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교회는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침묵의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여전히 예배가 드려지고 찬양이 울려 퍼지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세대 단절과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고립과 피로 속에서 교회의 생명력은 점차 쇠퇴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교회는 단순한 종교 기관이 아니라, 복음의 통로이며 하나님 나라의 증거여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과연 그러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지, 깊은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습니다.
현재 교회는 고령화되고 있으며, 다음 세대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교회의 교인 중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이며,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은 인구 비율 대비 두 배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20대와 30대 청년층은 지난 10년간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40대 교인 수마저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사회 전체의 고령화보다 25년 이상 앞선 교회의 인구 구조는 교회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구 통계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회는 다음 세대가 복음을 이어받고,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품고 세상 속으로 파송되어야 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교회는 복음의 '이음'을 놓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단지 ‘신앙심’의 약화 때문이 아니라, 교회가 자신들을 환영하지 않고 오히려 배제하며, 정치적·이념적으로 경직된 태도를 보인다는 실망 때문입니다.
청년들에게 교회는 더 이상 ‘희망’의 장소가 아니라 ‘갈등’과 ‘피로’의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많은 교회에서 리더십을 담당하는 장로들과 목회자들은 50대 후반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의 세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가치관과 신앙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리더십이 시대와 문화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관점만을 절대화하여 젊은 세대를 향한 이해와 소통을 단절시킬 때, 교회는 ‘성령의 공동체’가 아닌 ‘이념의 진지’로 변질됩니다.
설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교회에서는 설교를 통해 정치적 견해를 전파하고, 교인들에게 특정 정당이나 정치 집회 참여를 권장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복음은 결코 좌나 우에 속하지 않습니다. 복음은 위로부터 오는 하나님의 나라의 가치이며, 세상의 정치 논리에 매몰되지 않는 고결함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단이 정치화되고, 목회자의 발언이 성경보다 시대적 이념에 근거할 때, 교회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 아닌, 또 하나의 세속 기관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러한 흐름은 젊은 세대의 이탈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교회에 거대한 충격이었지만, 동시에 중요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많은 교회가 침체와 위축을 경험한 반면, 어떤 교회는 오히려 성장을 이뤘습니다. 이들 교회의 공통점은 소그룹의 활성화와 젊은 목회자의 유연하고도 복음 중심적인 리더십에 있었습니다.
소형 교회의 55%는 50명 이하의 교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많은 목회자들이 생계를 위해 이중직을 감당하거나 외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생존이 아닌 ‘변화’를 선택한 교회들은 소그룹을 통해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출석 숫자'보다 '영혼의 깊이'를 추구하며, 외로움과 분주함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신앙 공동체의 본래 목적, 곧 ‘사귐’과 ‘성장’을 다시금 제시합니다.
소그룹은 단순한 교제의 자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교회 안에서 복음이 삶으로 이어지고, 서로가 서로를 세워주는 살아 있는 신앙의 실험실입니다. 이 시대는 점점 더 고립되고 파편화된 인간관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진정성 있는 관계, 영적 돌봄, 신앙의 나눔이 있는 소그룹은 하나님의 가족됨을 실감하게 하는 통로가 됩니다.
또한 평신도 사역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모든 성도는 ‘왕 같은 제사장’으로 부름 받았습니다. 목회자가 모든 것을 감당하는 시대는 지나갔으며,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은사와 사명을 따라 복음의 일꾼으로 서야 합니다. 진정한 교회 부흥은 ‘성도의 움직임’에서 시작됩니다.
한국 교회의 인구는 2050년까지 현재의 16.3%에서 11.9%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나안 성도’ 즉, 교회는 떠났지만 신앙은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의 증가 또한 교회가 더 이상 공동체의 중심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지금 한국 교회는 미국이 아닌 유럽의 종교적 경로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점점 더 고령화되고, 점점 더 공공신뢰를 잃어가며, 세상과의 접촉면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우리에게 기회가 됩니다. 지금이야말로 교회의 본질을 돌아보고, 다시 십자가의 복음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예수께서 세우신 교회는 정치 공동체가 아니었고, 문화 클럽도 아니었으며, 복지 기관도 아니었습니다. 교회는 죄인이 은혜로 구원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함께 모여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살아내는 공동체였습니다. 이 본질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교회의 미래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제 목회자들은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고령화된 구조, 청년의 이탈, 강단의 정치화, 소형 교회의 위기, 이 모든 것들이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깨어나라’는 신호입니다. 소그룹을 살리고, 평신도를 세우며, 교회의 중심을 ‘사람 수’에서 ‘영혼의 생명력’으로 전환할 때, 교회는 다시 생명의 불을 피울 수 있습니다.
“주여, 우리가 어디로 가리이까?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사오니.”(요 6:68) 지금, 다시 복음 앞에 무릎 꿇을 때입니다.
지금, 교회가 교회 되도록 눈물로 씨를 뿌릴 때입니다. 지금,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를 다시 일으키시기를 간절히 구할 때입니다. 한국 교회의 내일을 위해 오늘, 우리 각자가 작아도 진실된 순종의 불씨가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가나안' 성도는 교회 '안나가' 성도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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