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약 말씀 묵상/유다서

서로를 알면 소통한다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6. 25.

결혼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일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런데 막상 함께 살아보면, 하나가 되기는커녕 서로가 얼마나 다른 세계에서 자라왔는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밥상에 앉아 있으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마음이 멀어지는 일이 생깁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각자 다른 집에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배운 대로 삽니다. 어릴 때 가정에서 몸으로 익힌 것들인 밥 먹는 방식, 갈등을 푸는 방식,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어른이 된 후에도 무의식적으로 작동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데 있습니다. 내가 자란 집에서 늘 그렇게 했으니까, 그게 옳은 방식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준혁과 지수 부부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어느 저녁, 둘이 함께 밥을 먹다가 준혁이 먼저 식사를 마쳤습니다. 잠시 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전화기 바로 옆에 앉아 아직 식사 중이던 지수가 말했습니다. "
여보, 전화 좀 받아줄래요?" 그러자 준혁이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받아. 바로 옆에 있잖아." 지수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밥 다 먹은 사람이 받으면 될 텐데, 왜 먹고 있는 나한테 미루지?' 입이 부루퉁해졌습니다. 서운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지수는 어머니께서 늘 하시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
속상할 땐 꼭 얘기로 풀어야 속병이 안 생긴다." 지수는 마음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여보, 나 좀 속상했어요. 우리 집에서는 밥 먹는 사람 방해하지 않으려고 식사가 끝난 사람이 전화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당신한테 부탁했는데, 거절당하니까 좀 서운했어요."

그러자 준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습니다. "
어, 그래? 우리 집에선 전화기 가까이 있는 사람이 받는 게 당연했는데. 불편하게 일어나는 게 더 번거롭다고 생각해서 그랬지. 당신 무시한 게 아니야."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걸려 있던 매듭이 스르르 풀렸습니다. 악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느 쪽이 틀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서로 다른 집에서, 서로 다른 방식을 배워온 것뿐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나와 다른 방식을 보면 본능적으로 말합니다. "
그건 아니잖아. 당신이 틀렸어."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그것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입니다. 내가 옳다고 느끼는 그 감각 자체가, 내가 자라온 환경에서 형성된 하나의 잣대일 뿐입니다.

비유하자면,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지도를 들고 같은 길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한 사람의 지도에는 왼쪽 길이 표시되어 있고, 다른 사람의 지도에는 오른쪽 길이 그려져 있습니다. 둘 다 자기 지도를 믿게 됩니다. 문제는 지도가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
왜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가?"라고 싸울 이유가 없어집니다. 대신 "우리 지도를 함께 펼쳐놓고 상의해보자"고 말하게 됩니다.

결혼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우자가 나와 다르게 행동할 때, 그것은 나를 무시해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저 그가 자라온 집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일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그 사실 하나만 기억해도, 많은 다툼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소통의 첫 번째 조건은 말하는 것입니다. 당연해 보이지만, 많은 부부가 이 단순한 사실을 잊고 삽니다. 속으로 서운하면서도 말하지 않고, 상대방이 알아줄 것을 기대하며 혼자 마음을 굳혀갑니다.

결혼 3년 차인 민준과 서연의 이야기입니다. 서연은 친정에서 자랄 때, 가족 중 누군가 힘들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에서 자랐습니다. 반면 민준의 집은 각자 방에서 조용히 감정을 삭히는 문화였습니다. 서연이 힘든 일이 생겨 대화를 원할 때, 민준은 자기 방식대로 조용히 시간을 주려 했습니다. 서연의 눈에는 그것이 '
무관심'으로 보였습니다. 민준의 눈에는 서연이 "왜 자꾸 말을 시키냐"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에게 서운해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밤, 서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
나는 힘들 때 얘기를 나누면 마음이 풀려. 당신이 조용히 있으면 나를 외면하는 것 같아서 더 외롭거든." 민준도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힘들 때 혼자 있어야 정리가 돼. 당신한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야. 그냥 그렇게 배워왔어." 그 대화 이후,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말하지 않았다면 평생 오해로 남았을 일이, 한 번의 솔직한 대화로 풀렸습니다.

대화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아무리 말을 잘해도, 마음이 닫혀 있으면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이 좀 서툴러도 상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으려 하면 소통이 됩니다. 앞뒤가 꽉 막힌 사람과 대화해본 적이 있습니까? 무슨 말을 해도 "
아니, 그게 아니야"로 시작하고,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고집하는 사람과 함께 그 자리에 있으면 금방 지칩니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집니다. 그 경직된 태도 하나가 관계의 숨통을 조여옵니다.

반면, 상대방의 말에 "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했구나"라고 받아주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다릅니다. 틀린 말이라도 일단 들어주고, 이해하려 애쓰는 그 태도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합니다. 그 열린 공간에서 진짜 대화가 시작됩니다. 열린 마음은 상대가 옳다고 무조건 수긍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와 다르게 자랐구나. 그래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이 한 문장이 관계를 바꿉니다.

살다 보면 매듭이 생깁니다. 오해가 쌓이고, 서운함이 굳어지고, 말하지 않은 감정들이 벽이 됩니다. 그 벽을 허무는 것은 거창한 화해의 의식이 아니라, 작은 대화 한 마디입니다.
"나는 이렇게 느꼈어요." "당신은 왜 그렇게 했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 "그렇구나, 몰랐어." 이 짧은 말들이 쌓일 때,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가게 됩니다. 서로를 알면 다툴 일이 줄어듭니다. 알고 나면 별것 아닌 일이 되는 게 부부 사이의 많은 갈등입니다.

입을 다문 채 골난 얼굴로 마주 앉아 있지 마십시오. 서운하면 말하고, 모르면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상대가 말할 때는, 반박하기 전에 먼저 이해하려 노력하십시오. 그 작은 노력들이 모여, 두 사람 사이에 따뜻한 다리가 놓입니다.

결혼은 완성된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며 함께 완성되어 가는 여정입니다. 그 여정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는 다름 아닌 대화입니다. 사랑의 마음으로, 예의를 갖춰, 솔직하게 말입니다. 그렇게 말을 건넬 때, 두 사람은 비로소 하나가 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