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본능적으로 특별하고 신비로운 것을 추구합니다. 신앙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더 강력한 은혜, 더 특별한 체험을 갈망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국내에서의 예배와 사역에 만족하지 못하고 해외로까지 나아가 “더 큰 능력”을 얻고자 하기도 합니다. 이런 열정이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성경도 “신령한 것을 사모하라”(고전 14:1)고 말씀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진짜 신령함’으로 오해하느냐에 있습니다.
예수님께 몰려든 무리들을 떠올려 봅시다. 그들이 주님께 나온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하나님의 나라의 비밀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은 병을 고치고, 떡을 얻고, 즉각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몰려왔습니다(눅 5:15, 11:29). 오늘날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더 큰 역사, 더 놀라운 체험, 더 강력한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갑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신앙을 좇다 보면, 오히려 하나님의 깊은 의(義)를 배우는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성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주께서 땅에서 심판하시는 때에 세계의 거민이 의를 배움이니이다”(사 26:9). 다시 말해, 하나님의 의는 고난과 심판의 길 속에서 배워집니다. 신령한 체험은 하나님께로 향하게 하는 불씨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배울 수 없습니다. 고난, 기다림, 답답한 침묵의 시간 속에서야 비로소 하나님의 의와 그분의 깊은 마음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의 마음은 자주 흔들립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때로 너무 조용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할수록, 더 간절히 믿으려 할수록 하나님이 오히려 수동적이고 침묵하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악인은 잘되는 것 같고, 의인은 오히려 고난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시 94:3–7).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쉽게 낙심하며, 당장 눈에 보이는 신비한 역사를 바라고, 현실의 불만을 영적 체험으로 덮으려 하기도 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악인의 형통을 부러워하지 말라”(잠 24:1). 그리고 이사야 선지자는 하나님의 일을 농사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농부가 밭을 갈 때, 쉬지 않고 계속 갈기만 하지 않습니다. 땅을 고르게 한 후에는 씨를 뿌리고, 곡식마다 다른 방법으로 수확을 합니다. 소회향은 작대기로 두드려야 하고, 대회향은 막대기로 두드려야 하며, 밀과 보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다뤄야 합니다. 이 모든 지혜가 하나님께서 농부에게 가르쳐 주신 것이라고 성경은 말합니다(사 28:23~29).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습니다. 하나님의 지혜는 종종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일상 속에 숨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농사의 단순한 과정조차 하나님의 가르침이며, 그의 기묘한 지혜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놀라운 기적과 신비한 사건 속에서만 하나님의 일을 찾으려 하지만, 정작 하나님의 지혜는 작은 씨앗이 땅에 심겨 싹트는 과정 속에, 곡식을 수확하는 농부의 손길 속에,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하루 속에 담겨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큰 것, 놀라운 것, 특별한 것만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고, 누룩과 같다고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 생명과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 앞에 겸손해져야 합니다. 하나님의 지혜는 때로 신비로운 기적 속에서 나타나지만, 더 자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드러납니다. 그것을 깨닫는 눈을 가진 자만이, 하나님께서 하시는 깊고도 기묘한 일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신령한 것을 추구하는 우리의 열망은 하나님 앞에서 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신비한 체험만을 좇는 신앙이 아니라, 작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의를 배우고 그의 지혜를 발견하는 성숙한 신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진정한 지혜이며, 그분의 나라를 깊이 경험하는 길입니다.
신비한 체험은 하나님께 향하는 불씨이지만, 의를 배우는 길은 고난과 기다림 속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지혜는 크고 놀라운 사건만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과 하찮아 보이는 일 속에도 담겨 있습니다. 신앙은 신비만 좇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 속에서 하나님의 기묘한 지혜를 발견하는 눈을 갖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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