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한 채의 사랑

부부는 결혼한 지 12년 만에 작은 집 한 채를 마련했습니다 성공한 친구들에 비하면 턱없이 초라한 둥지였지만 부부는 세상을 다 얻은 듯 가슴이 벅차 집안 구석구석을 쓸고 살림을 닦고 또 닦으며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당신....집 장만한 게 그렇게도 좋아?" 아내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습니다.“좋지 그럼, 얼마나 꿈에 그리던 일인데.” 힘든 줄 모르게 하루가 갔습니다. 겨우 짐 정리를 마치고 누웠는데 남의 집 문간방 살이를 전전하던 시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여보 그 집 생각나? 옛날에 살던 그 문간방.” “아, 생각나요.” 그곳은 아내의 기억속에도 또렷하게 남아 있는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부부는 다음 날 시장에 가서 얇고 따뜻한 이불 한 채를 사들고 신혼살림을 시작했던 달동네 문간방을 찾아갔습니다.

계단을 오르며 아내가 말 했습니다. “이렇게 높았었나?" 남편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땐 높은 줄도 몰랐는데..." 부부가 그 옛집에 당도했을 때 손바닥 둘을 포갠 것만한 쪽방에선 오렌지색 불빛이 새나오고 있었습니다.

기저귀가 펄럭이고 아이가 까르륵대는 집. 마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간 것만 같은 부부는 들고 간 이불을 문간방 툇마루에 슬며시 놓아두고 돌아섰습니다. 그 날 문간방 젊은 새댁이 발견한 이불보따리 속에는이불보다 따뜻한 쪽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저희는 10년 전 이 방에 살았던 사람입니다. 아무리 추워도 집에 돌아와 이불을 덮으면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따뜻했었지요.” 달동네 계단을 내려오며 부부는 마주보며 웃었습니다.

옛집에 찾아와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게 이불 한 채를 선물하고 내려가면서 부부는 세삼 깨달았습니다. 그 이불은 문간방 식구들의 시린발보다 부부의 마음을 더 포근히 감싸 덮는 이불로 평생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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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나 위대한 사건들로만 채워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고 조용한 순간들—따뜻한 이불 한 채, 웃으며 나눈 짧은 말, 먼지 속에 묻힌 기억 한 자락—그런 것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덮어줍니다.

이야기의 부부는 결혼 12년 만에 작은 집 하나를 장만합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쁨이었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이 집이 수많은 ‘남의 집 살이’ 끝에, 드디어 두 사람만의 공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엔 희망이 있었고, 지난 날을 함께 견뎌낸 사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진정으로 따뜻했던 기억은 새 집이 아니었습니다. 돌아가 본 달동네의 그 문간방, 손바닥만한 쪽방, 기저귀가 나부끼고 아기가 까르륵 웃던 그곳에서 부부는 자신의 지난날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기꺼이 자신들이 간직했던 그 따뜻함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자, 한 채의 이불을 조용히 놓아두고 돌아섭니다. 함께 놓인 쪽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아무리 추워도 집에 돌아와 이불을 덮으면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따뜻했었지요.”

참된 따뜻함이란 물질의 풍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온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받았던 그 따뜻함을, 이름도 모르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누려 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도 그러합니다. 우리가 구원을 받기 전, 죄로 인해 허물투성이였던 시절—마치 문간방 같은 인생 속에서—주님은 우리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옷자락으로 우리의 시린 마음을 감싸주시고, 십자가라는 가장 따뜻한 ‘이불’로 우리의 영혼을 덮어주셨습니다.

우리는 자주 성공과 소유를 따뜻함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말해줍니다. "진짜 따뜻함은 나눌 때 더 깊어진다"고 말입니다. 낡은 이불 한 채라도, 그것을 어떤 마음으로 내어주느냐에 따라 그것은 가장 귀한 선물이 됩니다.

오늘 우리 삶에도 이런 묵상이 필요합니다. 내 마음을 덮어준 따뜻한 순간은 언제였는가? 그리고 이제 나는 그 따뜻함을 누군가에게 어떻게 전하고 있는가?

"주님, 저희가 누렸던 작은 따뜻함 하나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게 하소서. 문간방에서 주셨던 은혜를 기억하며, 오늘도 누군가의 시린 삶을 덮어주는 이불 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작은 친절과 사랑의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하나님이 주시는 큰 위로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