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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 - 술잔 속에 숨은 짐승들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5. 25.

포도나무 한 그루가 땅에 뿌리를 내리는 순간,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거래가 성립되었습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온전하고 의롭다"고 증언한 사람, 대홍수 이후 새로운 인류의 씨앗으로 선택된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고 있었습니다. 그 땅에는 아직 씻기지 않은 물의 냄새가 남아 있었고, 새 시작의 설렘이 흙 속에 가득했습니다. 그때 악마가 다가와 조용히 물었습니다. "무엇을 심고 있소?" 노아는 달고 새콤한 과일이며, 발효시키면 사람을 즐겁게 하는 술이 된다고 성실하게 대답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악마의 눈이 빛났습니다.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나도 거들고 싶소."

악마는 양과 사자와 돼지와 원숭이를 끌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차례로 죽여 그 피를 땅에 뿌렸습니다. 포도나무의 뿌리는 그 피를 빨아들였고, 덩굴은 무성히 자랐고, 포도송이는 탐스럽게 익었습니다. 그 열매로 빚은 술 속에는, 보이지 않는 네 마리의 짐승이 고요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탈무드는 이 기묘한 우화를 통해 술에 취해가는 인간의 네 단계를 그립니다. 처음에는 양이 됩니다. 술이 한두 잔 들어가면 사람은 부드러워집니다. 평소에 말이 없던 사람이 입을 열고, 낯선 이에게 손을 내밀고, 굳어 있던 어깨가 풀립니다. 이 단계의 술자리는 아름답습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
형님'이라 부르고, 오랜 원한도 잠시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탈무드가 양을 첫 번째 짐승으로 선택한 것은 정확합니다. 양은 순하고 무해하며, 목자를 따르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잔이 거듭될수록 사자가 깨어납니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주먹이 테이블을 치며, 평소에 꾹 눌러 두었던 분노가 솟아오릅니다. 1990년대 한국의 어느 회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부장과 과장이 함께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처음 두 시간은 화기애애했습니다. 그러나 소주 몇 병이 비워지자, 부장은 갑자기 수년 전 진급 심사에서 자신이 받은 불이익을 꺼냈습니다.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결국 그 자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파국으로 끝났습니다. 이튿날 아침, 부장은 기억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상처는 기억합니다. 사자는 제 발톱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모릅니다.

돼지의 단계는 수치를 잃는 단계입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것 중 하나는 수치심입니다. 에덴에서 아담과 하와가 눈이 열렸을 때 처음으로 느낀 것이 바로 부끄러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술이 깊어지면 그 감각이 마비됩니다. 길바닥에 쓰러지고, 토하고,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내뱉으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마을 어귀의 술집에서 밤마다 이 장면이 반복됩니다. 낮에는 점잖은 신사였던 사람이 밤에는 돼지처럼 굴다가, 아침이면 기억을 잃은 채 다시 양복을 입습니다.

마지막은 원숭입니다. 원숭이는 지능이 있지만 판단력이 없습니다. 따라하고, 떠들고, 제어되지 않는 에너지를 사방에 흩뿌립니다. 몹시 취한 사람을 보십시오. 그는 자기가 노래를 잘한다고 믿으며 마이크를 놓지 않습니다. 자기가 철학자라도 된 양 아무도 묻지 않은 인생론을 강의합니다. 자기가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며 울다가,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웃습니다. 원숭이는 중심이 없습니다. 방향이 없습니다. 오직 소란만 있을 뿐입니다.

이 우화가 더욱 서늘한 것은 그 주인공이 노아이기 때문입니다. 노아는 타락한 세대 속에서 홀로 의로운 삶을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가 방주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수십 년이었습니다. 그 긴 세월 동안 주변의 조롱과 비웃음을 견디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었습니다. 그런 노아가 포도주에 취하여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 채 쓰러졌습니다. 그 장면을 목격한 함은 아버지의 수치를 조롱했고, 그 일은 이후 세대에 깊은 균열을 남겼습니다. 성경 창세기 9장은 그 민망한 장면을 숨기지 않고 기록합니다. 탈무드는 이 사건에서 인간의 보편적 취약성을 읽어냅니다. 의인조차 이럴진대, 보통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어느 나라의 속담에 "
술이 들어가면 비밀이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입이 가벼워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평소에 우리가 수고롭게 쌓아 올린 자아의 건축물, 즉 예의와 자제와 배려와 품위로 이루어진 그 구조물이, 알코올 앞에서 하나씩 무너진다는 뜻입니다. 비밀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감추어진 짐승이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는 언제나 네 마리의 짐승이 살고 있습니다.

양의 온순함도, 사자의 분노도, 돼지의 방종도, 원숭이의 무질서도, 모두 우리 내면의 어딘가에 잠들어 있습니다. 술은 그것들을 만든 것이 아니라, 다만 깨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짐승들을 깨우는 것이 반드시 술일 필요도 없습니다. 권력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하고, 분노가, 욕망이, 두려움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탈무드의 지혜는 결국 이 물음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당신 안에 잠든 짐승들을 당신은 알고 있는가? 그것들이 깨어나기 전에, 당신은 스스로를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고 있는가? 포도나무는 오늘도 자라고 있습니다. 악마의 거름을 먹고, 달콤한 열매를 맺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