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계의 지혜는 얼마나 솔직하냐가 아니라, 언제 얼마나 깊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아는 데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자주 일어나는 사고는 악의에서 비롯되기보다, 분별 없는 단순함에서 시작됩니다. 우둔한 자가 느닷없이 불손한 말을 던지는 이유는 대개 상대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관계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한 발 내딛으면 어디로 떨어질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모합니다.
예컨대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습니다. 막 친해졌다고 느낀 직장 동료에게 농담 삼아 던진 말이 상대의 상처를 건드립니다. “이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라는 판단은, 사실 판단이 아니라 감각의 착각이었습니다. 관계가 깊어졌다는 느낌과 실제 깊이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 간극을 무시한 말 한마디가 신뢰를 깨뜨리고, 이후 아무리 사과해도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우둔함의 또 다른 특징은 예방책을 세우지 않는 것입니다. 신중한 사람은 말을 하기 전에 잠깐 멈춥니다. “이 말이 지금 필요한가?”, “이 관계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깊이인가?”를 묻습니다. 그러나 무모한 사람은 그 과정을 생략합니다. 단순함은 종종 미덕처럼 보이지만, 인간관계에서는 가장 위험한 결함이 되기도 합니다. 준비 없는 솔직함은 진실이 아니라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무모함이 반복될수록 스스로를 망가뜨린다는 점입니다. 한두 번은 요행히 넘어갈 수 있습니다. 상대가 너그러웠거나, 상황이 가볍게 흘러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관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심연이 있습니다. 얕은 물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갑자기 발이 닿지 않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사람은 당황하고, 허우적대다가 관계를 완전히 잃어버립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관계 앞에서 서두르지 않습니다. 그는 깊이를 재면서 걷습니다. 처음부터 뛰어들지 않고, 발을 담가 보고, 한 걸음씩 옮깁니다. 신뢰가 쌓일 때까지는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꺼내지 않습니다. 이것은 계산이 아니라 자기 보호이자 상대에 대한 존중입니다. 지혜란, 상대를 완전히 알기 전까지는 자신도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 태도입니다.
한 번은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생각보다 가볍게 반응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 버립니다. 그때 우리는 뒤늦게 깨닫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깊은 관계가 아니었구나.” 너무 깊이 들어가 숨이 막힌 것입니다. 반대로, 늘 겉도는 이야기만 나누는 관계에서는 아무리 시간을 보내도 마음이 닿지 않습니다. 너무 얕아서 교류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계에는 적당한 깊이가 필요합니다. 너무 깊으면 위험하고, 너무 얕으면 공허합니다.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로 지혜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상대의 말과 태도, 반응을 통해 관계의 수심을 읽습니다. 그리고 그 깊이에 맞게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절합니다.
오늘날 인간관계는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빠르게 친해지고, 쉽게 멀어집니다. SNS와 메신저는 관계를 넓혀 주었지만, 깊이를 가늠하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이 관계의 깊이가 어디까지인지 살펴야 합니다.
관계 앞에서 성급해지지 마십시오. 무모함은 용기가 아니고, 솔직함은 언제나 선이 아닙니다. 지혜로 더듬으면서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주의력이 확보될 때까지는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말고. 그럴 때 우리는 숨 막히지 않으면서도, 진짜 마음이 오가는 깊이에 이를 수 있게 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할 말이 있어서 침묵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침묵할 수 없어서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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