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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시편 96편 - 새 노래로 찬양하라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2. 21.

"새 노래로 여호와께 노래하라 온 땅이여 여호와께 노래할지어다"(시편 96:1)

봄이 오면 아스팔트 틈 사이로 무언가 밀고 올라옵니다. 처음에는 실처럼 가느다란 초록빛 선이 갈라진 틈을 비집고 나오다가, 며칠이 지나면 어느새 당당한 줄기 하나가 도로 위에 꼿꼿이 서 있습니다. 그것은 쇠뜨기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그것을 그냥 잡초라고,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지나칩니다.  하지만 그 가냘픈 줄기 안에 숨겨진 힘을 알게 된다면,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쇠뜨기 새싹이 땅을 밀고 올라올 때 발휘하는 팽창 압력은 수십 기압에 달한다고 합니다.

승용차 타이어를 버티게 해주는 압력이 고작 2기압이니, 쇠뜨기는 그 몇 십 배의 힘으로 아스팔트를 뚫고 세상에 나오는 셈입니다. 원자폭탄에 비견된다는 그 에너지가, 손가락 하나만 한 새싹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입니다.

생명이란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작고 여려 보이지만, 그 안에 우주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봄이 되면 온 산과 들의 나무들이 일제히 땅을 박차고 새순을 내밀 때, 그 집합적인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 한 그루 나무가 겨울 내내 제 안에 응축해 두었던 모든 것을 쏟아내는 그 순간, 우리는 그것을 그저
'봄이 왔네'라는 말 한마디로 가볍게 지나쳐 버립니다.

어느 지인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오랫동안 우울의 긴 터널을 지나온 사람이었습니다. 직장을 잃고, 가정에 균열이 생기고, 스스로도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그는 무심코 집 앞 화단을 바라보다가 한 가지 장면에 시선이 고정되었다고 했습니다.

겨우내 딱딱하게 굳어 있던 흙을 밀치고 수선화 하나가 막 고개를 내밀고 있었는데, 그 여린 초록빛 끝이 마른 흙덩이를 옆으로 밀어젖히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게 나보다 강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는 나중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 작은 것도 저렇게 뚫고 나오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었습니다."

그 수선화 한 송이가 그에게 찬양의 언어를 돌려주었습니다. 오랫동안 서랍 깊숙이 밀어 넣어두었던, 감사하다, 아름답다, 살아 있다는 말들이 다시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시편 96편은 이렇게 외칩니다.
"새 노래로 주님께 노래하여라." 오래된 노래가 아니라 새 노래입니다. 새 노래란 무엇인가, 어제의 상처와 실망으로 굳어버린 언어가 아니라, 오늘 이 순간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서 길어 올린 노래입니다. 악보가 정해진 찬양이 아니라, 아스팔트를 뚫고 나오는 쇠뜨기처럼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밀어젖히며 터져 나오는 고백입니다.

시편 기자는 하늘과 땅, 바다와 들, 그리고 숲 속의 나무들까지 찬양에 초대합니다.
"숲 속의 나무들도 주님 앞에서 즐거이 노래할 것이다." 나무가 노래한다는 것이 시적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을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압니다. 수십 기압의 힘으로 땅을 뚫고 나와 햇빛을 향해 두 팔을 뻗는 나무들의 몸짓은, 그 자체로 이미 찬양입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겨울을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개인의 겨울, 관계의 겨울, 믿음의 겨울, 기쁨과 감사의 씨앗들을 서랍 안 깊숙이 밀어 넣은 채, 언젠가 좋은 시절이 오면 꺼내겠다고 미뤄두었던 시간들, 그런데 봄은 좋은 시절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봄은 그냥, 옵니다. 아스팔트 밑의 쇠뜨기처럼, 준비가 되었든 안 되었든 상관없이, 생명은 스스로 길을 냅니다.

시편은 우리에게 찬양하라고 명합니다. 찬양할 기분이 들 때가 아니라, 지금 당장, 숲의 나무들처럼, 들의 쇠뜨기들처럼, 이미 몸 안에 그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 말입니다. 따사로운 봄볕이 땅속 씨앗에게 신호를 보내듯,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찬양을 깨웁니다.

봄의 때가 가기 전에, 서랍을 여십시오. 그 안에서 아직 죽지 않은 것들을 꺼내 햇볕에 내어놓으십시오. 쇠뜨기가 아스팔트를 뚫듯, 우리의 찬양이 굳어버린 일상을 뚫고 나올 수 있도록 말입니다. 주님은 정의로 세상을 심판하시며, 그 신실하심으로 뭇 백성을 다스리십니다. 그 약속 앞에서, 나무들과 함께, 새 노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