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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속으로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6. 23.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마태복음 5:5)

세상에서 ‘
온유하다’는 말은 종종 오해를 받습니다. 그것은 마치 기질적으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사람, 갈등을 피하고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성품을 가리키는 말처럼 여겨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온유'는 그런 성격적 특질이나 사회적 매너를 넘어서는 훨씬 더 깊고 영적인 실재를 가리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
온유한 자”는 단순히 부드럽고 친절한 사람이 아닙니다. ‘온유하다’의 헬라어 '프라우스'는 길들여진 말처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통제하고 절제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히브리어 아나브 또한 ‘가난한, 짓눌린, 낮은, 고난받는, 애통하는’ 등의 뜻을 지닙니다. 곧, 온유함은 연약함이 아니라, 억제된 강함이며, 자기 뜻과 힘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주권 앞에 항복한 사람의 상태입니다.

예수님은 친히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마 11:29). 그분의 온유는 고난을 피하지 않고, 십자가를 기꺼이 지신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그 온유함은 아버지의 뜻 앞에서 자기 뜻을 비운 완전한 항복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온유는 곧 믿음의 표현입니다. 현실의 억울함과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이 옳다고, 하나님이 주권자시라고 고백하는 영혼의 자세입니다.

온유한 자는 땅을 기업으로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
’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물리적인 땅, 부동산이나 국토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편 37편을 인용해보면, “온유한 자는 땅을 차지하며 풍성한 화평으로 즐거워하리로다”(시 37:11)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편의 맥락을 보면, ‘땅을 차지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심판과 회복이 이루어지는 최후의 날에 의인들이 누리게 될 하나님의 나라, 곧 새 하늘과 새 땅을 가리킵니다. 이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와 통치가 완전히 회복되는 그분의 영원한 나라를 뜻합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내가 네 자손에게 이 땅을 주리라”(창12:7)고 약속하셨지만, 히브리서 기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였으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히11:13~16). 곧,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이 바라보았던 땅은 육적인 가나안이 아니라, 하나님이 준비하신 새 창조, 영원한 도성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땅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우리를 그 땅으로 이끄는 길입니다. 더러운 우리가 그리스도의 피로 씻김을 받고 거룩하게 되어 하나님이 거하실 수 있는 처소, 곧 하나님의 ‘
’이 됩니다. 우리는 더 이상 바깥에 있는 자들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새 예루살렘의 시민이요 하나님의 거처가 된 자들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도에게 주어진 ‘땅의 기업’입니다.

하지만 이 기업은 누구에게 주어지는가? 자기 힘과 자기 뜻을 내세우는 자에게가 아니라, 온유한 자에게입니다. 다시 말해, 자기 뜻과 삶을 하나님께 맡기고 항복하는 자, 억울하고 짓눌리는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의 때와 방식을 기다리는 자, 세상의 기준으로는 지는 것처럼 보여도 하나님의 뜻 앞에 기꺼이 지는 자, 그 사람이 진정으로 ‘
이긴 자’입니다.

이 시대는 ‘
자기 주장’을 강요합니다. 강해져야 살아남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정반대의 질서로 움직입니다. 낮아짐이 높아짐이 되고, 항복이 승리가 되며, 온유함이 기업을 얻게 하는 방식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이루어진 승리이며, 이미 주어진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지 그 은혜 앞에 항복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우리는 묵묵히, 그러나 담대히 고백합니다.
“주여,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이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땅을 기업으로 받은 자’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 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금 여기에 임하고 있으며, 곧 완전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온유함으로 살아낸 모든 날들이 하나님의 나라로 이어졌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온유는 복음에 항복한 영혼의 숨결입니다. 그 복음은 우리가 받을 ‘
’이 아니라, 이미 받은 ‘하늘’을 열어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