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수도사가 “당신은 누구에게서 배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뜻밖에도 “개에게서 배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의아하게 들리지만, 그의 말 속에는 깊은 깨달음이 담겨 있습니다.
수도사는 어느 날 물가에서 한 마리 개를 보았습니다. 그 개는 몹시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었지만, 물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른 개로 착각하고 두려워 도망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갈증이 극심해지자 마침내 개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그 순간 두렵던 ‘다른 개’는 사라지고 오직 맑은 물만 남아 있었습니다.
수도사는 이 장면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자기 안에서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입니다. 개는 물 위의 그림자를 ‘적’이라 여겨 피했지만,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환영이었습니다. 오직 물속으로 뛰어드는 순간, 허상은 사라지고 참된 실재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세상 앞에 보여지는 자아, 다른 사람의 시선 속에서 만들어진 ‘가짜 나’에 집착하며 살아갑니다. 그것이 무너질까 봐 불안해하고, 잃을까 봐 전전긍긍합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닙니다. 허상에 불과합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모든 존재는 저마다 신이 들려주는 한마디씩의 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개의 행동조차도 우리에게 주는 신의 가르침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진짜 자신을 찾고 싶다면, 허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풍덩’ 뛰어들어야 합니다. 마치 개가 물속으로 뛰어들어 허상을 사라지게 한 것처럼, 우리도 자기 집착을 내려놓고 삶의 깊은 자리로 들어가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삶의 자리가 바로 그 물가일지도 모릅니다. 현실의 두려움, 불안, 집착이 우리 앞에 그림자처럼 어른거릴 때, 우리는 도망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야말로 용기를 내어 뛰어들어야 할 때입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허상이 사라지고, 진정한 나, 그리고 하나님 안에서 발견되는 참된 존재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개 한 마리의 행동조차 우리를 가르치는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 사건들, 심지어 두려움조차도 하나님이 보내신 가르침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가르침 앞에서 눈을 뜨고 “아하!” 하고 깨달음을 얻는 일입니다.
오늘 당신의 물가는 어디입니까? 그리고 그곳에서 당신을 가로막는 허상은 무엇입니까? 용기를 내어 그 허상을 뚫고 뛰어든다면, 마침내 진짜 생명의 물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요한복음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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