만나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평안입니다. 응답의 방식은 다양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의 자녀의 부르짖음을 들으십니다.
다윗의 기도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고통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찾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며, 회개와 간구는 응답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 당신이 어디에 있든, 다윗처럼 눈물로, 정직하게, 절박하게 하나님께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그 은혜를 당신도 알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 내 연약함을 숨기지 않게 하시고, 내 연민과 두려움을 주께 고백하게 하소서. 주의 긍휼로 나를 덮어 주시고, 내가 진심으로 회개할 때 주께서 일하시어 살게 하옵소서. 스올의 어두움에서 구원하실 주님을 의지하오니, 지금 이 자리에서 주의 사랑으로 나를 새롭게 하시고 평강을 허락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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