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이요.” ( 마태복음 5:6)
우리는 누구나 채워지기를 원합니다. 마음의 공허함, 영혼의 갈증, 존재의 불안함은 사람을 끊임없이 무엇인가로 향하게 합니다. 누군가는 성공으로, 누군가는 인정으로, 누군가는 돈과 쾌락으로 그것을 채워보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영혼 깊은 곳의 배고픔과 목마름을 해갈시켜 주지는 못합니다. 마태복음 5장 6절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의 실존을 꿰뚫는 말씀을 던집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이요."
이 말씀은 단순히 도덕적으로 바른 삶을 사모하라는 권고가 아닙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의’는 인간이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도덕적 자원이나 행위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진정한 의는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며, 인간은 그 의에 대해 완전히 결핍되어 있음을 인정할 때에만 비로소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가 됩니다. 이 주림과 목마름은 단순한 종교적 열심이나 경건함이 아니라, 자기 안에 ‘의의 원소’조차 전무하다는 절망적 자각 속에서 터져 나오는 영혼의 신음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바르게 살고자 애씁니다. 더 나은 인간이 되려는 노력, 도덕적인 기준을 지키려는 열정, 종교적 규범을 성실히 따르려는 의지는 때로 존경받을 만한 삶의 태도로 비춰집니다. 그러나 성경은 단호하게 선언합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선을 행하는 자도 없도다.” (로마서3:10~12)
인간이 스스로 이루려는 의는, 본질상 하나님의 의와 충돌합니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 겸손히 무릎 꿇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의롭다고 여기며 하나님의 의를 대체하려는 시도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율법은 인간에게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겉보기엔 도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율법은 인간 내면의 죄를 낱낱이 드러내며 “너는 죄인이다”라고 선고합니다. 그리고 이 절망 앞에서 무너지는 자, 스스로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하나님께 절규하는 자가 진짜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입니다.
진짜 배부름은 자기 포기에서 시작됩니다. 하나님은 이 주림과 목마름을 복이라 하십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자만이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의’로 배부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님을 아는 자, 자신의 선함을 포기하고 하나님의 긍휼만을 붙드는 자, 그는 비로소 하늘의 양식으로 배부르게 됩니다. 이 배부름은 잠시 채워지는 정서적 위안이 아닙니다. 그것은 생명입니다. 존재의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만족이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참된 안식입니다.
예수님은 스스로를 "생명의 떡"이라 하셨습니다. 그 떡은 율법의 요구를 온전히 이루신 그분의 의요,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로서 완성된 생명의 은총입니다. 의에 주린 자는 자신의 입에 그것을 넣을 수 없습니다. 단지, 굶주린 심령으로 주님의 식탁 앞에 나아가, 그분이 먹여주시는 은혜를 받아 먹는 자입니다. 이 은혜의 식탁에 앉은 자는, 세상의 그 어떤 부요함도 부럽지 않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나라를 누리기 시작한 자요, 지금 여기서부터 영원의 배부름을 살아가기 시작한 자입니다.
누가복음 16장에 나오는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비유는 이 진리를 깊이 조명해 줍니다. 겉으로 보면 부자는 부유하고, 나사로는 비참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시선은 반대편을 비추십니다. 부자는 자신 안에 채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며 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자, 곧 인간의 가능성과 자기 의를 붙든 자입니다. 반면에 나사로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했지만, 하나님께 기대고 그 의를 갈망한 자입니다. 그리고 죽음 이후 드러나는 영적 현실은 단순명료합니다. 부자는 영원한 고통 속에 있고, 나사로는 아브라함의 품 안에서 위로받습니다.
이처럼,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이 땅에서는 가난하고 고통스럽고 무력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참된 생명을 가진 자들이며, 하나님 나라의 백성입니다. 그들의 영혼은 하나님의 은혜로 배부르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은혜는 단 한 가지 고백에서 시작됩니다. “하나님, 내 안에는 의가 없습니다.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회개는 단지 죄를 뉘우치는 정서적 반응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 안에 의가 없음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의로만 채워지길 바라는 절박한 요청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회개이며,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의 영적 태도입니다. 이런 자만이 하나님 나라의 식탁에 앉을 수 있으며, 거기서 배부름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의 신앙은 끊임없는 갈망이어야 합니다. 자기를 비우고, 날마다 하나님께 나아가 “오늘도 당신의 의가 필요합니다”라고 부르짖는 자, 그는 이미 복된 자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그러한 자를 반드시 배부르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스스로 만든 가짜 의의 껍데기를 깨뜨리기 원하십니다. 하나님은 의로 포장된 자기 만족과 자기 연민을 걷어내시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의로 옷 입히시기 원하십니다. 이 은혜를 갈망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심령이 굶주릴 때마다, 그 굶주림이 하나님의 의에 대한 목마름이라면, 기뻐하십시오. 당신은 진짜 배부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친히 먹이실 것입니다.
“주의 의를 주의 자녀에게 주시며, 마음이 정직한 자에게 주의 구원을 베푸소서.” (시편 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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