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 챙김

짐의 주인을 찾아서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7. 21.

정민 씨는 요즘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합니다. "아, 진짜 죽겠다." 회사 프로젝트가 틀어지고, 팀장이 책임을 떠넘기고, 밤늦게까지 야근이 이어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동료가 놀란 얼굴로 물었습니다. "괜찮아?" 정민 씨는 웃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니, 진짜 그런 뜻 아니야. 그냥 힘들다는 거지." 이 짧은 대화 안에 우리가 살펴봐야 할 중요한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정민 씨는 정말로 죽고 싶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저 감당하기 힘든 무게를 표현할 다른 언어를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정민 씨가 짊어진 무게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프로젝트가 틀어진 원인은 협력업체의 무책임한 납기 지연이었습니다. 팀장이 책임을 떠넘긴 것도 정민 씨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민 씨는 마치 이 모든 짐이 원래부터 자기 것이었던 것처럼 짊어지고, 그 무게에 짓눌려 "
죽겠다"는 말을 내뱉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고통의 원인이 언제나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타인의 무책임한 행동이 우리 어깨 위에 짐을 올려놓았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그 짐이 어디서 왔는지를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짐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기 시작합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이 무심코 "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담습니다. 물론 이 말을 하는 사람 대부분은 실제로 그런 의도가 없습니다. 말하는 본인조차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의도가 아니라 습관입니다. 말은 생각을 만들고, 반복된 생각은 내면의 풍경을 바꿉니다. "죽겠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을 때마다, 우리 안에서는 조금씩 부식이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그저 과장된 표현이었던 것이, 반복될수록 실제로 마음의 무게를 늘리는 자기암시가 되어버립니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조심스러워지고, 결국 거리를 두게 됩니다. 힘들다고 말했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멀어지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자기 파괴적인 말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감정을 억누르라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무게를 표현하되, 나를 갉아먹지 않는 언어를 찾자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대신해야 할까요? 정민 씨에게 필요했던 것은 이런 질문이었습니다. "
이 짐은 원래 누구의 것이었나?" 자신의 문제를 무조건 타인 탓으로 돌리는 태도는 분명 건강한 습관은 아닙니다.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은 결국 성장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회피가 아니라 회복입니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쌓인 고통 앞에서, 잠시 멈춰서 그 짐의 원래 주인을 짚어보는 일입니다.

정민 씨의 경우, 협력업체의 무책임한 납기 지연과 팀장의 책임 회피는 분명 정민 씨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정민 씨는 자신을 향했던 화살의 방향을 조금 바꿀 수 있었습니다. "
내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상황이 이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힘든 것이라는 자각이었습니다.

이 자각은 변명이 아니라 균형입니다. 당신이 겪는 고통의 모든 원인이 당신 자신일 리는 없습니다. 어떤 무게는 분명 타인의 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책임을 완전히 벗어던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첫걸음입니다.

정민 씨는 그날 이후로 작은 습관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
죽겠다"는 말 대신, "이건 누구 때문에 시작된 일이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답을 찾으면, 그 짐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상상을 했습니다. 협력업체의 지연은 협력업체의 몫으로, 팀장의 책임 회피는 팀장의 몫으로 돌려놓았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어깨 위에는 정말로 자신이 감당해야 할 무게만 남겨두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그 무게는 처음 느꼈던 것보다 훨씬 가벼웠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이 버거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짐의 출처를 살피는 일입니다. 그리고 자기 파괴적인 말 대신, 나를 지키는 언어를 선택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고통에서 조금 더 건강하게 걸어 나오게 하는 길입니다.

'마음 챙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혹과 싸우지 말고, 유혹의 자리를 떠나라  (0) 2026.07.21
저녁이 준 두 번째 기회  (0) 2026.07.16
익숙함이라는 감옥  (1) 2026.07.12
눈물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용기  (0) 2026.07.12
존재하는 기쁨  (0)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