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K여교사가 개학 날 5학년 자기반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너희들을 똑같이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앞줄에 구부정하니 앉아 있는 작은 남자 아이 철수가 그 반에 있는 이상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K 선생은 철수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옷도 단정치 못하며 잘 씻지도 않는다는 걸 발견하였습니다.
그런 철수를 보면 기분이 불쾌해질 때가 많았고 끝내는 철수가 낸 시험지 위에 커다란 빵점를 써넣는 것을 즐거워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K 선생님이 있던 학교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의 지난 학년 생활기록부를 모두 읽어 보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철수것을 마지막으로 미뤄두다가 철수의 생활기록부를 보고 깜짝 놀랄수 밖에 없었습니다.
철수의 1학년 생활기록부, “잘 웃고 밝은 아이임.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예절이 바름. 함께 있으면 즐거운 아이임.”
철수의 2학년 생활기록부, “반 친구들이 좋아하는 훌륭한 학생임. 어머니가 불치병을 앓고 있음. 가정생활이 어려울 것으로 보임.”
3학년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썼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마음 고생을 많이 함. 최선을 다 하지만 아버지가 별로 관심이 없음. 어떤 조치가 없으면 곧 가정생활이 학교 생활에 까지 영향을 미칠 것임.”
철수의 4학년 생활기록부, “내성적이고 학교에 관심이 없음. 친구가 많지 않고 수업시간에 잠을 자기도 함.”
여기까지 읽은 선생은 비로소 자기의 문제점을 깨달았고 한없는 부끄러움으로 크게 반성하였습니다.
스승의 날, 반 아이들이 예쁜 리본으로 포장한 멎진 선물을 가져 왔는데, 철수의 선물만 식료품 봉투의 두꺼운 갈색 종이로 어설프게 포장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더 더욱 부끄러워졌습니다.
K선생은 애써 다른 선물을 제쳐두고 철수의 선물부터 포장을 뜯었습니다. 알이 몇 개 빠진 가짜 다이아몬드 팔찌와 사분의 일만 차 있는 향수병이 나오자, 아이들 몇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팔찌를 차면서 정말 예쁘다며 감탄하고, 향수를 손목에 조금 뿌리자 아이들의 웃음이 잦아들었습니다.
철수는 그날 방과 후에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오늘 꼭 우리 엄마에게서 나던 향기가 났어요.”
그녀는 아이들이 돌아간 후 한시간을 울었습니다. 그 날 이후 K선생님은 아이들을 진정으로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K선생이 특별히 철수에게 공부를 가르쳐 줄 때면 철수의 눈빛이 살아나는 듯했습니다.
그녀가 격려하면 할수록 더 빨리 반응했고 그 해 말이 되자 철수는 반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너희를 똑같이 사랑하겠다' 는 K선생의 말은 거짓말이 되었습니다. 가장 미워하던 철수를 가장 귀여워하는
선생님이 되어 있었으니 말입니다.
1년후에 철수가 졸업할 때 그녀는 철수가 쓴 쪽지를 받았습니다. "최고의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6년이 흘러 그녀는 철수에게서 또 쪽지를 받았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전교 2등으로 졸업했습니다. 제 평생 최고의 선생님께"
또 6년이 더 흘러 또 한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대학 졸업했고 공부를 더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이 편지에도 그녀가 평생 최고의 선생님이었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라 쓰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편지에는 이름이 ‘의사 박철수’라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늦은 봄에 또 한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철수가 결혼할 예정인데 아버지마저 몇 년 전에 돌아가셨으니 선생님께서 신랑의 어머니가 앉는 자리에 앉아줄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녀는 기꺼이 좋다고 화답 하였고 철수의 결혼식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녀는 가짜 다이아몬드가 몇 개 빠진 그 팔찌를 차고, 어머니와 함께 보낸 마지막 크리스마스에 어머니가 뿌렸었다는 그 향수를 뿌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어엿한 의사가 된 신랑 박철수와 신랑 어머니석의 K선생은 서로 포옹하고 난 뒤 귓속말로 속삭였습니다.
“선생님, 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셨고 제가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K 선생은 눈물을 흘리며 속삭였습니다.
“아니다 철수야 ! 네가 나의 선생님이다. 훌륭한 교사가 가는 길을 나에게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너 철수란다. 나는 너를 만나기 전 까지 교사가 가야 할 길을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
❤️ ❤️ ❤️
"나는 너희들을 똑같이 사랑할 것이다."
교실 안에서 이 말만큼 희망차고도 불가능한 고백이 또 있을까요. K선생님의 다짐은 교사로서의 이상이자, 한 인간으로서의 한계 앞에 서서 배운 사랑의 시작이었습니다.
모든 아이를 똑같이 사랑하겠다고 말했지만, 철수는 그 약속을 시험하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단정하지 못한 외모, 어울리지 않는 태도, 시험지에 적힌 빵점. 이 아이는 교사의 사랑이 닿지 못하는 '문제아'였습니다. 하지만 철수의 생활기록부를 읽고 난 그날, K선생님의 눈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눈물은 단지 미안함의 표현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통해 피어납니다. 철수가 살아났던 것은, 단지 공부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비로소 ‘사람’으로 존중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버려진 듯한 삶 속에서 누군가 그를 향해 “넌 소중해”라고 말해준 그 순간, 철수는 다시 숨 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눈빛은 살아났고, 마음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 작은 손이 붙잡은 사랑은 그를 의사 박철수로 성장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진짜 감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신랑의 어머니 자리에 앉아주세요”라는 부탁을 한 철수의 편지에서, 우리는 사랑이 얼마나 깊고 긴 여정을 만들어 가는지를 봅니다. 어머니를 잃고 세상에 홀로 남은 아이가, 어느 날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을 마음의 어머니로 삼고 인생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모시는 그 모습은, 우리를 깊은 침묵과 감동 속에 빠지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팔찌를 차고 향수를 뿌린 K선생님이 말합니다. "너야말로 나의 선생님이었다." 이 고백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스승이란 과연 무엇인가.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인가, 아니면 마음을 살려내는 사람인가...
이 이야기는 교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는 ‘선생’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때로는 사랑이 필요한 철수가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고, 때로는 우리가 철수처럼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진심으로 내 삶을 들여다보고 믿어준다면, 그때 우리는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반드시 돌아옵니다. 작고 투박한 선물 속에서도, 감사와 존경이라는 향기로 오래도록 남습니다.
세상이 차갑고 각박해질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가르침이 아니라 따뜻한 눈길 하나입니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 삶에 철수 같은 이가 있다면, 그때 우리는 진정으로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철수야, 그리고 우리 삶 속 모든 철수들이여, 당신들이야말로 진짜 스승입니다. 당신들의 존재로 우리가 사랑을 배웁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우리 모두를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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