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어차이는 은혜, 기린 이야기

새끼 기린은 태어나면서부터 일격을 당합니다. 키가 하늘 높이만큼 큰 엄마 기린이 선 채로 새끼를 낳기 때문에 수직으로 곧장 떨어져 온몸이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는 것입니다.

충격으로 잠시 멍해져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는 순간! 이번에는 엄마 기린이 그 긴 다리로 새끼 기린을 세게 걷어찹니다.

새끼 기린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났고 이미 땅바닥에 세게 부딪쳤는데 또 걷어차다니! 아픔을 견디며 다시 정신을 차리는 찰라, 엄마 기린이 또다시 새끼 기린을 힘껏 걷어찹니다.

처음보다 더 아프게!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진 새끼 기린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머리를 흔듭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습니다. 이대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는 계속 걷어 차인다는 것을.

그래서 새끼 기린은 가늘고 긴 다리를 비틀거리며 기우뚱 일어서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때 엄마 기린이 한 번 더 엉덩이를 세게 걷어찹니다. 충격으로 자빠졌다가 벌떡 일어난 새끼 기린은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발길질을 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제야 엄마 기린이 달려와 아기 기린을 어루만지며 핥아주기 시작합니다. 엄마 기린은 알고 있는 것입니다.새끼 기린이 자기 힘으로 달리지 않으면 하이에나와 사자들의 먹잇감이 되리라는 것을...

그래서 새끼 기린을 걷어차는 것입니다.
일어서서 달리는 법을 배우라고.

카뮈는 "눈물 나도록 살라."고 말했습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쓴 마르케스는 "인간은 어머니가 그들을 세상에 내 놓는 그 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 태어남을 강요하는 것은 삶이다."라고 썼습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새끼 기린은 충격을 맞이합니다. 어미의 몸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어미에게 걷어차입니다. 그것도 여러 번. 왜 이런 아픔을 반복해야 할까요?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디딘 생명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 발길질은 잔인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의 형태입니다. 살기 위한 본능을 일깨우는 훈련이며, 생존을 위한 어미의 가르침입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습니다. 일어서지 않으면 먹힙니다. 그것을 알기에 어미 기린은 단호한 것입니다. 아픔 없이 일어설 수 없는 생명의 현실을 깨닫게 합니다.

이 장면은 우리의 인생을 너무도 닮았습니다. 삶은 우리를 태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반복해서 일어나라고 명령합니다. 넘어지고 깨어지고 울고 있을 틈이 없습니다. 때로 하나님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허락하십니다. 억울하게 느껴질 만큼의 고난, 이유 없는 시련, 반복되는 실패. 하지만 그것은 우리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어서게 하기 위한 은혜입니다.

“하나님이 때리시는 손은, 다시 일으키시는 손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렇게 말합니다.“주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시고 그가 받아들이시는 아들마다 채찍질하심이라.” (히브리서 12:6)

하나님은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 비틀거리며 겨우 일어난 우리를, 다시 넘어지지 않도록 또다시 징계하시고, 다시 사랑으로 핥아주십니다. 왜냐하면 사자와 하이에나가, 곧 죄와 죽음의 세력이, 아직 우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움직이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기에, 하나님은 우리가 달리기를, 달리는 법을, 견디는 법을, 끝내는 이기는 법을 배우게 하십니다.

카뮈는 “눈물 나도록 살라”고 했고, 마르케스는 “삶이 인간에게 태어남을 강요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 생명을 얻었지만, 그 생명은 여전히 이 땅에서 ‘일어서고 달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믿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상처 없는 평탄함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라도 다시 일어서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우리에게서 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걷어차실 때, 우리는 억울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그 사랑의 강도를 알아가십시오. 그리고 마침내, 비틀거리며라도 일어서십시오. 달리십시오. 그것이 곧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그분의 사랑이 아직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표이기 때문입니다.

“고난은 하나님의 사랑이 때로는 발길질로 표현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