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마음은 몸을 속이지 않습니다. 기쁜 일이 있을 때, 아무리 숨기려 해도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발걸음은 저절로 가벼워집니다. 반대로 슬픔이 찾아올 때는 얼굴빛이 어두워지고, 고개가 떨구어지며 발걸음도 무거워집니다. 마음이 몸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아무리 침착하게 감추려 해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선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합니다. 이처럼 마음의 상태가 몸에 드러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영의 상태 역시 몸과 마음을 통해 표출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입니다.
우리의 영은 영적 세계의 접촉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성령의 역사하심, 천사와의 교통, 심지어 사단과의 간섭까지… 그 모든 접촉은 마음과 몸에 일종의 '신호'로 전달됩니다. 성령이 임하시면 설명할 수 없는 평안이 마음을 채우고, 몸은 말할 수 없이 가벼워집니다. 때로는 손이 들려지고, 기쁨의 탄성이 터지며, 혼자서도 찬양이 흘러나옵니다. 그러나 사단의 접촉은 전혀 다릅니다. 마음이 불편하고, 이유 없는 불안감이 몰려오며, 몸은 긴장하고 오싹한 기운이 감돕니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반응을 '분별'할 줄 아는 영적 지혜입니다.
기도 가운데, 또는 어떤 결정 앞에서, 혹은 아무런 맥락 없이 찾아오는 어떤 감정들이 단지 심리적인 상태인지, 영적 접촉으로 인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영적 삶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감성적인 사람은 마음의 표현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육적인 감정도 종종 깊은 영적 경험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이성적인 사람은 마음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섬세한 영의 감동을 지나치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고, 감정과 영의 작용을 구분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방식은 단일하지 않습니다. 같은 성령이라도 그분의 임재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떤 때는 깊은 회개의 눈물로, 어떤 때는 고요한 평안으로, 어떤 때는 기쁨의 폭발로 임하십니다. 이는 마치 ‘냉면’이라는 하나의 단어가 식당마다 다른 맛을 내듯, 성령의 은사와 감동도 사람, 상황,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성령의 임재가 임할 때 우리의 몸과 마음은 놀랍도록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손이 저절로 들려지고, 기쁨의 찬송이 터져나오며, 이유 없는 희망이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어떤 때는 무언가 위대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합니다. 이러한 신호는 반드시 어떤 일을 하라는 명령이 아닐 수 있습니다. 신호는 신호일 뿐, 해석과 적용은 또 다른 차원의 분별을 요구합니다.
사단의 접촉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소름이 끼치고, 이유 없이 불안해지며, 어딘가 도망치고 싶어지는 감정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기도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우리가 단순한 감정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영적 전쟁의 현장에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신호는 '계시'를 향한 통로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말씀하십니다. 문제는 우리가 듣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사무엘도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음성인지 몰랐습니다. 엘리의 도움을 통해서야 그 음성을 인식하고 “말씀하십시오. 주의 종이 듣겠습니다.”라고 응답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영적 신호가 삶 가운데 찾아올 때, 우리는 그 신호가 하나님의 계시인지, 혹은 단순한 심리 반응인지 분별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훈련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말씀하시는 하나님과 더욱 친밀하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주 신호가 오지만, 점점 간헐적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때는 더욱 민감해야 합니다. 영의 신호가 왔을 때, “주님, 말씀하십시오. 제가 듣고 있습니다.”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바로 그 마음이 영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훈련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육으로 살고 있는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영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영의 작용에 민감하고, 그것을 마음으로 느끼며, 몸으로 반응하는 것은 참으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그것을 잘 해석하고 적용하는 성숙한 분별력입니다.
영적 감동, 몸으로 오는 반응, 알 수 없는 흥분이나 평안… 그 모든 것은 단지 감정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계시며, 무언가를 보여주고 계시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도 이렇게 고백해야 합니다. “주님, 저의 마음과 몸이 느끼는 이 신호들 가운데 주님의 뜻을 분별하게 하시고, 그 뜻에 순종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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