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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글806

내려놓음 - 그 이후의 삶 어떤 청년이 서른다섯 살이 되던 해 봄, 처음으로 자신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것은 극적인 붕괴가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도 일어나고 싶지 않았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무언가를 계속 생각했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머릿속은 꺼지지 않는 모니터처럼 환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멀쩡했습니다. 직장도 있었고, 친구도 있었고, 주말에는 약속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속은 달랐다. 마치 스마트폰이 충전 표시는 뜨는데 실제로는 배터리가 닳아 있는 것처럼, 그는 작동은 되지만 살아 있지 않은 사람 같았습니다.문제는 그가 너무 많은 것을 붙잡고 있다는 데 있었습니다. 더 좋은 직위, 더 높은 연봉, 더 넓은 집, 더 인정받는 삶, 그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과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는 욕망 사이에서.. 2026. 6. 20.
시편 141편 - 눈 감을 때 열리는 세계 "나의 기도가 주의 앞에 분향함과 같이 되며, 나의 손 드는 것이 저녁 제사같이 되게 하소서."(시편 141:2)민준이라는 사람은 회사에서 팀장으로 승진한 지 석 달째였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회의 때마다 목소리를 높여야 했고, 보고서를 더 많이 검토해야 했고, 더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늘 따라다녔습니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리더란 무엇인가? 더 크게 말하는 사람인가, 더 많이 아는 사람인가?그러던 어느 날 저녁, 야근을 마치고 텅 빈 사무실에 혼자 남았을 때였습니다. 형광등 불빛 아래 지쳐 앉아 있던 그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습관을 떠올렸습니다. 눈을 감는 것과 그리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주님, 저는 어떤 팀장이 되어야 합니까?" 짧고 서툰 기도였습니다. 그러나.. 2026. 6. 20.
나를 만나는 기쁨 스물아홉 살 어느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매일 아침 7시에 알람이 울렸고, 지하철 안에서는 핸드폰을 들여다봤고, 회사에서는 슬랙 알림에 반응했고, 퇴근 후에는 유튜브를 틀어 놓은 채 잠들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그녀는 하루 동안 단 한 번도 아무 소리 없이 혼자 앉아 있던 순간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늘 무언가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늘 무언가에 반응하고 있었고, 늘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모든 것을 경험하는 '나'는 어디에 있었던 걸까요?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시끄러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소음은 밖에만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위험한 소음은 안에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비교의 목소리들 입니다. "저 사람은 벌써 집을 샀다던데." "나는 왜 이것밖에 안 .. 2026. 6. 20.
시편 140편 - 아는 만큼, 믿는 만큼 "주님이 고난받는 사람을 변호해 주시고, 가난한 사람에게 공의를 베푸시는 줄을 내가 압니다." (시편 140:12)영화 〈암살〉에는 오래도록 마음에 걸리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이 마침내 밀정 염석진을 마주한 그 순간입니다. 해방이 된 후에도 반공친미보수의 외투를 걸치고 권력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남자입니다. 반민특위마저 무력화시키며 살아남은 그 남자에게 안옥윤은 총구를 겨누며 묻습니다. "왜 조국을 팔았나?" 염석진의 대답은 뜻밖에도 솔직합니다. "몰랐으니까. 해방이 될 줄 몰랐으니깐. 알았으면 그랬겠나!"배신은 무지에서 자랍니다. 그는 역사의 끝을 몰랐고, 그래서 현재를 팔았습니다. 반면 안옥윤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영화 초반, 누군가 그녀에게 묻습니다. 침략의 원흉 한두 명을 .. 2026.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