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편 7:1~10
1여호와 내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피하오니 나를 쫓아오는 모든 자들에게서 나를 구원하여 내소서
2건져낼 자가 없으면 그들이 사자 같이 나를 찢고 뜯을까 하나이다
3여호와 내 하나님이여 내가 이런 일을 행하였거나 내 손에 죄악이 있거나
4화친한 자를 악으로 갚았거나 내 대적에게서 까닭 없이 빼앗았거든
5원수가 나의 영혼을 쫓아 잡아 내 생명을 땅에 짓밟게 하고 내 영광을 먼지 속에 살게 하소서 (셀라)
6여호와여 진노로 일어나사 내 대적들의 노를 막으시며 나를 위하여 깨소서 주께서 심판을 명령하셨나이다
7민족들의 모임이 주를 두르게 하시고 그 위 높은 자리에 돌아오소서
8여호와께서 만민에게 심판을 행하시오니 여호와여 나의 의와 나의 성실함을 따라 나를 심판하소서
9악인의 악을 끊고 의인을 세우소서 의로우신 하나님이 사람의 마음과 양심을 감찰하시나이다
10나의 방패는 마음이 정직한 자를 구원하시는 하나님께 있도다
“세상은 속아도 하나님은 속지 않으신다.” 이 말은 단순한 도덕적 위로를 넘어서, 우리가 삶 가운데 맞닥뜨리는 불의와 오해, 억울함 앞에서 붙들어야 할 근거 있는 믿음을 말해 줍니다. 시편 7편에서 다윗은 쫓기고 비방받는 상황 속에서 성소로 달려가 하나님께 피하며,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고 동시에 하나님께 공의로운 심판을 간구합니다.
다윗은 두려움 가운데 “여호와 내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피하오니”라고 고백합니다. 이 한 문장에는 인간의 연약함과 동시에 하나님을 향한 신뢰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성소로의 피신’은 도망의 무능함을 신앙적 행동으로 전환시킨 모습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행동이 기도임을 깨닫는 순간, 그 기도는 체념이 아니라 신뢰가 됩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다윗의 정직성입니다. 그는 “내가 이런 일을 행하였거나… 내 손에 죄악이 있거든”이라고 말하며 만약 죄가 있다면 하나님의 심판을 달라 요구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봅니다. 하나는 피난처로서의 하나님을 신뢰하는 용기, 다른 하나는 자기 삶을 하나님 앞에 꺼내 보일 수 있는 솔직함입니다. 억울할 때 ‘나는 억울하다’며 울부짖는 것과 동시에 ‘혹시 내가 잘못했는가?’를 스스로 묻는 태도는 균형 잡힌 신앙의 모습입니다.
다윗은 하나님께 “나의 의와 나의 성실함을 따라 나를 심판하소서”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의’, ‘성실함’은 고대 사람들의 언어로 ‘염통(마음)’과 ‘콩팥(양심)’이었습니다. 곧 생각과 결단, 감정과 도덕적 직관, 내면의 자리 전체를 하나님이 아신다는 고백입니다. 사람에게는 보이는 행위만이 있지만, 하나님은 그 마음과 동기를 꿰뚫어 보십니다.
시편은 또한 하나님을 ‘분노하시는’ 재판장, 심판을 준비하신 분으로 묘사합니다. 이 표현은 우리가 두려워할 분이라기보다, 불의와 거짓에 대해 결코 무관심하지 않으신 분임을 알려 줍니다. 사회가 침묵하거나 거짓이 힘을 얻는 순간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공의를 준비하시고, 결국엔 모든 것이 드러나게 하십니다.
다윗은 악인이 스스로 함정을 판다고 말합니다. 거짓과 폭력은 일시적으로 성공을 줄 수 있지만, 그 결과는 결국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이는 단순한 인과율이 아니라 도덕적 우주관의 표현입니다. 선과 악은 궁극적으로 서로를 가르는 힘을 가지고 있고, 하나님은 그 과정을 관장하십니다. 그래서 다윗은 마지막에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이미 하나님의 공의가 작동함을 믿기 때문입니다.
억울함과 비방 앞에서 첫 반응이 ‘반격’이나 ‘숨기기’가 되기 쉽습니다. 다윗처럼 먼저 하나님께 나아가십시오. 기도는 방어가 아니라 해명이나 복수보다 우선하는 신적 피난처입니다. 동시에 법적·사회적 절차를 성실히 따르되, 마음은 하나님께 맡기십시오. 그리고 다윗은 ‘내가 잘못했는가?’를 먼저 물었습니다. 우리도 비난을 받을 때 단순히 ‘나는 억울하다’로만 끝내지 말고, 마음의 동기와 말과 행동을 돌아보십시오. 진정한 회개는 수치가 아니라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하나님께서 심판하시리라”는 확신은 복수심을 누르는 힘입니다. 억울함을 느껴도 복수로 답하지 말고, 공의가 행해지도록 기도하고 행동하십시오. 교회 공동체는 약자를 보호하고 불의를 밝혀내는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세상은 속아도 하나님은 속지 않으신다”는 진리는 개인의 양심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윤리로 확장됩니다. 거짓된 정보, 위선적 지도자, 불공정한 시스템은 결국 공동체를 병들게 합니다. 교회와 신앙인은 진리를 말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쪽에 서야 합니다.
다윗의 기도는 단지 고대의 한 개인의 호소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반복해서 배우고 실천해야 할 삶의 태도입니다. 억울함 앞에서 하나님께 달려가는 용기, 자기 마음을 꺼내 보이는 정직함, 그리고 하나님의 공의를 기다리는 인내, 이 세 가지가 우리를 흔들림 없이 서게 합니다. 세상은 일시적으로 속일 수 있어도, 하나님은 속지 않으십니다. 그 진리 위에 우리의 삶을 세우십시오.
하나님, 때로는 억울함 속에서 길을 잃습니다. 제 마음을 감찰하사 진실을 보게 하시고, 억울함 속에서도 복수 대신 공의를 구하게 하소서. 제게 정직한 회개의 용기와, 타인을 위해 의를 세우는 사랑을 주소서. 여호와의 정의가 이 땅에 임하게 하시고, 제가 그 일부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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