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시편 51:10)
다윗의 시편 51편은 인간의 죄와 회개,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가장 깊이 있게 드러내는 찬양시입니다. 이 시는 단순히 잘못을 반성하는 기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죄를 지은 한 인간이, 자신 안에는 선이 없음을 깨닫고, 오직 하나님께만 희망이 있음을 고백하는 절규”입니다.
다윗은 한때 자신이 한 일을 ‘실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왕이라는 권력에 취해 잠시 판단이 흐려졌을 뿐이라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수습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예언자 나단이 찾아와 그의 죄를 지적했을 때, 그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하나님을 거스른 죄, 곧 “내 속사람의 부패에서 비롯된 악”이었습니다.
죄는 잘못된 행동 이전에, 잘못된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죄는 “한 번 잘못했다”가 아니라 “내가 그런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 자신을 변명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진짜 회개가 시작됩니다.
"나는 나 자신을 바꿀 수 없습니다." 다윗은 자기 안을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는 왕으로서 모든 권력을 가졌지만, 자기 마음 하나 다스릴 힘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시 51:10)
‘창조하시고’라는 말은 단순히 고쳐달라는 요청이 아닙니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시는 하나님의 창조행위”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다윗은 자신의 마음이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음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새 마음을 ‘만들어 달라’고, 오직 하나님께 의탁한 것입니다. 이 고백은 절망이 아니라 하나님께로 향하는 희망의 시작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죄를 ‘실수’라 부릅니다. 사람들이 다 그렇다고, 시대가 그렇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죄는 단지 행동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 없이 살고자 하는 본성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죄는 노력으로 고칠 수 없고, 오직 은혜로만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한 회개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도덕적 결심이 아닙니다. 자기 한계를 인정하는 정직함입니다. “나는 나 자신을 구원할 수 없습니다.” 이 고백이야말로 은혜의 문을 여는 첫 걸음입니다.
다윗은 절망했습니다.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철저히 무너진 존재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절망의 자리는 곧 희망의 자리였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하나님의 자비를 경험했습니다. “하나님, 주의 구원의 즐거움을 내게 회복시켜 주시고 자원하는 심령을 주사 나를 붙드소서.”(시 51:12)
다윗은 스스로를 고칠 수 없었지만, 하나님은 그를 새롭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죄인을 정죄하지 않으시고, 깨진 심령을 새롭게 빚으시는 분이십니다. 그 은혜를 아는 사람만이 다시 노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용서받은 자의 찬송’이 됩니다.
오늘, 당신의 마음은 평안합니까? 혹시 마음 깊은 곳에 해결되지 않는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것을 감추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하나님 앞에 그대로 내어놓으십시오. 그분만이 우리 안에 새 마음을 창조하실 수 있습니다. 그분만이 우리의 영혼을 정결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하나님, 나는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내 죄가 나를 끌고 다닙니다. 그러나 주님은 나를 새롭게 하실 수 있습니다. 내 안에 순결한 마음을 다시 창조해 주옵소서. 절망의 자리에서 주님의 은혜를 바라보게 하소서. 나의 구원자, 나의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이 아침, 다윗처럼 정직하게 엎드려 기도하십시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하나님과 함께라면 가능합니다. 그분은 지금도 우리의 무너진 마음 속에서 새 창조를 시작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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