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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그리스도2805

아버지께서 싸준 도시락 "긍휼에 풍성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을 인하여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고 (너희가 은혜로 구원을 얻은 것이라)" (에베소서 2장 4-5절)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는 외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청량리역 건너편에 있던 성바오로 병원에 가셨습니다. 본의 아니게 집안을 비우신 어머니 때문에 내 도시락 당번은 졸지에 아버지가 맡아서 하게 됐습니다. 요리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아버지는 내리 3일 동안 꽁보리밥에 김치를 싸주셨습니다. 4일째부터는 부아가 나기 시작했습니다."아빠는 요리도 못해? 계란이라도 부쳐서 싸주어야지 만날 김치만 싸주고... 오늘 도시락 안 가져가!"짝인 예쁜 여학생의 도시락에는 늘 계란 부침과 당시로서는 먹기 힘든 소시지 볶음이 들어 있었습니다.. 2025. 2. 18.
엄마의 마지막 용돈 오늘은 한 달 중 제일 기다려지는 날입니다. 용돈을 받는 날이기 때문입니다.게다가 이번 주에는 수학여행도 있으니 이것저것 준비하라고 다른 때보다는 좀 넉넉히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하지만 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 손에 쥐어진 돈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3만 원뿐이었습니다.평소에 쓰던 가방을 가져가기도 창피하고, 신발도 새로 사고 싶었는데... 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습니다.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나? 생각할수록 화가 났습니다.내 속을 긁기라도 하듯 짝꿍이 용돈을 넉넉히 받았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있었습니다."나 오늘 수학여행 때 가져갈 거 사러 가는데 같이 안 갈래?"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어울려 한참 신나게 쇼핑을 즐기고 있을 때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나는 괜히 화가 나서.. 2025. 2. 5.
이상한 달리기 어느 해 가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다른 때와는 달리 20년 이상 된 수인들은 물론 모범수의 가족까지 초청된 특별 행사였습니다. 체육대회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운동장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본인은 아무쪼록 오늘 이 행사가 아무 탈 없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오랫동안 가족들과 격리됐던 재소자들에게도, 무덤보다 더 깊은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살아온 가족들에게도 그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이미 지난 며칠간 예선을 치른 구기 종목의 결승전을 시작으로 각 취업장별 각축전과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습니다. 달리기를 할 때도 어찌나 열심인지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를 방불케 했습니다."잘한다, 내 아들! 이겨라! 이겨라!""여보, 힘내요! 힘내!"이날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 2025. 2. 5.
지워지지 않는 낙서 지난 봄, 우리 가족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우물이 있고, 그 옆에 풋대추가 대롱대롱 열린 대추나무가 있는 집이었습니다.셋방을 전전하던 끝에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 집이라서 식구들은 모두 들떠 있었습니다. 말썽꾸러기 아이들 때문에 언제나 집 주인의 잔소리를 귀에 달고 살아야 했던 엄마가 누구보다도 좋아하셨습니다.이삿짐을 풀자마자 나에게 주어진 일은 담벼락에 빼곡히 써 있는 낙서를 지우는 일이었습니다. 서툰 글씨, 어딘지 모를 주소와 간략한 약도..."야. 다 지웠다."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비비고 나와보니 어제 애써 지운 글씨들이 모두 되살아나 있었습니다."어? 이상하다. 도깨비가 왔다 갔나? 아니면 달빛에 글씨가 살아나는 요술 담장인가?"정말 모를 일이었습니다... 2025.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