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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지금이 아니라도 떠날 사람은 떠난다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1. 10.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만 조금 더 참으면…”, “이번만 내가 양보하면 관계는 지켜질 거야.” 그래서 마음이 다치면서도 말하지 않고, 억울해도 웃고, 지쳐도 괜찮은 척합니다. 혹시나 내가 솔직해지면, 혹시나 내가 거절하면, 누군가 떠날까 봐, 관계가 깨질까 봐,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지금이 아니라도 떠날 사람은 결국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한 직장에 늘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야근도, 갑작스러운 업무 변경도, 다른 사람의 실수까지도 묵묵히 떠안았습니다. 상사는 그를 “참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 불렀고, 동료들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아무 말 없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사람들은 놀랐고, 섭섭해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떠나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먼저 닳아버렸기 때문입니다.

그가 원했던 것은 특별한 보상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존중받는 한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 “이건 네 몫이 아니다”라는 말 한마디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조금 일찍 “이건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더라면, 관계는 오히려 더 건강해졌을지도 모릅니다. 떠날 사람은 그 한마디 때문에 떠난 것이 아니라, 그의 침묵을 당연하게 여기는 구조 속에서 이미 떠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씁니다. 부모의 기대, 공동체의 기대, 신앙 안에서조차 “저 정도는 해야지”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들입니다.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봉사에 먼저 손을 들고,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힘들다는 말 대신 “은혜입니다”로 덮어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질문이 올라옵니다. “나는 지금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가?” “이 선택은 사랑인가, 두려움인가?”

상대의 기대에 맞추어 살아온 삶은 겉보기에는 평온해 보여도, 내면에서는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갑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자신을 소진시켜 만든 관계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 관계는 ‘나’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 내가 감추고 억누른 나 위에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거절이 관계를 깨뜨리는 것이 아닙니다.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용기를 내어 “이번에는 어렵겠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상대의 표정이 굳어지고, 연락이 뜸해지는 순간, 그때 우리는 자책합니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나?” “괜히 말했나?”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십시오. 나의 한 번의 거절로 무너지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이미 균형을 잃고 있었던 것입니다.

건강한 관계는 거절을 견딜 수 있습니다. 조금의 실망과 서운함을 통과해도 다시 회복됩니다. 반대로, 오직 ‘순응’‘희생’ 위에서만 유지되는 관계는, 결국 누군가의 붕괴를 대가로 삼게 됩니다. 그러므로 한 번쯤 욕을 먹어도 괜찮습니다. 조금 변했다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경계를 세웠다는 이유로 멀어질 사람이라면,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떠날 사람인 것입니다.

우리를 가장 지치게 하는 것은 문제 그 자체보다도, 상대의 감정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입니다. “저 사람이 기분 나빠하면 어쩌지?” “이 말 하면 상처받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마음만 소모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관점의 전환입니다. ‘상대의 기분’에서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상대의 감정’에서 ‘나의 감정’으로 초점을 옮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탁을 받았을 때 “거절하면 미안해”라는 감정에 머무르기보다 “지금 내 상황에서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는가?”를 정직하게 묻는 것입니다. 이 단순한 질문 하나가, 우리를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건져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꼭 붙들어야 할 한 가지 진리가 있습니다. 당신은 계속 잘해줘야만 사랑받을 존재가 아닙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사랑하라”고 말하지만, 자기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사랑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조차 모든 사람의 기대에 응답하지 않으셨고, 때로는 자리를 피하셨으며, 침묵하셨습니다. 그분은 사람의 반응보다 아버지의 뜻에 집중하셨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나 관계에 의존하기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삶의 과제와 하나님이 맡기신 자리, 그리고 내 마음의 상태에 정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껏 너무 친절했던 당신이 조금 단단해졌다는 이유로 떠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별은 실패가 아니라 정리입니다. 더는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십시오. 되돌아오지 않는 친절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지금보다 더 보호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그리고 기억하십시오. 지금이 아니라도 떠날 사람은 떠납니다. 그러니 오늘, 나 자신을 지키는 선택을 해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