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이 유명한 스승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말을 참 많이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앉자마자 어디서 어떤 가짜 스승을 보았는지, 그가 추종자들에게 무슨 가르침을 주었는지 장황하게 떠들어댔습니다. “사기꾼이 분명합니다. 그놈은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고 가르치더군요. 말장난도 아니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니, 숨쉬기보다 쉬운 게 아닙니까? 그런데도 그런 허튼소리에 속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는 기세등등하게 말했지만, 스승은 조용히 물었습니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나를 찾아왔는가?”
“그자가 사기꾼임을 말씀드리고, 또 진리에 대해 말씀을 나누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대는 사실 그 사람이 사기꾼이라는 생각에 내 동의를 얻고 싶었던 게 아닌가?”
“아닙니다. 저는 진심으로 스승님의 인도를 받고 싶어서 온 것입니다.”
그러자 스승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습니다. “좋다. 내가 그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가르침은 이것이다. 잘 들으라.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
그 말을 들은 말 많은 사람은 순간 당황했습니다.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저 스승도 똑같은 사기꾼이군.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니….” 그러고는 그곳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낯선 사람이 우연히 같은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는 조용히 가슴을 치며 감동했습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 참으로 귀한 가르침이구나.” 그리고 그 말씀이 주는 울림을 가슴 깊이 새기며 자기 길을 걸어갔습니다.
같은 한마디 가르침이 주어졌지만, 그것을 받아들인 태도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한 사람은 사기꾼의 말이라며 비웃으며 떠나갔고, 다른 사람은 인생을 비추는 지혜로 간직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같은 사건을 마주하더라도 누구는 상처만 기억하고, 누구는 거기서 배운 지혜를 붙듭니다. 같은 별빛을 바라보아도 어떤 이는 피곤한 하루를 한숨으로 마무리하고, 다른 이는 영감을 얻어 새로운 노래를 지어냅니다. 결국 인생은 우리가 무엇을 보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그저 허황된 말장난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받아들이면 전혀 다른 의미를 드러냅니다. 늘 자기 생각과 판단에 얽매여 사는 사람은 진리의 빛을 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한순간이라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빈자리를 내 마음에 마련하면, 그 자리에서 오히려 진리와 평안이 스며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컵에 물을 따르려면 먼저 컵이 비어 있어야 합니다. 이미 가득 찬 컵에는 아무리 좋은 물을 부어도 담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같습니다. 자기 생각, 자기 판단, 자기 고집으로 가득 찬 사람은 아무리 귀한 말씀을 들어도 담아내지 못합니다. 반대로 마음을 비운 사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순간을 허락한 사람은 말씀을 담고, 지혜를 품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도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립보서 2:5)라고 말씀합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낮아짐이요, 비움입니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빌립보서 2:7)라는 말씀처럼, 비움 속에서 참된 충만이 시작됩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 이 단순한 말은 우리를 향한 초대일 수 있습니다. "내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생각에 귀 기울이라는 초대, 나의 고집을 비우고, 참된 평안으로 채우라는 초대, 끊임없이 분주한 마음을 잠시 멈추고, 하나님의 은혜가 스며들 공간을 마련하라는 초대입니다."
인생은 스스로 연출하고 스스로 주연이 되는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같은 장면이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펼쳐집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 마음에 작은 빈자리를 내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그 순간, 하나님의 지혜와 평안이 우리의 삶을 채우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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