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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아담에서 바벨까지, 그리고 아브라함으로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10. 20.

우리는 지금도 바벨탑을 짓고 있습니다. 그 탑의 이름이 ‘자기계발’일 수도 있고, ‘경력’, ‘명예’, ‘교회 성장’, ‘영적 성공’일 수도 있습니다.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하늘에 닿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하나님을 대체하려는 내면의 반역입니다.

바벨의 역사는 에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담은 선악과를 따먹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
나는 이제 하나님처럼 될 수 있다.” 그 한 입의 행위가 인류의 모든 ‘’의 시초였습니다. 그 이후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이 주인인 세상을 만들려 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피조물이, 자신이 하나님이 되려는 순간 모든 질서는 무너졌습니다. 선악과는 단순한 열매가 아니라 ‘하나님 없는 정의’를 선택한 인간의 선언문이었습니다.

가인은 동생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성을 쌓았습니다. 그 성의 이름은 ‘
에녹성’이었습니다. 피의 흔적을 가리기 위해 쌓은 벽, 두려움과 불안을 숨기기 위한 보호막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성은 결코 가인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진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없는 성은, 더 많은 불안을 낳는 성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얼마나 많은 ‘보안 시스템’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사는가? 재산, 인간관계, 명예, 신앙마저도 나를 지키기 위한 성으로 변해 있다면, 그곳은 이미 또 하나의 에녹성인 것입니다.

가인의 후손 라멕은 노래했습니다. "
소년 하나를 죽였지만, 나는 강하다. 가인을 벌하신 하나님보다 내 복수가 더 크다." 라멕의 노래는 인류 최초의 폭력의 찬가였습니다. 그 후손들은 ‘네피림’이라 불렸습니다. 힘과 용맹으로 이름을 날린 자들, 땅에 유명한 자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은 하나님 앞에서 모두 사라졌습니다. 오늘도 세상은 ‘유명한 자’를 예배합니다. 많은 팔로워, 높은 조회수, 거대한 영향력,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주님 앞에서”가 아니라 “주님 위에서” 살아간다. 그게 바로 니므롯의 길인 것입니다.

니므롯, 이름의 뜻은 “
우리가 대항하리라.” 그는 최초의 제국을 세웠습니다. 바벨론과 앗수르, 그 모든 나라의 시초였습니다. 그의 나라는 벽돌로 세워졌고, 그 벽돌은 인간의 지혜와 기술의 상징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빚으신 돌이 아니라, 인간이 구워 만든 벽돌로 쌓은 세상이었습니다.

그 탑의 이름은 바벨, 그 뜻은 “
혼잡”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언어로 번역하면 이렇게 바꿔야 할 것입니다. “나의 이름을 높이려는 모든 시도는 결국 혼란이 된다.” 하나님은 그 탑을 무너뜨리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인간들을 흩으셨습니다. 문제는 탑이 아니라 탑을 세우는 인간의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때로는 바벨탑이 됩니다. 예배를 쌓고, 봉사를 쌓고, 직분을 쌓으며 말합니다.
“주님, 이것 보십시오. 내가 얼마나 높이 올랐는지.” 그러나 그 탑 위에서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습니다. 신앙의 탑은 쌓을수록 하나님과 멀어집니다.

하나님은 그 혼란의 땅 바벨에서 한 사람을 부르십니다.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 아브라함은 바벨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바벨의 정신을 떠난 자였습니다. 그는 성을 쌓지 않았습니다. 그는 제단을 쌓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 하나만 믿고, 자기의 이름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걸었습니다. 그때부터 진짜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각자 마음속에도 바벨탑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아닌 나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 세워온 인생의 구조물들인 지식의 탑, 경력의 탑, 신앙의 탑, 혹은 ‘
내가 옳다’는 의의 탑, 그 탑이 높아질수록, 우리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집니다. 가정이 흩어지고, 관계가 무너지고, 마음이 분열됩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말씀하십니다.  
“내 백성아, 거기서 나와라. 그의 죄에 참여하지 말라.”(계 18:4) 하나님은 우리의 탑을 부수시려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을 흩어진 자리에서 다시 하나님의 자리로 돌려놓으시는 분입니다. 아브라함처럼 탑이 아니라 제단을 쌓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순종을 남기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새로운 창조의 시작점입니다.

주님, 제 안의 바벨을 보게 하소서. 주님의 이름보다 내 이름을 높이려 했던 그 모든 시도를 멈추게 하소서. 내 손의 벽돌을 내려놓고, 주님의 제단을 다시 쌓게 하소서. 아브라함처럼, 믿음으로 떠나게 하소서. 바벨의 아들이 아니라, 약속의 자녀로 살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