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으라, “이 일이 가치 있는가?” 그리고 다시 물으라, “그분이 합당하신가?”
스코틀랜드의 장로교 집안에서 태어난 헬렌 로즈비어는 아버지로부터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배웠습니다. “무엇을 하든지, 그것이 정말 가치 있는 일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라.” 그녀는 평생 이 질문을 가슴에 새기며 살았습니다. 의사가 되기로 결심할 때도, 의료선교사가 되어 아프리카 콩고로 들어갈 때도, 그녀는 언제나 이 질문 앞에 멈추어 섰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그녀는 자신의 삶을, 청춘을, 미래를 오지의 이름 모를 아이들에게 내어주었습니다. 세상은 알아주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섬긴 그 땅조차 그녀에게 돌을 던졌습니다. 1964년, 내전이 일어나고 벨기에 식민지에 대한 반감이 폭력으로 터져나올 때, 그녀는 본부의 철수 권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그녀는 자신에게 되물었습니다. “지금 떠나는 것이, 과연 더 가치 있는 일인가?”
그녀는 남았습니다. 그리고 붙잡혔습니다. 그리고… 무너졌습니다. 감금된 5개월 동안, 헬렌은 인간의 가장 깊은 모멸과 고통을 경험했습니다. 생명을 다해 지켜낸 의료 기록들이 찢기고 불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녀는 처음으로 하나님께 반항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주님, 이것도 가치 있는 일인가요? 제가 주님께 바친 지난 10년이, 정말 이토록 무가치하게 끝나도 되는 겁니까?”
그녀는 하나님께 순종하려고 애썼고, 복음을 위해 자기 모든 것을 바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모욕, 폭행, 배신, 실패, 무너진 병원, 불탄 기록뿐이었습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단 말인가’, ‘내가 이 모든 것을 주를 위해 했는데, 이게 그 대가란 말인가?’ 헬렌의 마음에 자리한 질문은, 단순한 회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부서진 사랑의 탄식이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그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조용하고 단호하게, 그러나 그녀의 영혼을 뚫고 들어오는 음성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너는 지금까지 나에게, ‘이것이 가치가 있나요?’라고 물었구나. 이제는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렴. ‘제가 가치가 있나요?’ 이 모든 것을 나에게 드리는 것이 합당한 일이었니?”
그 순간, 헬렌의 심령은 무너졌고, 동시에 다시 세워졌습니다. 그녀의 질문은 하나님을 향한 것이었지만, 그 질문을 통해 하나님은 그녀의 마음을 드러내셨습니다.
그녀는 눈물로 고백했습니다. “네, 주님. 당신은 가치가 있습니다. 주님은 이 모든 고난을 받으시기에 합당하신 분이십니다.”
그녀는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물었던 질문은 “내가 하는 일이 가치 있는가” 였지만, 진짜 중요한 질문은 “주님이 이 헌신을 받으시기에 합당하신 분인가” 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날 이후, 헬렌의 삶의 질문은 달라졌습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내 수고가 결실을 맺는가?’를 따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얼마나 성과를 냈는가, 얼마나 많은 아이를 살렸는가, 병원이 얼마나 확장되었는가’가 그녀의 사역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질문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주님이 이것을 받으시기에 합당하신가?" 그리고 대답은 언제나 “예, 주님은 합당하십니다!” 였습니다.
헬렌 선교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고난을 만날 때마다, 억울할 때마다, 희생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마다, ‘이것이 가치가 있나요?’라고 묻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게 정말 의미 있는 일이야?’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다른 질문을 원하십니다. “내가 가치가 있니?”, “내가 네 삶의 모든 수고와 눈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분이냐?”
우리가 진정으로 하나님을 ‘합당하신 분’으로 고백할 수 있다면, 우리가 겪는 그 어떤 수고도 헛되지 않습니다. 그 어떤 고난도 낭비되지 않습니다. 그 어떤 무너짐도, 주님의 손에 들릴 때에는 거룩한 제물이 됩니다.
헬렌 로즈비어는 5개월의 지옥같은 감금 생활을 지나, 다시 콩고로 돌아갔습니다. 상처받은 육체와 찢긴 기록, 허물어진 병원, 그러나 새로운 질문을 품고 그곳에서 다시 병원을 세우며, 20년의 사역을 완주했습니다. 영국으로 돌아와 세계를 누비며, 그 질문을 사람들에게 전했습니다.
“당신이 지금 묻고 있는 그 질문은, 진짜 질문이 아닙니다.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주님은, 당신의 그 모든 수고와 헌신을 받으시기에 합당하신 분입니까?’ 그리고 당신의 영혼이 대답할 수 있다면… ‘예, 주님은 합당하신 분입니다!’ 그 순간, 모든 고난은 빛나기 시작합니다.”
"우리 주 하나님이여 영광과 존귀와 권능을 받으시는 것이 합당하오니 주께서 만물을 지으신지라 만물이 주의 뜻대로 있었고 또 지으심을 받았나이다 하더라."(계4:11)
주님은 합당하신 분입니다. 우리의 모든 눈물과, 수고와, 헌신과, 심지어 고통과 파괴까지도 그분이 받으시기에…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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