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한 지 3년이 된 지우와 민준은 어느 날 저녁 같은 식탁에 앉아 있었습니다. 차려진 음식은 똑같았습니다. 된장찌개, 계란말이, 김치, 그런데 지우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또 이거야." 민준은 말없이 수저를 들었습니다. 그 순간의 온도 차이가 두 사람의 저녁을 갈랐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행복을 '조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 넓은 집, 더 많은 월급, 더 완벽한 배우자, 그것들이 갖춰지면 행복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조건이 충족된 삶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반드시 감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부족하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행복의 비밀은 조건이 아니라 시선에 있습니다. 같은 저녁 식탁을 두고 '또 이거'라고 보는 눈과 '오늘도 따뜻한 밥이 있다'고 보는 눈, 그 시선의 차이가 결혼 생활을 천국과 지옥으로 나눕니다.
세상에는 도저히 감사할 수 없을 것 같은 삶을 살면서도 감사를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년 넘게 건축 현장에서 땀을 흘린 쉰 살의 한 남자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평범하고 따뜻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두 딸이 있었고, 이웃이 부러워할 만큼 사이 좋은 부부였습니다. 그런데 행복의 한 쪽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살배기 큰딸이 싱크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고, 다행히 겉으로는 이상이 없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지체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이의 웃음은 여전했지만, 세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거기에 더 큰 슬픔이 찾아왔습니다. 아내가 뇌종양 재발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병원은 태아를 포기하고 산모를 살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거부했습니다. 뱃속의 아이를 선택했습니다. 수술 과정에서 과다 출혈이 생겼고, 아내는 4년간의 기나긴 투병 끝에 눈을 감았습니다. 마지막 말은 단 한 마디였습니다. "당신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나는 그만 가요." 남겨진 것은 장애를 가진 큰딸,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 그리고 혼자가 된 아버지였습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2008년, 퇴근길에 쓰러진 그는 위암 말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담당 의사는 "길어야 6개월"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말했습니다. "정말 담담했어요. 가슴이 막막하지도 않고, 세상이 무너질 것 같지도 않고…" 그리고 매일 새벽 4시 반이면 옷을 단정히 차려입고 일어났습니다. 새벽기도를 드리러 나가면서 그는 중얼거렸습니다. "내일 당장 사라질 수도 있는 이 몸이 오늘도 걸을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새벽바람이 얼굴에 닿을 때, 너무 행복해요."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저 분은 원래 성격이 좋은 사람 아닐까요? 나는 저렇게 못 해요." 그러나 감사는 타고나는 기질이 아닙니다. 훈련되는 습관입니다. 신혼 초 준서와 하은은 자주 다퉜습니다. 이유는 늘 사소했습니다. 준서가 양말을 뒤집어서 세탁기에 넣는다는 것, 하은이 냉장고 문을 끝까지 닫지 않는다는 것, 그러다 어느 날 하은이 갑작스럽게 입원을 했습니다. 맹장염이었습니다. 수술은 간단했지만, 혼자 텅 빈 집에 돌아온 준서는 처음으로 그 빈자리를 느꼈습니다. 설거지통에 쌓인 그릇, 닫히지 않은 냉장고 문, 그 모든 것이 하은이 있었다는 증거였습니다. 준서는 병원에서 돌아온 하은에게 처음으로 말했습니다. "네가 없으니까 집이 집 같지 않더라." 그 말 한 마디가 두 사람 사이를 바꿨습니다.
감사는 종종 '잃어봐야'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부부는 잃기 전에 먼저 발견합니다. 배우자가 내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 오늘 아침 눈을 뜨면 익숙한 얼굴이 옆에 있다는 사실, 그것이 이미 기적임을 알아채는 것입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부부 사이에서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의 비율이 5:1 이상일 때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된다고 합니다. 다섯 번 감사하고 칭찬해야 한 번의 비판을 견딜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 밥 맛있다. 고마워." "피곤할 텐데 설거지까지 해줬네. 정말 고마워." "네가 있어서 든든해." 이 말들이 거창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매일 듣는 사람과 전혀 듣지 못하는 사람의 삶은 전혀 다릅니다. 감사를 받은 사람은 더 감사하고 싶어집니다. 더 잘해주고 싶어집니다. 감사는 감사를 낳습니다.
반대로 불평은 배우자의 마음에 아픔과 실망을 심습니다. 짜증을 달고 사는 배우자를 위해 기꺼이 팔을 걷고 일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원망을 듣는 사람이 더 맛있는 반찬을 만들고 싶어지진 않습니다. 불평은 관계의 온도를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낮춥니다.
그 남자가 새벽바람 속에서 느낀 행복은 특별한 조건에서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걸을 수 있다는 것,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우리가 매일 그냥 지나치는 것들이었습니다. 결혼 생활도 그렇습니다. 오늘 아침, 배우자가 먼저 일어나 커피를 끓였다면 그것이 감사입니다. 퇴근길에 먼저 전화해줬다면, 피곤한데도 아이를 목욕시켜줬다면,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있어줬다면, 그 작고 평범한 순간들이 사실은 선물입니다.
배우자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짜증을 거두고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이 사람이 내 곁에 있다. 오늘도." 그것이 감사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감사가 쌓여 부부의 역사가 됩니다. 어느 날 돌아보면, 그 평범하고 감사했던 날들이 가장 빛나는 날들이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감사는 행복의 조건을 바꾸지 않습니다. 그러나 행복을 보는 눈을 바꿉니다. 그리고 그 눈이 바뀌면, 삶 전체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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